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3.16 16:35
<글싣는 순서>
①출발점은 신뢰경영
②오너도 등기이사 맡아라
③세대교체 연착륙이 필요하다 

지난 2010년 재계는 본격적으로 3세경영의 닻을 올렸다. 주요그룹의 3세 경영인들이 대거 사장단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때다. 6년이 지났다. 부사장은 사장이됐고 사장단에 있던 3세 경영인들은 이제 회장단에 이름을 올렸다.

올해 경영 전면에 나 선 3세 경영인들의 면면을 보면 평균적으로 15~20년 정도의 경영자 수업을 거쳤고, 연령은 40대 후반에서 50대 중반 정도에 가장 많이 분포돼있다. 3세대 경영인도 이제 청년을 지나 중장년층에 접어들었다.
급변하는 글로벌 경영시대를 맞아 기업의 젊은 피 수혈은 당연한 조치다. 특히 급변하는 세계 산업 생태계의 흐름 속에서 ‘퍼스트 무버(First Mover‧선도자)’로써의 능력발휘를 위해 젊은 경영인 체제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기도한다.

하지만 세대 교체에도 연착륙이 필요하다. 명확한 계획이 있어야하고 기업의 미래를 위해 전략적으로 진행해야 할 중요한 문제다. 고속성장을 이끌어 낸 윗 세대의 노하우와 그들이 보유한 전 세계 네트워크를 하루 아침에 놓치는 우를 범해선 안되기 때문이다.

주요 대기업 중 현재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은 80대에 들어섰다. 70대 재계 리더로는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회장과 구본무 LG그룹 회장 등이 있다.
이들 회장들은 아직도 그룹의 상징으로써 주요기업의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면서 그룹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대한민국 대기업 2세대 경영인과 3세대 경영인은 확연히 다른점이 있다. 그래서 세대 교체를 앞두고 있는 우리 대기업들은 더욱 신중해야 한다.

3세경영, 달라진 기업환경
최근 재계에서 창업 3~4세대가 경영전면에 부상하는 것이 최대 관심사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이해욱 대림산업 부회장, 조현준 효성 사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차세대 경영자들이 이제 경영수업을 마치고 세대 교체 시기를 조율하고 있다.

이들 대부분은 윗세대보다 좋은 환경에서 더 넓은 세계를 일찍이 접했고 더 많이 공부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윗세대에 비해 약점도 있다.

주로 창업 2세대 경영인들은 창업주(1세대)가 일궈 놓은 사업기반을 가지고 전 세계를 누비며 새로운 시장 개척을 위해 직접 부딪친 경험을 갖고 있다. 반면 3~4세대들은 이미 안정된 기반위에 들어 선 기업의 경영인으로 등극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 기업문화에서 1~2세대가 개척자였다면, 3~4세대는 유지하고 지켜야할 관리자 세대다.

지난해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소위 대한항공 ‘땅콩 회항 사건’도 알고 보면 준비안된 3세경영인의 폐혜였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제 세계는 유비쿼터스를 넘어 인공지능으로, 제조업 중심에서 서비스업으로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다”며 “이렇게 급변하는 시기에 재계 어른의 경륜과 판단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재계에 어른이 필요하다

(왼쪽부터)1938년생인 조석래 효성그룹회장, 1938년생 정몽구 현대차그룹회장, 1945년생 구본무 LG그룹회장.

최근 재계에 3~4세 경영인들이 전면에 나서면서 대한민국 산업계가 젊어지고 있다. 그러나 젊어지는 것이 곧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만은 아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경우 팔순을 넘겼지만 세계 시장 개척과 미래 먹거리를 위한 연구개발을 진두 지휘하고 있다. (주)효성의 대표적 세계 선두 제품인 스판덱스와 폴리케톤 등이 중국은 물론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힘은 그동안 조 회장이 쌓아 놓은 두터운 해외 인맥이 한 몫했다.

현대자동차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러시아에 현지 공장을 가동중인 현대자동차는 2010년이후 러시아 경제가 둔화하자 어려움을 겪었다. 미국의 제너럴모터스(GM)를 비롯한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러시아를 떠난 것도 이 시기다. 러시아 정부도 현대차 공장이 당연히 철수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측했으나, 정몽구 회장은 오히려 신차 라인을 확충하고 러시아 현지 인력 고용을 유지했다. 러시아 진출을 도운 관료들과 의리를 중요시한 뚝심경영이었다. 이에 지난해 현대차의 러시아시장 점유율은 한자릿 수에서 두자릿 수로 늘어나면서 10.2%로 올라섰다.

러시아 정부의 고위관료는 현대차에 대해 “경제가 나아지면 의리경영에 대한 분명한 보상이 있을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고 한다.

이와 같은 예는 다른 기업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고희를 넘긴 대기업 총수들이 전 세계에서 산업 영토를 확장하면서 맺은 글로벌 인맥을 3세대 경영인들이 하루아침에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이다.

LG전자가 최근 B2B(기업간거래)로 주요 사업영역을 재편하고 전장(電裝)부품사업에 뛰어든 것도 칠순을 넘은 구본무 회장이 그동안 임원회의 때마다, 시장의 퍼스트 무버가 돼야한다는 ‘시장 선도 정신’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구 회장의 리더십은 이달 말 세상에 선보이는 스마트폰 ‘G5’에서 빛을 발할 것으로 보인다.

재계에는 아직 청년정신의 총수들이 남아있어 3~4세로 전환하는 재계에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유환익 전국경제인연합회 홍보본부장은 “재계에 칠순을 넘긴 오너들이 대표이사로서 책임경영을 하는 모습은 기업 경쟁력은 물론 국가 경쟁력도 높이는 데 일조할 것”이라며 “기업의 세대 교체는 윗세대의 연륜과 판단력이 차세대에 고스란히 전수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만들고 연착륙 시키는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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