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유광종기자
  • 입력 2015.11.16 14:26
1950년 12월 흥남부두 철수작전에서 미 해군이 철수 직전 흥남의 부두시설을 파괴하고 있는 장면이다. / 미 해군.  

비를 내리는 존재가 구름이다. 이 구름의 종류는 제법 많다. 기상학적으로 부를 때도 명칭이 다양하다. 높은 하늘에 떠다니는 구름은 보기에 좋다. 상층운(上層雲)으로 통칭하는 대상이다. 우리말 새털구름으로 적는 권운(卷雲)이 대표적이다. 높고 맑은 하늘에 새털처럼 가볍게 떠다니는 구름이다.
 

권적운(卷積雲)으로 부르는 구름도 있다. 권운과 비슷하지만 그보다는 촘촘하다. 우리말로 털쌘구름, 비늘구름, 조개구름이라고 하는데 이해가 훨씬 수월하다. 이들 상층운에 비해 낮은 구름이 중층운(中層雲)이다. 고적운(高積雲)이 그 중 하나인데, 우리말로는 높쌘구름이라고 부른다. 그와 비슷한 고도에서 층을 이루는 모습으로 나타나는 구름이 고층운(高層雲)이다. 보통은 높층구름이라고도 한다. 이 정도의 모습이면 우리는 대개 ‘구름 낀 하늘’정도로 표시한다. 본격적으로 비가 닥치지는 않기 때문이다.

지표로부터 가장 낮게는 200m 정도의 고도에 나타나는 구름들이 있다. 이른바 저층운(底層雲)이다. 그저 층층을 이룬 모습이면 층운(層雲)이라고 한다. 그보다 아래위로 두께가 있으면 층적운(層積雲)이다. 이들 구름들은 대개 밑바닥의 색깔이 아주 어둡다. 잔뜩 비를 머금었기 때문이다.

낮게 드리우면서 검거나 아주 짙은 회색을 띤 구름은 난층운(亂層雲)이다. 곧 비를 내리는 구름이다. 모두 물기를 잔뜩 머금어 땅위에 비를 쏟아 부을 구름이다. 그 가운데 모습이 가장 험악한 구름이 있다. 적란운(積亂雲)이다. 어지럽게 잔뜩 눌린 구름인데, 높이가 10㎞에 이르는 경우도 있다.

적란운은 보통 소나기구름으로도 부른다. 탑처럼 높게, 또 어지러이 쌓인 구름 사이에는 전하(電荷)가 가득해 번개와 함께 우레를 동반하는 구름이다. 달리 한자 낱말로는 뇌운(雷雲)이라고도 적는다. 기상학적인 분류에 따른 구름의 명칭들이다.

인문적인 견지에서도 구름의 이름은 다양하다. 시간처럼 덧없이 흘러가는 구름을 보며 삶에 관해 많은 상념을 간직하는 사람들의 습성 때문이다. 흰구름은 백운(白雲), 먹구름은 흑운(黑雲)이나 오운(烏雲)으로 적는다. 하늘 꼭대기에 떠 있어 새털처럼 흰구름은 바탕의 파란 하늘색 때문에 흔히 청운(靑雲)으로 부른다.

가장 높은 경계에 도달하려는 청년들의 포부와 기개, 지향을 ‘청운(靑雲)의 뜻’으로 적는 맥락은 여기서 나왔을 듯싶다. 외로이 떠 있는 구름은 고운(孤雲), 덧없는 세상살이를 빗댄 구름은 부운(浮雲)이다. 비 앞에 닥치는 바람을 함께 덧대면 풍운(風雲)이다.

전쟁의 조짐을 말할 때 대표적으로 쓰는 낱말이 전운(戰雲)이다. 소나기 품은 적란운이나, 짙은 회색의 적란운, 난층운 등에 전쟁의 발발 가능성을 덧붙여 표현한 말이다. 저 멀리서 닥치는 험악한 구름의 모습 및 색조가 전쟁의 기운과 딱 맞아 떨어진다.

요즘 우리의 기상이 어둡다. 잔뜩 구름이 끼어가는 모습이다. 나날이 기우는 경제의 기운, 유럽의 테러로 인한 세계경제의 위축 가능성, 국가의 발전 전략도 마련치 못하면서 줄곧 막장으로 치닫는 정치의 전반 등이 다 그렇다. 이럴 때 우리 하늘에 낀 구름은 어떤 구름일까. 적란운일까, 뇌운일까, 그냥 먹구름일까.

당나라 시인 허혼(許渾)의 명구 하나 적는다. 곧 닥칠 비에 앞서 먼저 찾아든 바람이 내가 지금 서있는 누각에 가득 찬다는 뜻이다. 한자로는 이렇다. “山雨欲來風滿樓(산우욕래풍만루)”. 어디서 본 듯한, 데자뷰의 시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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