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동우기자
  • 입력 2017.02.10 09:00

[3부 새로운 경제-부당한 요구 거절할 수있는 제도 마련돼야]

<사진=유튜브 캡쳐>

[뉴스웍스=김동우기자] '최순실게이트'에 성난 민심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만으로 가라앉을 기세가 아니다. 2016년 대한민국은 '뜯어고쳐야 한다'는 국민 요구와 마주하고 있다. 국내외 언론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IMF(국제통화기금)체제 직전이었던 1996년 보다 못하다고 진단하고 있다. 수출은 감소하고 환율은 불안하다. 수출감소의 원인을 살펴보면 문제의 심각성은 더 커진다. 미래 먹거리 신산업 발굴이 뒤처져있고 중국의 IT(정보통신), 전기차 기술은 우리 기업들 턱밑까지 쫓아왔다. 

우리는 전쟁이후 경제 발전이 국가 제1과제일 수 밖에 없었다. 그 과정에서 정경유착 고리는 만들어졌다. 필요악인 부분도 부인할수만은 없다. 이같은 60~70년대 한국형 경제발전 모델이 9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 취약성을 여실히 드러냈다. 경제규모가 커지고 세계화로 시장이 개방되면서 경제에 대한 정부의 직접 개입이 더 이상 효율적으로 작용하지 않게 된 것이다. 

지금 기업의 생존 조건은 투자자의 신뢰와 소비자 만족이다. 기업의 생사여탈권을 쥐고 있는 것은 정부가 아니라 시장이다. 세상은 하루가 다르게 변모하고 있다. 자고 일어나면 신기술이 쏟아져 나온다. 스마트폰은 반년만 지나도 구식이 된다. 더 이상 폐쇄적이고 독점적인 기업문화로는 미래가 없다.

전문가들은 정치개혁이 근본적 과제라고 입을 모은다. ‘정치자금법’보다 강력한 수위의 법·제도적인 방지책이 필요하다. 기업들의 자성노력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투명 경영이 우선이다. 지배구조 개선 및 의사결정 등 모든 과정에서 투명화하려는 노력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 반복되는 유착의 역사

지난 6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기업총수 9명이 국회 청문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기업총수들이 모두 청문회장에 불려나온 것은 1988년 5공 청문회 이후 28년만이다.

<사진=YTN 캡쳐>

지난 1988년 고 정주영 현대 회장은 “처음에 23억원은 부담 없이 냈다. 2차 모금에는 내는 게 맞겠다 해서 냈지만 그 다음부터는 그냥 내는 게 편하게 사는 길이겠거니 생각해서 냈다”고 답했다.

그리고 2016년 청문회에서 똑같은 대답이 나왔다. 구본무 LG 회장은 “기업 입장에서정부 정책에 따를 수 밖 에 없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권력이 기업에게 법인세를 감면해주고 뒷거래를 통해 소위 '준조세'를 거둬들이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면 기업은 경쟁력을 잃고 국민의 삶은 피폐해진다. 국가의 미래가 불투명해지는 것이다.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의 기부금 모금 과정에서 드러난 정권과 재계의 유착 구조는 28년전과 판박이다. 이제 이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이번 사태는 정경유착의 근본을 뿌리 뽑는 발전의 계기가 돼야한다. 

◆ 법적인 방지책 도입해야...정부에 집중된 권한 조정

대물림되고 있는 정경유착의 병폐를 깔끔하게 도려내기 위해서는 보다 강력한 법‧제도적인 장치의 마련이 필수적이다.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정권 출범에 맞춰 노골적인 강제모금을 하던 관행은 사라졌지만 실체도 없는 재단을 세우고 기부금 명목으로 돈을 걷는 등의 신(新) 정경유착이 또 다른 관행으로 자리 잡았다.

더불어민주당은 미르‧K스포츠재단으로 확인된 정권과 대기업의 정경유착을 근본적으로 차단하기 위해 기획재정부가 가진 지정기부금단체 지정 권한을 박탈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로부터 법인세 감면 혜택을 줄 수 있는 지정기부금 결정 권한을 빼앗겠다는 것이다.

정권이 기업들을 상대로 준조세 성격의 기부금을 받더라도 세제상의 혜택을 줄 수 있는 길을 차단해 기업들이 준조세 요구에 응하기 어렵게 만들겠다는 취지다.

한국은 정부가 가진 기업에 대한 규제 권력이나 대통령의 막강한 권한 때문에 기업들이 정부의 요구를 무조건 따를 수밖에 없는 구조가 형성돼 있다. 기업들이 조사가 시작되면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실체가 드러나면 피해자 코스프레를 시전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 기업도 용감해져야...경영 투명화 노력 필요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정권의 부당한 압력에 순응한 것은 그만한 약점이 있거나 대가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일련에 사태에서 나타나듯이 기업은 일방적인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이다. 이권이나 특혜를 챙기기 위해 스스로 정권에 돈을 대는 행위도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기업도 용감해져야 한다. 정권의 부정한 청탁은 과감히 거절해야 한다. 이런 행태로는 독재정권의 비호로 각종 특혜를 누리며 몸집을 불려온 기업들이 아직도 ‘제 버릇 개 못 준다’는 비판을 벗어나기는 힘들다.

지배구조 개선과 의사결정 투명화 등의 노력도 필수적이다. 오너경영과 전문경영인 제도는 각자 장단점이 있지만 기업가 정신이 없고, 경영능력이 부족한 재벌 2‧3세는 반드시 퇴출돼야 한다. 그룹 지배권을 승계하기 위해 온갖 부당행위를 서슴지 않은 총수일가는 ‘비선실세’의 공갈협박을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다.

미르·K스포츠 재단에 돈을 낸 53개 기업 중 이사회 의결이나 투명경영위 등 하부위원회에 보고과정을 거친 곳은 4개뿐이다. 이는 우리나라 기업의 지배구조가 아직 얼마나 후진적인지 잘 보여주는 단적인 증거다.

국제투명성기구(TI)가 내놓은 2015년 한국의 부패인식지수는 100점 만점에 56점으로 절대부패 국가 기준인 50점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다. 투명한 사회, 투명한 경제의 원리란 간단하다. 모든 경제 주체가 정당하게 행동해서 정당한 이익을 얻는 것이다. 그것이 원칙이고 상식이다. 낡아빠진 정경유착의 고리는 벗어던지고 정부와 기업 모두 자성하고 근본적인 변화를 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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