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⑥민노총 위원장은 왜 사과해야 했나? 노동운동의 분열
[김태기의 경제클리닉] ⑥민노총 위원장은 왜 사과해야 했나? 노동운동의 분열
  • 김태기 교수
  • 승인 2018.09.04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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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기 단국대 교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한국노총 간부와 식사를 했기 때문에 산하 노조 위원장에게 사과했다고 한다. 해프닝으로 지나치지 못할 심각한 문제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진 것으로 보인다. 일반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은 일이지만 우리나라 노동운동의 내부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민주노총 위원장의 리더십이 얼마나 취약한지,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갈등이 얼마나 심각한지 생각하게 만든다. 민주노총이 노동정책을 들었다 놨다 할 정도로 강력해보이지만 위원장이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겠다는 생각과, 노동계와 경영계 그리고 정부의 사회적 대화가 쉽지 않고 어렵게 합의를 한다고 해도 지켜질 수 있을까하는 의문은 필자만 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이념에 있어서 별 차이가 없다. 민주노총이 한국노총보다 좀 더 진보적이기는 하지만 노동운동을 분열시킬 정도로 차이가 큰 것은 아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의 갈등은 조직 문제에 기인한다. 양 노총의 조직 기반이 겹치기 때문에 갈등이 불가피하다. 더군다나 양 노총 산하의 산별노조가 난립되어 있고 영세하기 때문에 한 사업장에 어떤 노총의 깃발을 꼽는가를 놓고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문제는 다른 나라에서도 있었지만 노동계 내부의 정치력으로 해결하거나 어려우면 법으로 해결했다. 노동운동이 강할수록 노동계는 통합으로 갈등을 스스로 해소했다. 노동운동 분열이 노사관계와 경제 불안을 일으키기 때문에 정부도 노동운동의 통합을 도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정반대다. 노동운동의 분열이 방치되어 있다. 노동계 내부에서 통합의 목소리가 나오지 않고 정부는 물론 학계조차 아예 말도 꺼내지 못하는 분위기다. 노동운동의 분열은 1987년 민주화운동 이후 민주노총의 탄생으로 가시화되었다. 민주노총의 등장에 힘입어 노동조합에 가입한 근로자의 비율이 처음에는 증가했다. 그러나 지난 30년 사이에 그 비율은 반 토막이 날 정도로 빠른 속도로 감소했다. 여기에는 다른 이유도 있지만 노동운동의 분열도 작용했다. 노동운동이 성장하려면 기술과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새로운 조직기반을 찾아야 한다. 그러나 내부 분열 때문에 기존의 조직을 유지하는데 힘을 쏟고 노동정치의 헤게모니를 잡는데 치중했다고 볼 수 있다.

노동운동 분열로 인한 내부 문제는 그렇다고 치더라도 외부 문제는 훨씬 심각하다. 경제와 노동시장은 물론 정치사회에 악영향을 크게 끼쳤다. 두 개의 노동조합(계파)이 경쟁하면 어쩔 수없이 과열되어 임금인상이나 고용보호는 합리적인 수준을 넘는다. 예를 들면, 한국노총 노동조합이 합의를 하면 민주노총 노동조합은 그 합의에다 플러스알파를 하고 한국노총 노동조합은 여기에 다시 맞추어 높인다. 또한 단위 노동조합 내부에서 계파 갈등은 위원장 선거 등에서 선명성 경쟁을 벌이게 만들어 임금인상과 고용보호가 기하급수적으로 이루어지게 만든다. 그러나 기업의 경쟁력이 흔들리고 사회 전체로 보면 힘이 약한 협력 기업과 근로자에게 그 부담이 전가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노동운동의 분열과 내부 경쟁은 노동시장을 급격히 경직화시켰고 경직화의 강도도 높였다. 경영여건이 악화되어도 임금은 올라가고 제품과 생산량을 조절해야 하는데도 작업조직을 바꾸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러한 문제는 대기업일수록 심각하고 부작용도 크다. 결국 기업은 노동시장의 경직성 때문에 외주와 하청을 늘리고 고용을 늘리더라도 비정규직으로 채용했다. 이것도 어려우면 아예 자동화로 고용을 기계로 대체하거나 해외로 떠나버렸다. 노동시장의 경직화는 임금수준이 높고 고용도 인정적인 대기업 일자리가 지난 30년 사이에 매우 빠른 속도로 줄어들게 만든 핵심 원인이 되었다. 청년은 좋은 일자리에 취업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닫히고 공무원시험에 매달리게 되었다.

노동시장 경직화의 문제점은 고용에만 그치지 않는다. 교육과 연구개발, 복지와 재정 등 연쇄적으로 악영향을 끼쳤다. 노동시장이 경직화되면 교육은 창의성을 키우기 보다는 시험 준비 등 지식 쌓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학생은 일단 입사하는 것이 중요하고 여기에 필요한 요건을 충족하는데 필요한 교육이 더 절실하기 때문이다. 노동시장 경직성과 교육의 관계는 실증 분석에 의한 국제비교로 확인된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일수록 교육기간이 길어지지만 교육의 인적자본 형성에 대한 기여도가 떨어져 혁신과 경제성장 능력이 저하된다. 연구개발도 마찬가지다.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면 기업은 연구개발에 대한 투자를 줄인다. 신기술의 도입과 활용이 어려워 투자의 효율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복지에 대한 투자가 늘어도 노동시장이 경직적이면 소득불평등이 올라간다. 경직적인 대기업은 임금이 그만큼 높은 수준에서 결정되는 반면, 그렇지 않은 중소기업은 낮은 수준에서 결정되기 때문에 소득재분배와 복지에 의한 소득불평등 감소 효과는 작아진다. 또한 복지제도 자체가 힘 있는 노동계의 입김 하에 만들어지기 때문에 더욱 그렇게 된다. 노동운동은 노동정치를 통해 정책결정에 영향력을 행사해 복지제도의 지원 범위와 기준을 조합원에게 유리하게 작용하도록 만든다. 결국 노동시장의 구조적인 문제와 복지제도의 정치경제적 문제는 복지 양극화를 야기한다. 복지재정이나 일자리 재정의 효과도 떨어뜨려 국가재정을 취약하게 만든다. 남부 유럽의 문제가 전형적인 사례다.

늦었지만 노동운동의 모순을 노동계 원로들이 나서서 실토하고 각성을 촉구하고 있다. 민주노총 설립 주역이자 민주노동당대표를 지낸 문성현 노사정위원장은 최근에 “노동운동이 지금처럼 격차를 벌리는 것이라면 안했을 것이다, 노동운동을 정의라고 여겼지만 30여년 지나고 보니 정의가 아닌 게 있다. 거기에 민주노총도 책임이 있다.”고 고해성사를 했다. 민주노총의 핵심 기반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설립을 주도했고 2대 위원장을 지낸 이상범씨도 얼마 전에 “이대로 가면 현대차는 물론 한국 자동차산업의 미래는 없다. 노조 때문에 해외에 공장 짓는 것이 이해가 된다.”면서 반성했다.

노동운동이 정의롭고 근로자의 미래를 밝히려면 무엇을 해야 하나? 노동조합이 탐욕스럽지 않고 절제된 행동을 하도록 노동운동은 기강을 바로 세워야 한다. 이런 것이 강한 노동운동이다. 세계 노동운동 역사를 보면 투쟁만 일삼는 노동조합은 강한 것처럼 보였지만 오래 가지 못하고 소멸했다. 더군다나 지금은 세계화와 기술혁신으로 비합리적인 노동운동의 설 땅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투쟁만이 아니라 기업이나 정부와 협력해야 강한 노동운동을 만들 수 있다. 협력을 어용이라고 비판하는 노동운동 내부의 비판부터 이겨내야 노동운동은 강해진다. 강한 노동운동의 기초는 안에서부터 쌓이기 때문이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은 노동운동의 통합에 나서야 한다. 조직 기반이 중복되고 산별 노조가 난립되어 있는데다 산별 노조의 규모가 작아 조합원이 많은 단위 노조의 힘에 휘둘린다. 이러한 취약성 때문에 산별은 물론 노총도 대형 노동조합의 눈치를 보고, 대형 노동조합의 횡포에 가까운 요구를 만류조차하지 못해 노동운동 전체가 차가운 여론에 직면하고 있다. 한국노총과 민주노총 지도부는 통합의 결단을 해야 한다. 다양해지는 근로자의 이익을 공정하게 대변하고 어느 한쪽에 휘둘리지 않는 강한 노동운동을 하려면 반드시 해야 한다. 산별 노조도 마찬가지다. 산별 노조의 운영이 특정 노동조합에 의존하지 않도록 통합으로 대형화해야 한다. 시대를 거스르는 노동운동에는 미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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