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이수정기자
  • 입력 2018.08.19 05:43

"취업준비부터 기업 근무환경까지 수요자 입장 살펴달라"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기부터 '일자리'를 강조하며 청년들을 위한 각종 정책을 쏟아냈다. 그러나 많은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았다거나 삶이 나아졌다는 소식은 좀처럼 들리지 않는다. 정부 정책의 잘못인지는 모르겠지만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고 있지 않는 것만은 확실하다.

정부는 지난 7월초 '신혼부부와 청년 대책'을 발표했다. 주거문제 해결을 위한 행복주택과 신혼타운 조성, '디딤돌·버팀목 대출'부터 중소기업 취업을 장려하기 위한 '내일 채움 공제'까지 종류도 다양하다.

그러나 청년들은 이런 대책이 있는지 금시초문이란다. 이에 대해 청년들은 "실제 우리들의 목소리를 담지 못했기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뉴스웍스는 정부의 청년 정책에 대한 그들의 솔직한 목소리를 들어보고 5회 시리즈로 기획했다.

 

한 취업박람회에 구직자들이 몰려 있다. <사진=뉴스웍스DB>

[뉴스웍스=이수정기자] "현 정부가 '일자리정부'라는 슬로건을 내걸기엔…뭐랄까…전과 크게 다른 걸 못 느껴요. 정부지원정책들이 도움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디테일이 떨어진다고 생각해요"  

정부가 연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한 정책을 내놓고, 이에 부응하듯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저마다 "몇 명을 채용하겠다"고 나서는 모양새지만 정작 이를 바라보는 청년 당사자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한국 청년들에게 취업은 더 이상 꿈을 찾는 과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어디든 취직만 된다면 일 하겠다"는 청년 구직자들도 넘치고 있다. 실제 취업포털 잡코리아가 '취업을 목표로 하는 기업이 어디인가'라는 질문에 취업준비생 10명 중 3명(29.3%)이 "취업만 된다면 어디든"이라는 답변을 내놨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8년 7월 국내 청년(15~29세)실업률은 9.3%다. 그러나 실업률을 계산할 때 정규직 전환이 안되는 계약직과 아르바이트도 취업자로 분류하고, 취업이 어려워 구직을 포기한 경우는 제외하고 있기 때문에 사실상 체감실업률은 25%에 육박한다는 게 정설이다. 청년 4명 중 1명은 취업난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취재결과 취준생들은 준비 과정에서 경제적 문제를 가장 힘들어 했다. 청년들은 생활을 위한 돈벌이와 장기화된 취업전선 사이에서 딜레마를 겪는다. 특히 생활비 때문에 아르바이트에 투자하는 시간이 취업준비 하는 시간을 앞지를 때는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취업준비생 탁지은(26·준비기간 2년)씨는 "취업 준비가 장기화 되다보니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힘들다"며 "수익은 없는데 면접을 보려고 하면 차비는 물론 시험비도 많이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취준생인 김경은(26·준비기간 1년 5개월)씨 역시 "부모님께 손벌리기가 힘들어 알바를 병행하면 취업준비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비교적 급여 조건이 좋고 커리어를 쌓는 데 도움이 되는 공·사기업 아르바이트는 보통 1년 계약이라, 취업이 언제 될지 모르는 취준생은 하기가 힘들다"고 덧붙였다. 

<그래픽=경기도>

이에 정부는 취업 준비생들을 상대로 '구직활동 수당'을 주는 취업성공패기지 정책을 펴왔다. 정부가 제시하는 일련의 과정을 거치고, 구직활동 증명 서류를 제출하면 3개월간 월 30만원씩 지급하는 제도다. 정부는 이를 2019년부터 6개월간 50만원으로 확대 시행할 계획이다.

취업준비생들은 이에 대해 취지는 좋으나 정책을 운영·관리하는 부분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과거 취업성공패키지에 참여해 구직활동 수당을 받아본 적이 있다는 정민재(가명·29·준비기간 5개월)씨는 "취준생에게 30만원이라는 돈이 도움이 안되는 건 아니지만 알맹이가 빠져있는 느낌이었다"고 밝혔다.

김 씨는 "민간 업체에서 관리·진행 진행해서 그런지 수당을 받는 3개월은 관리자가 자주 연락이 오다가, 이후에는 거의 신경을 써주지 않는다"고 그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사후 관리도 해준다고 했지만, 수당 기간이 끝난 이후에는 태도가 너무 달라져 취준생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이어 "민간 업체에서 주는 정보 역시 그다지 전문적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며 "돈도 중요하지만 취준생에게는 정보가 더 중요한 데 그런 부분은 채워지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박지예(가명·24·준비기간 8개월)씨도 "취업성공패키지에 딸려 있던 구직 수당은 도움이 됐다"면서도 "취업 정보 부분에서 관리자 마다 알고 있는 내용이 천차만별이라 전문성이 떨어지는 느낌이 들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에 입사한 청년의 임금격차를 줄이고 목돈 마련의 기회를 제공하는 '청년내일채움공제'에 대해서는 근본적이고 다각적인 해결책이 병행되야 한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김지원(28·준비기간 6개월)씨는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근무환경이나 임금격차 뿐아니라, 사회적 인식차이도 워낙 크다보니 청년내일채움공제 같은 지원책이 있어도 청년이 선뜻 중소기업을 선택하는 것은 힘든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강소기업들을 키워주기 위해서라도 근무환경 및 일자리 질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거꾸로 봤을 때 대기업과 중소기업 격차가 심하기 때문에 이런 대책이 나온 이유 아니겠냐"고 반문했다.

내일채움공제에 가입돼 있다는 이근수(29·중소기업 입사 7개월)씨 역시 "현실적으로 취업 후 2년간 1600만원을 모으기는 힘들기 때문에 2년은 버티는 사람이 많지만, 근본 문제인 근무환경이 개선되지 않으면 중소기업에서 2~3년간 교육시킨 인재가 외부로 빠져나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소기업과 근로자들을 모두 아우르는 정교한 정책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에 바라는 점이 있냐는 물음에는 수도권과 지방의 정보 및 일자리 불균형 해소를 꼽았다. 이어 △정책 홍보 부족 △청년 목소리 경청 등을 얘기했다.

부산에서 서울로 취업준비를 하러 올라왔다는 서진규(가명·27·준비기간 1년 3개월)씨는 지방에서 취업준비 하기가 녹록치 않았다고 말한다. 

김 씨는 "지방과 수도권 취업 정보 불균형이 힘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대부분의 인프라가 서울에 몰려있다 보니 지방에 있는 취준생들에게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기회가 많이 없다"며 "서울 등 수도권에는 여러가지 취업 행사들 뿐 아니라 대기업도 많지만, 지방에는 행사는 가짓수도 적을 뿐 아니라 중소기업 참여가 대부분이라 아쉬웠다"고 말했다.

또한 청년들은 일자리 지원 정책에 대한 홍보가 "부족하다"고 입을 모았다.

탁지은씨는 "청년들이 취업지원책을 잘 모르는 것도 문제다"라며 "선별적인 혜택이라 직접 찾아 봐야만 알 수 있는 점, 절차가 복잡한 점도 아쉽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내 대학과 고용노동부가 연계해 정부 일자리 정책에 대한 의무교육(1~2시간)을 편성한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정부 정책을 이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김경은씨는 "얼마전에 국가에서 주는 교통비 지원을 받으려 알아봤지만, 중복 수혜 금지 조항이 있어 신청하지 못했다"며 "사실상 한 달에 학원비, 교통비, 면접 복장 구입비 등이 훨씬 많은데 정부가 청년들의 목소리를 들어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만들어 줬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지난 5월 청년 실업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약 3조8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투입하기로 확정했다. 정부는 해당 정책 시행을 통해 청년실업률을 2021년까지 8% 이하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 "내년 청년 구직촉진수당(2000억원 규모) 제도를 신설해 지원할 예정"이라며 "숫자에 일희일비하기 보다 긴 흐름으로 지켜봐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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