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6.08.13 11:30
한반도 사람의 주식인 쌀, 그를 만들어내는 벼의 모습이다. 1호선 역명 도화는 그런 벼를 가리키는 禾(화)를 품고 있다.

역시 다른 두 지역 이름을 합쳐 만든 지명이다. 설명에 따르면 1914년 도마동(道馬洞)과 화동(禾洞)의 두 지역을 통합하면서 앞의 한 글자씩을 따서 도화(道禾)라고 지었다는 것이다. 원래 대한제국 시기 인천부의 다소면에 속했던 곳으로 순우리말의 지명은 ‘도마다리’와 ‘베말’이었던 모양이다. ‘도마다리’는 말이 지나다니는 다리, ‘베말’은 벼 마을이라는 우리말로서 각각 도마동과 화동으로 자리를 잡았다가 나중에 도화동이라는 이름으로 합쳐졌다는 설명이다.

道(도)는 우선 ‘길’의 새김이다. 그 길이라는 게 참 의미가 깊다. 우리가 가야 할 길, 지나야 할 길이라는 뜻에서 일찌감치 ‘진리’ 또는 그에 닿는 길이라는 의미까지 얻었다. 그래서 일찍이 공자(孔子)는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는 죽어도 좋다(朝聞道, 夕死可矣)”라고 하지 않았나.

이 글자는 앞으로도 계속 출현한다. 쓰임이 많은 글자이니만큼 역명에도 자주 등장한다. 그러므로 나중에 이 글자가 다시 역명에 나올 때 풀이를 더 해나가도록 하자. 여기서는 다음 글자 禾(화)에 우선 주목하는 게 좋겠다.

우선 禾(화)는 벼를 가리킨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좁쌀을 가리키기도 한다. 한자가 만들어져 쓰였던 중국 북부지역에서는 원래 논농사를 지어 쌀을 생산하지 않았으니, 이 글자가 원래 가리킨 대상은 좁쌀(粟, 속)이지 않았을까 하는 추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지금은 논벼를 포함한 일반적인 벼과 한해살이 식물을 지칭하는 글자다.

그래서 벼과 식물을 화본과(禾本科)라고도 적는다. 지구 면적의 20% 정도를 덮고 있는 식물이라고 한다. 전체적으로는 6000 속 1만 종에 달하며, 풀의 형태인 초본(草本)이 대부분이지만 대나무처럼 나무 형태를 띤 목본(木本) 형태도 있다. 그러나 이리저리 돌아갈 필요 없이 이 禾(화)는 우리 생활과 관련해선 벼를 우선적으로 가리킨다.

화곡(禾穀)이라고 적으면 벼 또는 그와 유사한 잡곡(雜穀)을 모두 일컫는 단어다. 화수(禾穗)라고 적으면 벼(禾)의 이삭(穗)을 가리킨다. 이 글자를 부수로 달고 있는 글자들이 제법 많다. 우선 조세(租稅)다. 세금을 가리키는 말이다. 따라서 조세행정(租稅行政)이 곧 세무행정(稅務行政)이다. 이 글자가 모두 벼를 가리키는 禾(화)를 부수로 하고 있다. 예전의 논밭에서 나오는 곡식이 세금의 주요 원천임을 의미한다.

쌀을 가리키는 한자어 稻(도), 논과 밭 등을 경작한다는 의미의 稼(가), 씨앗을 가리키는 種(종), 피를 가리키는 稗(패)와 稷(직), 볏짚을 의미하는 稿(고), 논의 모를 지칭하는 秧(앙), 곳집을 나타내는 稟(름, 품), 원래 볏짚 등을 쌓는다는 뜻의 積(적) 등이 그 부수 禾(화)의 원래 의미인 ‘벼’ 또는 ‘곡식’과 직접 관련이 있는 글자들이다.

벼의 묘를 직접 화묘(禾苗)라고 적었으며, 화리(禾利)라는 단어는 벼를 심는 논을 두고 설정한 경작권을 의미했다고 한다. 아울러 그 경작권을 팔고 사는 일이 화리매매(禾利賣買)였다. 벼와 함께 기장을 병렬하면 화서(禾黍)다. 예전 농경사회에서 일반적인 농사(農事)를 가리키는 단어였다. 잠화(蠶禾)라고 적으면 역시 누에를 키워 비단을 생산하는 잠농(蠶農)과 함께 벼 등 곡류를 생산하는 농사 일반을 가리켰다.

이 禾(화)라는 글자를 단 동네 이름은 아주 많다. 그만큼 옛 시절에 우리의 주곡을 형성하는 벼를 상징하는 글자였다는 얘기다. 젊은 시절 무명의 李小龍(리샤오룽, 브루스 리)을 일약 세계적인 쿵후 스타로 만들어 낸 영화사가 홍콩의 嘉禾(가화, Golden harvest)다.

이 嘉禾(가화)는 그 영화사의 고유적 이름이기에 앞서 일반명사다. 알곡이 풍부하게 달린 벼라는 뜻이다. 한 줄기에 많은 결실이 맺힌 그런 벼를 일컫는다. 따라서 이 嘉禾(가화)는 풍년을 상징하는 단어다. 그렇게 먹을 것이 풍족해져야 다툼이 없어진다. 서로 나눠 먹어야 싸움이 없다. 그래서 벼를 뜻하는 禾(화)에 사람의 입을 가리키는 口(구)가 합쳐지면 평화의 和(화)라는 글자가 만들어지는가 보다. 그렇다. 아무래도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것의 기본 경제 여건이 좋아져야 조화(調和)로운 사회가 이어진다. 그 기본을 충실히 하려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다 중요하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