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윤현성 기자
  • 입력 2021.04.07 11:38

박범계 '피의사실 공표' 발언 비판…박 장관 "떳떳하면 외압으로 느낄 이유 없어"

박준영 변호사. (사진=박준영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윤현성 기자]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의혹 사건 수사 등과 관련해 "특정 언론을 통해 피의사실이 공표되고 있다"며 진상 확인을 시시한 것에 대해 박준영 변호사가 일침을 가했다.

재심 전문 변호사로 유명한 박 변호사는 7일 자신의 SNS에 '원칙 강조의 명암'이라는 장문의 글을 올려 전날 박 장관의 '피의사실 공표' 발언을 에둘러 비판했다. 박 변호사는 대검찰청 과거사진상조사단에서도 활동한 바 있다.

박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 금지의 '원칙'은 여러 이해관계에 따라 때로는 침묵 때로는 강조가 '원칙 없이' 이뤄지고 있다"며 "LH 사건과 같이 국민적 관심이 크고 비난 가능성이 클 때는 이 원칙의 강조가 뭇매를 맞는 게 현실이다. 그래서 이 원칙의 실효성과 부작용을 꼼꼼히 따져 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박 변호사는 검·경 등 수사 기관의 수사가 정권에 유리한지, 혹은 불리한지에 따라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한 태도가 달라진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서는 "2017년, 2018년 사법농단 수사 과정에서는 수사 상황이 거의 생중계되듯 언론에 보도됐는데, 이때도 피의사실 공표와 관련하여 여당, 법무부, 청와대는 침묵했다"며 "침묵하던 사람들이 2019년 조국 전 장관 수사 때 어떤 반응을 보였는지 다들 알고 있다. 한창 침묵하다가 거세게 반발한 것은 정치적 입장과 진영 논리가 반영된 '모순'이다"라고 꼬집었다.

또 박 변호사는 박 장관이 문제 삼은 김 전 차관 사건과 최근 전국민을 공분하게 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건 수사를 비교하기도 했다.

그는 "최근 LH 사건 관련 수사 상황 관련 보도가 거의 매일 나온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역시 수사 과정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는데, 피의사실 공표다"라며 "그런데 이에 대해 피의사실 공표 금지를 위반했다고 지적하는 목소리는 나오지 않는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2019년 3월말에 발족하여 두 달가량 활동한 김학의 전 차관 사건 수사단도 수사내용을 엄청 공개했다. 김 전 차관은 한때 권력자였지만 동영상이 공개된 후부터 지금까지, 그리고 앞으로도 한동안 온 국민의 비난대상이다. 피의사실 공표의 위법을 주장할 처지가 못 된다"고 덧붙였다.

박 변호사는 "권력형 수사가 생중계되는 것도 문제지만, 깜깜이로 진행되는 것에 대한 대책이 필요하다"며 "수사와 재판 결과가 진영논리 등 각종 이해관계에 따라 인용되고 해석되는 우리 사회의 여론 형성 구조를 이대로 둔 채, 권력형 사건의 수사 정보를 통제만 하려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특히 이에 대해서는 "이러니(통제만 하려 하니) 권력의 눈치를 보는 수사, 좋게 말하면 권력의 힘이 약해졌을 때를 기다려서 진행되는 수사가 있는 거 아니겠나"라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피의사실 공표로 인해 재판 전에 사실상 여론재판을 받는 경우가 많았고, 이로 인해 참혹한 비극으로 연결되는 경우도 많았다는 사실은 개혁의 방향, 궁극적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이상을 말해준다"며 "법무부 장관께서 원칙 강조의 모순과 개혁의 현실적 실천도 고민해 주시면 좋겠다"고 제언했다.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31일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YTN뉴스 캡처)
박범계 법무부 장관. (사진=YTN뉴스 캡처)

이러한 박 변호사의 글은 전날 박 장관이 김 전 차관 사건과 관련해 "특정 언론에 특정 사건과 관련해 피의사실공표라 볼 만한 보도가 되고 있다. 매우 엄중하게 보고 있고 묵과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질타한 것에 대한 비판으로 보인다.

박 장관은 "수사 목적을 위해 의도적 유출이나 피의사실 공표가 있다면 그 수사결과는 정당성을 훼손받을 것"이라며 "어떠한 조치의 예외나 제한을 두고 있지 않다"고 강조했다.

한편 박 장관의 발언 이후 일각에서는 피의사실 공표 진상 확인 발언이 수사팀에 외압으로 작용할 수 있고, 현 정권에 불리한 수사 때만 피의사실 공표를 문제 삼는 것 아니냐는 등의 지적이 이어졌다.

이에 대해 박 장관은 이날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면서 "수사 기법에서 떳떳하면 외압으로 느낄 이유가 없고, 수사를 못 하게 발언하거나 인사를 한 적이 없다"며 "야당일 때부터 이 문제(피의사실 공표) 문제를 자주 얘기했다. 과거에는 왜 가만히 있었느냐고 말하면 개혁은 영원히 없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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