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0.02.15 18:10
짜파구리 기생충 영화 포스터 패러디. (사진제공=농심)
영화 '기생충' 포스터를 패러디한 짜파구리 포스터. (자료제공=농심)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이 지난해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에 그치지 않고 지난 9일(현지시간) 열린 미국의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각본상, 국제영화상, 감독상, 작품상 수상으로 화룡정점을 찍었다. 모든 것이 한국 영화 최초의 업적이다. 아시아로 넓혀도 처음이다.

BTS(방탄소년단)가 활활 태운 한류가 세계 영화계까지 번지고 있다. 또 ‘기생충’은 세계인들을 ‘짜파구리’(ⒸHAPAGURI)라는 새로운 한국 음식에 꽂히게 했다. 짜파구리는 농심에서 출시한 라면인 ‘짜파게티’와 ‘너구리’를 섞은 음식이다.

그간 매번 비빔밥을 밀었지만 결국 ‘세계화’에 실패한 한국 음식이 ‘라면’으로 우뚝 설 기회를 맞았다. 봉준호 감독이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소감으로 마틴 스코세이지의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를 언급한 것처럼 우리에게는 비록 흔한 것일지라도 창의적이고 세계적일 수 있다. 

이처럼 우리에게는 짜파구리가 새로운 음식이 아니다. 인터넷에 꿀맛 조합이라면서 떠돌던 짜파구리는 2013년 2월 MBC 인기 예능 ‘아빠 어디가’에서 방송인 김성주씨가 아이들을 위해 만들어주는 장면이 방영되면서 히트를 쳤다. 

짜파구리가 ‘기생충’ 효과로 다시 전성기를 맞을 것으로 기대되면서 농심의 주가도 출렁이고 있다. 지난 7일 주당 23만2500원으로 마감됐던 농심의 주가는 오스카 4관왕 직후인 10일에는 3000원 오른 23만5500원에 그쳤으나 11일에는 24만6000원으로 1만500원, 12일에는 25만8000원으로 1만2000원이 각각 올랐다. 12일에는 한때 27만2000원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현재 농심 주가는 25만원 후반대에서 움직이고 있다. 

농심도 ‘기생충’의 오스카 4관왕 이후 자사 유튜브 채널에 짜파구리 조리법을 11개 언어로 소개하는 영상을 게재하는 등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짜파구리 만드는 법은 따로 설명이 필요 없는 수준이다. 라면만 끓일 줄 알면 누구나 ‘짜파구리 요리사’가 될 수 있다.

먼저 냄비에 물 1100㎖를 붓고 짜파게티와 너구리에 동봉된 후레이크를 같이 넣고 끓인다. 물이 끓으면 짜파게티와 너구리 면을 넣고 4분 30초간 더 끓인다. 이후 물을 150㎖ 정도 남기고 모두 버린 뒤 짜파게티 분말스프 1개, 너구리 분말스프 반개, 올리브 조미유를 넣고 30초간 약한 불로 볶아주면 끝난다.

경우에 따라서는 너구리 스프 반개를 라면을 끓일 때 넣기도 한다. 치즈 토핑이나 계란 프라이를 올리는 등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이 존재한다.

기자가 직접 만든 불닭게티(왼쪽)와 짜파구리. 불닭게티에는 치즈와 계란프라이 토핑을 얹고 짜파구리에는 소고기를 올렸다. (사진=허운연 기자)
기자가 직접 만든 불닭게티(왼쪽)와 짜파구리. 불닭게티에는 치즈와 계란 프라이를 토핑으로 얹고 짜파구리에는 소고기를 올렸다. (사진=허운연 기자)

◆너무 매운 불닭볶음면? "냄새가 선을 넘지"

한국인에게 짜파구리는 너무 익숙하다 못해 식상한 조합이기도 하다.

더구나 한국인은 ‘매운 맛’을 사랑하는 민족이다. 이에 해외 유튜버들은 한국인의 ‘구독’과 ‘좋아요’를 얻고 싶을 때면 ‘불닭볶음면 먹방’을 한다.

삼양식품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른 ‘불닭볶음면’은 이름 그대로 매우 매운 볶음 라면으로 한국인들도 먹기 어려워한다. 이에 짜장불닭볶음면, 까르보불닭볶음면, 마라불닭볶음면 등 불닭볶음면의 매운 맛을 조절한 여러가지 완제품이 존재한다.

다만 이미 짜파구리로 길들여진 사람들은 불닭볶음면을 다른 라면과 섞었다. 불닭볶음면은 먹고 싶은데 너무 매워서 포기하는 사람들이 짜파게티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시작한 것이다. 이 같은 불닭볶음면과 짜파게티의 조합은 ‘불닭게티’로 불린다.

불닭게티를 만드는 법도 짜파구리와 같다. 끓는 물에 면을 끓여낸 뒤 물을 조금 남기고 버린다. 이후 분말스프와 액상스프를 다 넣고 살짝 볶아내면 매운 냄새가 코 속을 넘나드는 불닭게티 완성이다.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대에 진열돼 있는 불닭볶음면 (사진=허운연 기자)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매대에 불닭볶음면을 비롯한 다양한 라면제품이 진열돼 있다. (사진=허운연 기자)

◆"오뚜기, 너는 계획이 다 있구나?"

짜파구리나 불닭게티는 필연적으로 2개의 라면이 필요하다. 2인분이라는 소리다. 비빔면류가 그렇듯이 1인분은 적고 2인분은 많다. 또 봉지라면으로 해먹으면 냄비와 그릇을 씻어야 하는 번거로움이 생긴다.

1인분을 원하고 설거지도 귀찮다면 오뚜기에 눈을 돌려보자. 오뚜기는 지난해 말 ‘콕콕콕’ 용기면을 두 개씩 섞은 신제품을 출시했다. 치즈볶이와 스파게티를 섞은 ‘치즈게티’, 짜장볶이와 라면볶이를 섞은 ‘짜라볶이’를 내놨다.

이미 인기가 있었던 레시피를 오뚜기가 상품화했다. 뜨거운 물 붓고 4분 기다렸다가 물을 버린 뒤 스프를 넣고 섞으면 모든 것이 끝난다. 편의점에서 만난 '짜파구리 매니아' 남소라(26세)씨는 “귀찮을 때는 컵라면이 최고”라며 “역시 갓뚜기”라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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