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3.14 15:49

<글싣는 순서>
①출발점은 신뢰경영
②오너도 등기이사 맡아라
③세대교체 연착륙이 필요하다

2016년 3월 대한민국. 수출은 감소하고 가계부채는 1200조원을 넘어섰다. IMF(국제통화기금)사태를 거쳐 지난 2008년 세계 금융 대란 사태를 가까스로 넘긴 대한민국에 경고등이 켜졌다. 중국은 우리를 추월하고 일본과 독일은 산업간 융합으로 앞 선 보폭을 더 넓히고 있다. 
그동안 대한민국 호를 이끌어 온 재계의 고민이 그 어느 때 보다 깊어지고 있다. 현금유보금은 700조원이 넘게 쌓였다지만, 전략적 미래 먹거리 산업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확신에 찬 대답을 내 놓는 참모가 없다. 심지어 오너도 점차 줄어들고 있는 게 현실이다.
우리만의 기업 문화가 있다는 것을 인정해야 문제가 풀린다. 해외 사례만을 들이대며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하루아침에 모든 것이 바뀌진 않는다. 시간이 필요한 것이다. 인공지능(AI)‧가상현실(VR)‧무인주행차‧사물인터넷 등 미래 산업은 엄청난 연구개발 비용이 투입돼야 가능하다. 
우리 기업문화에서 참모가 많게는 수조원이 들어가는 연구개발 사업을 결정할 수 는 없는 것이다. 게다가 대기업들은 대부분 세대교체 시기를 맞고 있다. 차세대 최고의사 결정권자에게 축적된 연륜 그리고 미래를 보는 혜안이 아쉬운 것은 현실이다.
위기의 대한민국 호. 그 어느때보다 미래를 보는 혜안과 책임있는 의사결정자가 필요한 상황이다. 눈 앞에 보이는 현상만을 놓고 비판을 위한 비판만 해서는 한 걸음도 나아갈 수 없다.

오너와 전문경영인
오너 경영이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그동안 오너 경영의 폐혜가 드러난 것만 봐도 한두개가 아니다. 그러나 전후 급성장해 온 우리 경제의 특수성을 감안하지 않고 해외 사례만을 놓고 과도기 없는 소위 ‘재벌 개혁’은 오히려 봉우리에 오르지도 못한 우리 경제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간과해선 안된다.
이제껏 우리 경제를 지탱해 온 기업문화는 어떠한가. 오너경영을 빠른 의사결정으로 성장을 거듭해 온 것을 잊어서는 안된다. 위기 상황에서 역발상을 통한 경영이나 단기적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반도체와 조선산업 진출 등 신성장 산업을 개척해 온 것은 오너들의 과감한 의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2년 대선전에서 경제민주화가 선거이슈로 부각되면서 대기업 때리기는 우리 정치의 단골 메뉴다. 하지만 3년이 지난 현재 경제를 발목 잡는 것은 오히려 낙후된 정치문화라는 지적도 쉽게 흘려 들어서는 안될 문제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김정호 연세대 특임교수는 “국내 실정에 맞게 변화를 추구하면서 제도적 연착륙이 필요하다”며 “우리만의 기업 문화를 감안하지 않고 무조건 선악을 구분하 듯 이분법적 사고는 우리 경제 상황에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문경영인이 기업에 등기 대표이사로서 전면에 나 선 사례는 많다. 하지만 전문경영인의 경영체제가 문화로 자리잡지 않은 상태에서 경영은 오너가 책임지고 법적인 책임만 전문경영인이 지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전문경영인 체제 확립만이 위기의 기업을 살릴 수 있는 처방은 아니라는 얘기다. 오히려 그동안 그래왔듯 오너가 무한 책임을 지는 한국 특유의 오너경영 체제를 재정비하고 다져 나가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금은 새로운 경영방식을 실험해 볼 시간적 여유가 많은 시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오너의 책임경영이 필요하다
올해 주총을 마친 현대자동차그룹의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에 등기이사를 맡았다. 아들 정의선 부회장도 현대자동차의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영어의 몸에서 자유를 찾은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2년만에 지주사 격인 SK(주)에 등기이사로 복귀한다.

이처럼 재벌 오너들이 그동안 등기이사를 맡은 것은 책임경영을 위해서다. 매우 적은 지분을 갖고 제왕적 권한을 행사한다는 비난을 받기도하는 우리 경영 풍토에서 오히려 등기이사조차 맡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등기이사는 경영상 주요 결정을 내리되, 기업의 민형사상 또는 상법상 1차적 책임을 지도록 돼있다. 등기이사를 맡지 않더라도 경영에 참여하는 데 제한은 없다. 그렇기 때문에 오너의 등기이사 퇴진은 책임경영원칙에도 어긋나는 측면이 있는 것이다.

지난 2013년3월 재계에서는 그룹 오너일가의 대표이사 사퇴가 봇물을 이뤘었다. 당시 시민단체는 물론 사회 각계각층에서 오너의 책임회피라며 질타하기도 했으나 아직까지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국내 40대 민간 대기업집단 오너일가 등기이사 등재 회사 수 변동추이 

<자료제공=공정거래위원회>

지난해 12월 공정거래위원회가 조사한 ‘2015년 대기업집단 지배구조 현황 분석’자료를 보면, 국내 40대 대기업집단 소속회사 중 총수 가족 중 1명이상 이사로 등재된 회사는 294개로 대상기업 1356개사의 21.7%에 불과했다. 지난 2014년 312개(22.8%)에 비해 감소한 수치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총수일가의 등기이사 등재 회사 비율은 지난 2012년이후 4년 연속 감소하고 있다”며 “대기업의 의사결정 구조상 최종 의사결정권자인 오너일가의 책임경영 확대를 위해서도 오너일가의 등기이사 등재는 확대돼야한다”고 지적한바 있다.

이에 따라 오너가 등기이사를 맡는 것은 주주보호와 책임경영 측면에서 장려해야 할 부분이지 질타할 일이 아니다.

오너가 등기이사를 맡고 있어야만 법적 책임도 오너에게 직접 물을 수 있다.

최근 경제개혁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오너의 등기이사 선임에 반기를 드는 의견을 제기하고 있다. 의견이 제시된 기업의 경우 오너를 비롯한 경영진들에 대한 사법부의 재판이 진행 중인 경우다. 경영진이 끝나지 않은 재판으로 인해 경영권을 내려 놓는 것만이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오정근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법인은 일종의 생명체로서 경영활동과 대내외변수로 인해 생사가 결정되는 것”이라며 “인위적인 잣대만 가지고 형식에 얽매여 재단하기 시작하면 세계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기업의 경쟁력만 약화시킨다는 것을 명심해야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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