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벼리기자
  • 입력 2016.09.04 08:45

[뉴스웍스=김벼리기자] 

# “셰어 카(share car). 제일 싼 거로.”

주차장에 빽빽이 들어찬 차량 중 하나에서 신호음이 난다. 불과 10년 전까지만 해도 공유경제가 이렇게까지 생활 속 깊숙이 파고들 줄은 몰랐던 구보다. 자가용 차를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친구들을 생각하며 구보는 피식 웃는다. 모임자리에 그들이 끌고 오는 차들은 매번 놀림거리로 전락한다. (1편 '2026년 구보씨의 하루'(上) 중에서)

 

공유란 사전적으로 말하면 ‘공동으로 소유한다’는 의미다. 익숙한 개념이다. 예를 들어 나와 동생이 나눠 입는 셔츠가 있다면 우리는 그 옷을 ‘공유’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 공유라는 개념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늘고 있다. 이미 ‘우버’, ‘에어비엔비’ 등 각 분야에서 영역을 넓혀가는 모양새다. 

그러나 공유경제는 4차 산업혁명이 초래할 머지 않은 미래에서야말로 본격적으로 날개를 펼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세계경제포럼(WEF)에서는 오는 2025년을 ‘공유경제 시대’로 규정짓기도 했다.

공유경제의 개념, 현황 및 전망을 살펴본다.

<사진제공=우버>

◆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공유경제란

중세 말 서구의 ‘길드’, ‘공산주의’ 및 현대의 ‘협동조합’ 등 공유경제란 다양한 형태로 오래전부터 존재해왔지만 현재 언급되는 맥락에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0년대 초였다. ‘공유경제(sharing economy)’라는 명칭이 붙은 것도 2008년으로 불과 8년 전이다.

공유경제를 둘러싼 정의는 수없이 많지만 기본적으로 ‘재화와 서비스, 공간과 지식 등의 잉여분을 공유함으로써 비용을 줄이고 부가가치를 생산하는 것’이 공유경제다. 이런 시스템이 극대화한다면 모든 것은 소유의 개념에서 공유의 개념으로 바뀌게 될 것이다. 이미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은 “소유의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소유의 시대가 끝나고 도래할 공유의 시대는 어떤 모습일까. 리프킨은 이를 이른바 ‘한계비용 제로 사회’라고 명명한 바 있다. 한계비용이란 제품을 하나 생산하는 데 추가적으로 드는 비용을 일컫는다. 따라서 한계비용이 ‘0’이라는 것은 제품을 추가적으로 생산하는 데 비용이 하나도 안 든 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사실상 해당 제품의 가격도 0원에 수렴하게 되고, 너나할 것 없이 이를 쓸 수 있다.

그러나 엄밀히 말하면 이는 생산비용의 문제라기보다는 복제, 혹은 공유의 차원의 문제로 이해해야 한다. 제품을 하나 더 만드는 데 비용이 아예 안 들기 때문에 모두가 해당 제품을 쓸 수 있는 것이라기보다는, 애초에 제품 하나만을 생산하면 수많은 사람이 이를 활용할 수 있다는 식으로 말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리가 늘 사용하는 인터넷이다. 예를 들어 ‘공유경제’라는 개념을 알기 위해서는 과거의 경우 백과사전을 구매, 소유해야만 했다. 비유하자면 당시에는 정보 자체가 소유의 영역에 속했던 셈이다. 그러나 인터넷의 등장 이후 정보는 소유의 대상이 아니라 공유의 대상으로 탈바꿈한다. 자판 몇 번 치면 바로, 무엇보다 공짜로 ‘공유경제’의 개념뿐만 아니라 관련 정보들이 수없이 눈앞에 펼쳐진다.

<사진제공=에어비앤비>

◆ 발목 잡힌 한국 공유경제…“생태계 마련해야”

그런데 4차 산업혁명과 더불어 사물인터넷, O2O(Online to Offline) 등의 플랫폼이 등장함에 따라 공유경제는 비단 정보의 차원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현실에서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우버와 에어비앤비다. 우버는 스마트폰 앱으로 통해 승객과 운전기사를 연결해주는 플랫폼이다. 회사 소유의 차를 타고 전문적으로 일을 하는 운전기사가 모는 택시와는 달리. 우버는 단지 개인과 개인을 이어줄 뿐이다. 차량이 필요한 고객이 신호를 보내면 차량을 타고 있는 또 다른 유저에게 연결하는 식이다. 차의 빈자리를 공유하는 것이 우버의 핵심이다.

지난 2010년 6월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 우버는 현재 68개국 400여 개 도시에 진출한 상태다. 지난 3월 기준 우버의 기업가치는 625억 달러 수준이었다. 포드(524억 달러), 제너럴모터스(471억 달러) 등 정통 자동차 기업의 기업가치를 웃도는 수준이다.

우버가 차의 빈자리를 공유하는 개념이라면, 에어비앤비는 집의 빈자리를 공유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 숙소를 가지고 있는 개인들과 숙박을 원하는 여행객들을 이어주는 서비스가 에어비앤비다. 미국 여행산업 전문기관 스키프트(Skift)는 지난해 에어비앤비의 기업가치를 100억달러 규모로 추산했다. 인터컨티넨털호텔(99억 7,000만 달러), 하얏트호텔(95억5,000만 달러) 등 기존 숙박의 대명사들을 근소하지만 앞선 셈이다.

국내에도 카카오, 쿠팡, 티몬, 쏘카, 등 공유경제를 표방하는 기업들이 몸집을 불리고 있긴 하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반발, 낡은 규제 등으로 진척이 느린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우버엑스 논란이다. 지난 2014년 ‘유사 콜택시 영업을 했다’는 혐의로 우버테크놀로지 대표가 기소된 바 있다. 자가용이나 렌터카를 이용해 돈을 받고 손님을 태우는 행위를 원천 금지하는 현행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른 것이다.

지난 2월 정부는 ‘신산업 육성·규제 완화 정책’을 발표하며 숙박 공유 서비스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한 바 있지만, 기존 사업자들의 반대에 부딪혀 여전히 제자리걸음 중이다.

한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공유는 환경파괴, 자원낭비 등을 완화할 수 있는 수단쯤으로 인식되지만,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것 또한 공유경제다. 실제로 소프트웨어의 95%를 공유하는 실리콘밸리의 경우 단독으로 개발할 때보다 20배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다. 공유를 촉발하는 지원 정책이 필요한 이유”라며 “물론 과다한 부의 집중 등 공유경제에 대한 부정적 시각도 있긴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아예 공유경제가 들어설 토양이 자체가 없어선 안 되지 않겠나. 부작용을 염두에 두며 공유경제의 생태계를 마련하는 데 정부 및 기업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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