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1.07.14 15:24

[뉴스웍스가 만난 사람] "매년 인상되면서 저임금 일자리 사라져…자영업자, 저소득층 전락 위기"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뉴스웍스 DB)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사진=뉴스웍스 DB)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은 코로나19보다 최저임금 인상이 더 무섭다고 한다."

지난 13일 뉴스웍스와 전화 인터뷰를 진행한 김태기 단국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이같이 말하며 최저임금 인상 결정에 우려를 표했다.

이날 새벽 확정된 내년도 최저임금은 9160원이다. 올해보다 5.1% 올랐다. 지난 5년간 최저임금 인상률은 41.6%로 박근혜 정부 33.1%, 이명박 정부 28.9%보다 껑충 뛰었다. 

김 교수는 "특히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이 입게 될 피해가 걱정된다. 이들은 오히려 최저임금 인하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과거 자영업자들은 중산층으로 분류됐는데, 요즘엔 저소득층으로 전락할 위기에 처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국내에서 손꼽히는 노동·경제 전문가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아이오와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시 노사정위원회 위원장, 한국노동경제학회 회장,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하기도 했다. 현재는 대한민국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해 각계각층 인사가 모여 만든 사회단체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을 맡고 있다. 

내년도 최저임금을 두고 논란이 첨예하다. 경영계와 노동계 모두 만족하지 못했다. 경영계는 '너무 많이 올랐다'고 신음하지만, 노동계는 '이 돈으로 살아보라'고 응수한다.

김 교수는 최저임금이 과도하게 인상됐다고 보는 쪽이었다. 그는 "최저임금은 노동시장 불평등을 없애고, 빈곤층을 줄이기 위해 마련된 제도"라며 "하지만 정부가 교육 훈련 등 적극적 노동시장 정책은 마련하지 않고,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에만 매달리니 오히려 역효과가 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저임금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근로시간이 줄어드는 현상이 생긴다. 결과적으로 저소득층이 더 힘들어지고 있다. '최저임금의 역설'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저임금위 공익위원들은 '코로나19 극복 후 경제가 회복될 가능성'을 고려해 이번 인상을 결정했다고 한다. 백번 양보해 경제가 회복된다 하더라도, 최저임금과 맞닿아 있는 취약한 부분은 회복되지 않을 것"이라며 "대한민국 경제는 양극화되어 있다. 수출 등의 분야는 회복될 수도 있다. 하지만 자영업자, 소상공인, 서비스업 등 현재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분야가 내년에 회복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부연 설명했다. 

최저임금 인상액이 적다고 주장하는 노동계에는 "저임금 근로자 입장을 생각하지 않아서 그렇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김 교수는 "양대 노총이 저임금 근로자 입장을 대변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임금 근로자 이야기를 하지만, 결국 대기업에 근무하는 고임금 근로자가 대다수인 조합원 입장에 설 수밖에 없다. 고임금 근로자들은 최저임금이 오르면 임금도 덩달아 올라가니 거부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김 교수는 현 정부의 공약인 '최저임금 1만원' 자체가 비현실적이었다는 지적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초부터 최저임금을 1만원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공언했고, 집권 첫해부터 최저임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하지만 경영계의 강력한 반발과 코로나19 등의 악재로 실현되지 못했다.  

김 교수는 "정부 최저임금 정책은 사실상 실패했다고 본다. 비현실적인 공약이었다"며 "대한민국 노동시장 이중구조는 단순히 최저임금 인상만으로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그런데 최저임금에만 모든 힘을 쏟고 정작 교육 훈련, 고용 안정 등 적극적 노동 정책은 뒷전이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김 교수는 현행 최저임금제도의 보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 최저임금 제도는 이미 고장 났다. 현실과 괴리가 크다. 최저임금 심의위원회가 심의를 한다는데, 사실상 심의가 없다.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대립만 하다 끝난다. 어제오늘의 이야기가 아니고 매번 반복된다"고 비판했다.

이어 "대부분의 나라는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해 국회에서 법을 통해 최저임금을 정한다. 우리나라처럼 매년 최저임금을 심의해 결정하는 나라는 많지 않다. 노동자와 사용자 의견을 받고 정부가 최종 결정하는 방식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기업, 중소기업의 차이도 구분할 필요가 있다. 기업 규모,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을 달리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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