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1.08.23 05:30

이영 "국제적 경쟁력 유지 수준으로 설정해야"…김상겸 "정부 '경제활력 개선 의지' 공식화 차원서 중요"

(사진·일러스트 제공=픽사베이)
(사진·일러스트 제공=픽사베이)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내년 3월 9일 제20대 대통령 선거가 치러진다. 미중 무역 갈등에 더해 코로나19로 인해 우리 기업들의 성장세가 주춤한 이때 '기업하기 좋은 나라를 만들겠다'면서 공약을 내건 대선주자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7월 26일 '2021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해 내년 1조5000억원 규모의 감세를 예고했다. 대기업의 세부담은 8600억원 가량 줄 것으로 보인다. 3년 만의 감세 단행에 대해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큰 규모의 세수감소는 아니다"라며 "세제 개편은 대체로 조세중립적이나 내용에 따라 세수 감소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고 증가하는 경우도 있다"고 설명했다.

감세에도 불구하고 기업 측은 법인세, 상속세 등의 추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0일 법인세와 상속세를 인하하고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완화할 것을 정부에 건의했다.

경총은 이번 세법 개정안에 대해 '긍정적'이라고 평가하면서도 "법인세나 상속세와 같이 경쟁국에 비해 기업들에게 과도한 부담을 주는 세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대책들이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OECD 평균 수준(21.8%)인 22%로 인하하고 현재 최대 60%인 상속세 세율은 OECD 평균(26.5%) 수준으로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8년 법인세 최고세율 25% 구간 신설…3%p 상향

법인세는 법인의 소득에 부과하는 세금으로 소득세, 부가가치세와 함께 3대 세목 중 하나로 꼽힌다. 우리나라의 법인세 과표구간은 2억원 이하 10%, 2억 초과~200억원 이하 20%, 200억원 초과~3000억원 이하 22%, 3000억원 초과 25% 등 4단계로 설정돼있다. 2018년 3000억원 초과 구간을 신설해 최고세율을 3%포인트 인상했다. 지방소득세 법인분을 포함하면 최고세율은 27.5%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법인세율은 OECD 38개국 가운데 8위 수준이다. 2000년 28위에서 2017년 19위까지 오른 뒤 2021년에는 8위로 4년 만에 11계단 상승했다. 우리나라 GDP 대비 법인세 비율은 2019년 기준 4.3%으로 OECD 평균 3%보다 1.3%포인트 높다.

김빛마로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우리나라의 법인세 명목세율은 OECD 평균을 상회하고 해외 주요국에 비해서도 높다"며 "법인세율 인상은 대체로 법인세 명목세율을 인하하는 국제적 추세와는 다소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가 법인세 명목세율을 인상한 것은 저출산·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재정의 역할이 필요하다는 정부의 인식에 따른 것으로 이해된다"며 "우리나라는 구조적 문제 대응에 필요한 재원을 조달하기 위한 수단으로서 상대적으로 조세저항이 낮다고 알려진 법인세를 활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자료제공=한국경제연구원)

◆여야 대선 후보자 '법인세 인하' 공약 발표…박진 "55조 규모 기업 법인세 한시적 인하·폐지"

대선 출마를 선언한 후보자들의 법인세 인하 공약도 속속 나오는 중이다. 일단 법인세 인하 공약은 야권에서 더 찾아보기 쉬운 편이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 예비후보로 등록한 박진 의원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OECD 평균 수준인 22%로 인하할 것"이라며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 도움이 된다면 연 55조원 규모의 기업 법인세도 한시적으로 인하 혹은 폐지하겠다"고 언급했다.

홍준표 의원도 '소득세·법인세 감세'를 주장했다. 홍 의원은 "세금 나눠먹기인 공무원과 공공부문 일자리가 아니라 민간 일자리 창출이 우선"이라며 "세제개혁과 불필요한 기업 규제 철폐로 민간 일자리를 대폭 늘리고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의 사다리를 놓겠다"고 강조했다.

지난 17일 대선 출마를 포기한 김태호 의원도 앞서 발표한 공약을 통해 "법인세 최고세율 25%는 최근 G7이 법인세 인하 경쟁을 막기 위해 합의한 글로벌 최저 법인세율 15%보다 한참 높다"며 "법인세 인하가 투자와 고용 확대로 이어질 수 있도록 기업들을 독려하겠다"고 말했다. 

복지 확대와 이에 따른 증세 등이 주를 이루는 여권에서도 법인세 인하 주장이 나왔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27일 경제공약을 발표해 "일자리 창출을 위한 법인세 감세,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득세 감세를 통해 기업 활력과 내수시장 확대를 동시에 추구하겠다"며 "법인세 감세는 해외자본의 국내 투자를 늘리고 중국 등 해외에 나가 있는 제조업 기업들의 리쇼어링을 확대하면서 해외투자를 고민 중인 국내 기업들의 국내 투자를 유도해 전체 투자유치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세균 전 총리도 '대전·세종·충청 메가시티를 중심으로 한 충청 신수도권 육성' 공약에서 "천안·아산 지역 대학 캠퍼스에 기업활동 공유 공간을 조성하거나 기업체를 이전하면 법인세를 감면하겠다"면서 조건부 인하를 언급했다.

이처럼 대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에서 법인세 인하 관련 공약이 나오고 있다. 다만 국세 수입에서 법인세가 차지하는 비중을 감안하면 인하로 가는 길은 쉽지 않아 보인다. 올해 1~6월 국세수입 181조7000억원 가운데 법인세는 39조7000억원 걷혀 21.8%를 차지하고 있다. 국세 수입의 5분의 1을 법인세가 충당하고 있는 셈이다. 

김상겸 단국대 교수는 "이론적으로 기업에 부과된 법인세 부담은 자본가는 물론 근로자, 최종소비자, 비법인 부분 등 기업의 활동영역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에게 전가되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며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결국 법인세는 일반국민들이 부담하는 세금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각국이 재정적자 심화에도 불구하고 법인세율을 경쟁적으로 인하하는 이유는 법인세 인하가 경제에 미치는 긍정적 효과가 경험적으로 인정됐기 때문"이라며 "법인세 완화는 기업의 투자여력을 향상시켜 투자촉진, 고용활성화 등에 유효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경제활력 개선을 위한 정부의 정책의지를 공식화한다는 점에서 그 유효성이 인정된다"고 덧붙였다.

이영 한양대 교수는 "법인세수의 비중은 대부분 국가에서 낮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높다"며 "성장과 분배의 균형적인 추구를 위해 법인세율은 국제적으로 경쟁력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설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자료 제공=픽사베이)
(자료 제공=픽사베이)

◆기업 "상속세 인하 필요"…유지 '소득 재분배' vs 폐지 '경제활력 기여'

상속세 인하 여부도 논쟁 중이다. 상속세는 증여세와 함께 부의 집중현상을 조정하고 소득재분배를 담당하는 조세로 평가된다. 다만 상속세를 폐지하는 것이 생산 증가와 고용 확대, 자본 축적 등을 통한 경제활력에 기여하고 장기적으로도 세수 증가를 유발한다는 주장도 있다.

우리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0%이다. 대주주 할증과세를 적용하면 최대 60%까지 상승한다. 다만 여러 공제가 많아 상속세의 실효세율은 2017년 기준 17.2% 정도이다. OECD 가입국 중 13개국은 상속세가 없고 가업승계 시 최고세율은 평균 26.5% 수준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우리나라 상속세의 건수 대비 과세자 비율은 2.5% 내외로 소수에게 부과된다. 2019년 기준 상속세 과세여부를 결정하는 피상속인수는 34만5290명 가운데 상속세 과세자 수는 8357명(2.42%)이다. 소수를 대상으로 하는 만큼 상속세가 전체 세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9%에 불과하지만 가업승계를 어렵게 만들기에 인하 요청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의 경우 55%의 상속세 최고세율을 적용하고 있으나 2018년 사업승계세제 특례조치를 통해 비상장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세부담이 실질적으로 없도록 상속세를 납부유예하거나 면제하고 있다. 1세(피상속인)가 2세(상속인)에게 가업을 승계할 때 일정 요건을 충족하면 2세의 상속세 납부가 유예된다. 유예 이후 2세가 사망하거나 회사가 도산한 경우(2세 경영 5년 이후), 3세에게 가업이 승계된 경우에는 2세가 부담해야 할 상속세가 면제된다.

우리나라도 가업상속공제 요건이 있으나 요건이 엄격하다. 2016년 76건, 2017년 91건, 2018년 103건, 2019년 88건, 2020년 106건 등 수요가 적은 편이다. 이에 기업에서는 가업상속공제 대상을 대기업까지 확대하고 최대 500억원인 공제상한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국내 주요 기업의 상속세 납부액을 살펴보면 고 이건희 삼성회장 상속인인 이재용 부회장 등은 12조원 이상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2018년 고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상속인인 구광모 회장 등은 9215억원을 상속세로 신고했다. 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상속인인 조원태 회장 등은 2700억원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기업 승계는 사주의 경영 유인을 강화하는 장점이 있다. 또 높은 수준의 상속세 부담은 외국 투기자본에 의해 경영권이 넘어갈 위험이 있다. 우리나라의 부가 국외로 유출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우리 사회에서 재벌 2세, 3세에 대한 이미지가 정경유착, 갑질 등으로 좋지 않다. 국민 감정이 상속세 인하에 걸림돌인 셈이다.

정부도 현재 상속세 인하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 이억원 기재부 차관은 삼성그룹 상속세 문제로 시끄러웠던 지난 4월 "적정한 수준의 상속세 부담이 과연 어느 정도냐는 부분에 대해서는 매년 정기국회에서 세법 논의 과정에서 충분한 토의가 이뤄지고 있고 그때 보면 완화해야 된다, 유지해야 된다, 강화해야 된다 등 다양한 의견들이 나오고 있다"며 "정부로서는 이러한 상황들을 고려할 때 상속세 인하는 별도로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언급했다.

하상우 경총 경제조사본부장은 "국내 투자환경 개선과 기업 경영의 영속성 제고를 통해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기업하고자 하는 의지를 고양시키기 위해서는 기업들이 체감할 수 있는 법인세·상속세 부담 완화가 절실하다"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고 우리 국민과 경제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조세정책 방향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과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