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상호기자
  • 입력 2017.05.03 09:27
서울시내 사무실이 밀집한 지역의 한 식당. 올 들어 식당을 찾는 손님들이 급격히 줄고 있는데다 연휴까지 겹쳐 한창 술 손님이 몰려들어야할  저녁시간인데도 식당안에 빈 테이블이 대부분이다.

[뉴스웍스=이상호기자] 서울 중구 충무로에서 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A씨(55·여)는 요즘 달력 넘기기가 무섭다. 최장 11일 가까이 이어지는 징검다리 연휴 때문에 매상이 떨어질 것은 불 보듯 뻔해서다.

A씨는 이곳에서 보증금 5000만원에 월세 130만원을 내며 가게를 운영한다. 평일에는 근처 직장인들이 찾아와 근근이 식당을 운영해왔지만, 휴일이 시작된 지난 29일부터는 문은 열었지만 찾는 사람이 거의 없어 한숨만 나온다.

지난 2일 A씨의 식당을 찾은 사람은 점심은 물론 저녁까지 포함해 열 명에 불과했다. A씨는 “남들은 연휴라며 놀러갈 계획 세운다고 난리인데, 우리 같은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그저 먼 나라 얘기”라며 “무엇보다 이달 매상이 바닥을 찍을 수밖에 없어 벌써부터 월세 낼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했다.

연휴기간 손님들의 발길이 끊긴 건 맛집으로 소문난 재래시장안에 위치한식당도 마찬가지다. 서울 충무로 인근 중부시장내 식당역시 손님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인근에 있는 다른 가게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이 골목에서 작은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업주 B씨(51·여)도 문을 닫고 여행을 떠나고 싶지만 선 듯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문을 열어도 장사가 안 될 것은 뻔하지만 월세를 맞추려면 쉬는 날도 가게 문을 열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평달에도 월세 맞추기가 빠듯한데 이번 달은 쉬는 날이 많아 마이너스가 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며 “조금이나마 적자를 만회하려면 빨간 날도 문을 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규모가 작은 점포의 경우는 그나마 다행이다. 하지만 100석 이상 좌석을 가진 대형 음식점의 경우는 상황이 더욱 좋지 않다.

서울 종로에서 고기전문점을 운영하는 C씨(48·남)는 매일 문을 열고 있지만 개점휴업 상태라고 하소연한다. 그는 “하루 매출이 최소한 150만원은 나와야 유지되는데 최근 이틀 사이 매출이 하루 20만원도 안된다”며 “종업원 대부분을 쉬게 해 인건비를 아끼고 있지만 어떻게 이달을 버틸지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당장 이달도 문제지만 곧 다가오는 여름 휴가철도 걱정이라고 우려한다. 그는 “이번 연휴와 비슷하게 7월부터 8월 사이에도 여름 휴가철이라서 장사가 안 될 것 가능성이 높다”면서 “직장인들이야 황금연휴에 여름휴가를 마음 편히 즐길 수 있지만, 이들만 보고 장사하는 근처 식당들은 죽을 맛"이라고 말했다.

해외관광객들을 기대했던 식당들도 이번 연휴가 예년 같지 못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명동에서 한식집을 운영하는 D씨(53·여)는 중국 관광객 감소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기대했던 중국인 관광객들이 자취를 감춰서다. 그는 “중국의 사드 보복으로 지난달 이후 중국인 관광객을 보기가 어렵다”며 “그동안 중국인 관광객들이 매출에 도움을 줬는데 이마저 끊기니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밝혔다.

음식점 점주들은 무엇보다 정부의 내수 살리기 대책이 탁상공론에 불과하다며 국민들이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줘야 한다고 지적한다. D씨는 “정부가 연휴나 휴가 기간에 내수를 살릴 수 있다고 기대하면서 직장인들에게 휴가를 쓰라고 적극 권유하고 있는데 실제로 내국인들은 이때 해외에서 돈 쓰지 국내에서 돈을 안쓰는 것이 문제”라며 “국내에서 돈을 쓸 수 있는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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