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재아기자
  • 입력 2016.12.19 13:29

손님 지난해 연말보다 40% 가량줄어…유커들도 발길 뜸해

동대문의 한 의류상가. 대다수 매장이 연말 세일을 진행하고 있지만 구경하는 손님을 찾아보기 어렵다.

[뉴스웍스=이재아기자] “재작년에 세월호 사태, 작년에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겪고 올해는 제발 소비에 영향을 끼칠만한 악재가 없길 바랬는데 오히려 작년, 재작년보다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동대문 굿모닝시티 쇼핑몰 상인의 말이다. 연말 특수가 사라진 유통가의 세밑 풍경이 우울하기만 하다. 동대문의류상가나 백화점, 아울렛 등은 겨울철 의류 단가가 비싼데다 크리스마스 특수까지 있어 연말이 최대 성수기다. 예년 같으면 크리스마스와 연말 대목을 앞두고 북적대야 할 시기지만 매장을 찾는 소비자 발길이 좀처럼 늘지 않고 매장을 찾더라도 지갑이 쉽게 열리지 않는 분위기다.

올 하반기 김영란법(부정청탁방지법)으로 연말 선물 특수가 사라진데다 최순실 국정농단사태로 최근 8주째 주말마다 촛불집회가 열리면서 연말 성수기 소비자들이 몰려야할 주말에도 매장 체감온도는 싸늘하기만 했다.

◆동대문 의류상가, 세일에도 매장 한산

지난 16일 저녁 무렵 찾은 서울 동대문 ‘롯데피트인’ 매장은 연말맞이 세일이 한창이었지만 매장 전체가 한산한 모습이었다. 매장 곳곳에 최저 40%에서 최고 70%까지 세일 팻말이 붙어 있지만 국정 혼란 때문인지 지갑이 얇아져서인지 매장을 찾은 소비자들은 그리 많지 않았다.

한 여성복 매장의 판매직원은 “평일보다 주말 사정이 좀더 나은 편이긴 하지만 촛불집회 때문인지 평소 주말과 비교하면 매출이 당연히 줄었다. 이게 다 최순실 게이트 때문이 아니냐”며 “작년 연말에 비해 손님이 40% 가량 빠졌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영업 매장뿐 아니라 백화점 매장도 마찬가지다. 지난 주말 서울 시내 한 백화점의 고객서비스센터 직원은 “교대 전까지 데스크에 앉아서 쭉 지켜보기만 해도 백화점에 주말 손님이 줄어든 걸 체감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백화점의 겨울 정기 세일 매출은 6년만에 마이너스 신장률을 기록하는 등 소비 위축이 현실화하고 있다. 지난달 중순부터 이달 4일까지 진행된 겨울 정기세일 기간 중 롯데백화점은 지난해보다 0.7%, 현대백화점은 1.2% 각각 매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中한한령 때문에 유커가 사라졌어요”

지난 주말 찾은 동대문 굿모닝시티 쇼핑몰의 한 여성복 매장 상인은 “우린 모든 제품이 한국산이라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좋아하며 많이 사갔는데 한달 전쯤부터 유커가 한창 때의 5분의1 정도로 확 줄었다”며 울상을 지었다. 그는 “우리는 원래 신용카드도 잘 안받고 거의 현찰 거래를 많이 했는데 요즘은 워낙 손님이 없어서 카드고 뭐고 다 받는다”고 덧붙였다.

동대문의 두타 면세점도 한기가 돌기는 마찬가지였다. 연말 분위기를 내기 위해 크리스마스 트리, 캐롤 등으로 화려하게 꾸며진 건물 외관에 비해 매장 안은 너무나 차분한 느낌이었다.

화장품매장 판매직원은 “보통 연말이면 예쁘게 포장된 화장품을 선물하려는 고객들이 몰려 평소보다 매출이 크게 오르는데 요즘엔 연말 이벤트를 해도 별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며 “사드(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 배치로 인한 한한령 때문에 중국인 단체 관광객도 확실히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면세점 카페에서 일하는 아르바이트 직원은 “알바를 시작한지 3개월 정도 됐는데 원래는 연말에 제일 바쁘다는데 생각보다 바쁘지 않다”며 “중국, 동남아 등 외국인 관광객도 전보다 줄어들어 하루 매출로 봐도 30%가량 손님이 덜 온다”고 말했다.

인천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중국인 관광객의 전년 대비 증가율은 4% 정도로 예년의 증가율(7~10%)에 비하면 낮아진 수치다. 최근들어 중국 당국이 한한령을 본격화하면서 해외여행 제한을 강화하고 있어 내년 춘절 연휴에 중국인 관광객 감소가 절정에 이를 것으로 점쳐진다. 유통업계는 올 연말에 이어 내년까지도 외국인 관광객 매출에 먹구름이 끼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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