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1.08.25 11:00
국정 현안 이해·소통 능력·순발력 필요...오현철 "국민청원게시판 중요 사안에 직접 자주 답변해야"

[뉴스웍스=원성훈 기자] 국정의 최고책임자인 대통령이 밑바닥 민심을 정확히 읽고 그에 따라 필요한 정책 방향을 잡아 관련 부처에 실행을 지시하려면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채널이 확립되어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의 국정철학을 각종 회의 모두발언, 행사 축사, 대변인 발표, 개인 SNS 게시 등을 통해 전달하고 있지만 대부분 본인이 알리고 싶은 내용에 국한된다. 치적 홍보에 그치는데다 당초 의도와 달리 실패한 정책에 대한 진지한 반성도 나오지 않다보니 국민들의 관심도가 낮을 수밖에 없다. 국민들이 진정 바라는 바가 무엇인지를 실시간으로 파악, 국정에 반영하기위해 소통채널을 다양화하고 그 실효성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대통령은 '소통의 진정성'을 보여 줘야"
'국민들이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 의지와 역량을 높이 평가할 때 높은 신뢰를 낳게 되고 이것이 지지도의 증진으로까지 이어지는 경향을 보였다'는 연구 결과가 나와 있다.
이는 황성욱 부산대학교 신문방송학과 부교수를 비롯해 김태완 부산대 사회과학연구원 전임연구원 및 박혜빈 부산대 신문방송학과 박사과정의 3명의 학자가 공저로 펴낸 '국민 관점의 대통령 소통 평가 요인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와 지지도에 미치는 영향'(2017년) 이라는 논문의 연구 결과다.
이들은 "이 연구에서 중요하게 나타난 '대통령의 소통 역량에 대한 평가'는 가장 중요한 변인으로서 실무자들이 대통령에 대한 신뢰도 및 지지도 증진을 위해 주목하고 그의 소통 역량을 높일 수 있는 일련의 방안들을 제안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먼저 소통의 진정성을 보여 줘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책 이슈에 대해 다양한 집단과 계층, 국민들, 그리고 자신을 지지하지 않는 집단과 계층과도 소통해야 할 것이며, 정책 이슈에 대한 대응 메시지가 진정성 있고 국민들에게 쉽고 정확히 전달될 수 있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역량 면에서 대통령 자신이 소통에 필요한 자질을 잘 갖추고 구현하고 있는지, 청와대를 비롯한 참모진이 국민과의 소통을 위한 인적 자원과 매체 자원을 충분히 확보·운영하고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며 "대통령의 대국민 소통이 기자회견 및 언론을 통해 직접적으로 자주 그리고 정기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제언했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준비된 원고없이 93분 기자회견 소화
국가원수가 국민과의 소통의 통로로 기자회견을 잘 활용한 사례는 독일의 메르켈 총리에게서 찾아볼 수 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7월 22일(현지 시각) 독일 수도 베를린의 연방기자협회(BPK) 강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리 짜여진 각본없이 기자들에게 80분 간 질문을 받았고 늘 그랬듯이 메르켈은 준비된 원고가 없이 즉석에서 답변했다.
이날 그가 앉은 자리 앞에는 '메르켈 박사'라는 명패가 놓여 있었고 그는 과학자답게 숫자를 정확하게 제시했다. 홍수 높이를 설명하다가 8.8m라고 말했다가 곧바로 8.87m로 정정할 정도의 정확성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GDP(국내총생산)의 3.5%를 연구·개발(R&D)에 투자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이런 식의 자신감이 그의 언론관과 정치관의 단면이다.
그는 국정 현안을 놓고 쏟아지는 질문에 대해 막힘없이 설명했다. 기후변화 대책, 러시아와의 천연가스관인 '노르트스트림2를 둘러싼 논란을 비롯해 아프가니스탄 파병 등에 대해 자세히 파악하고 있다는 것을 입증했다. 메르켈은 93분에 걸친 회견을 마치면서 "언론인 여러분 고맙다. 기자회견이 나에게는 즐거움이었다"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 국정 이해도·순발력 갖춰
과거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기자회견도 미리 짜여진 각본이 없는 기자들의 '자유로운 질문'과 그에 대한 대통령의 '즉석 답변'으로 유명했다. 질문 내용은 현장 분위기에 따라 결정되고 수시로 변한다. '대통령이 기자와 대화하는 식'으로 회견을 진행되기 때문에 그 어떤 질문에도 답할 수 있는 '순발력'과 '국정에 대한 폭넓은 정책 이해도'가 필수다.
특히 우리나라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기자가 1, 2개 질문을 한꺼번에 하면 대통령이 이를 모아놨다가 답변하지만 미국에서는 대통령이 기자의 1개 질문에 답하면 그 기자가 이와 관련된 후속 질문을 하고 다시 대통령이 그에 대해 답변하는 쌍방향 소통 방식이다.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은 지난 2014년 11월 4일 중간선거 참패 후 다음 날 백악관에서 가진 회견에서 정권에 비판적인 폭스뉴스 기자가 "이제라도 공화당과 제대로 협력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따져 묻자 5분 여 간 얼굴을 붉혀가며 토론을 벌이는 풍경이 연출됐다. 오바마 대통령은 해당 기자가 질문을 이어가자 "다른 기자들도 질문하려고 계속 손들고 있으니 넘어가자"고 말하며 양해를 구했다.
이처럼 대통령의 기자회견이 수평적인 관계속에서 자유스런 질문과 답변이 오가는 것이 가능한 이유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메르켈 독일 총리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국정 전반에 대한 완벽한 이해'를 바탕으로 한 '실력'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을 대신하는 역할자인 언론에 대한 존중'이 그 바탕에 깔려있음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박근혜 전 대통령, 국민과의 직접 소통 부족
반면, 이와는 대조적인 사례도 있다.
한규섭 서울대학교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대표적인 경우로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를 분석했다. 한 교수는 '대통령의 소통 어떻게 해야 하나'라는 연구보고서(2017년)에서 "박 전 대통령이 어떤 형식의 소통방식을 선호했는지 살펴보면 기자회견이나 인터뷰 같은 쌍방향 소통은 극히 적었다"며 "반면 상대적으로 행사나 현장방문 등 언론에 일방향으로 노출되는 방식을 선호한 것으로 분석됐다"고 지적했다.
구체적인 수치를 통해 이를 증명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의 전체 일정 468건 가운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 것은 행사(126건·26.9%)와 현장방문(102건·21.8%)이었다"며 "이어 식사회동(15%)과 회의·회담(14.3%), 간담회(6.2%) 등의 순서였다"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행사와 현장방문은 미리 짜인 일정에 따라 움직이는 만큼, 돌발적 상황이 발생하거나 언론으로부터 돌발적 질문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따라서 대통령의 입장에서는 언론에 '원하는 방식'으로 '통제 가능한' 상황을 연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고 꼬집었다.
아울러 "변화한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런 쌍방향의 즉흥적인 소통을 잘 할 수 있는 능력이 성공하는 대통령의 필수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쌍방향 소통방식이라 할 수 있는 기자회견 또는 기자간담회 등 언론활동은 분석기간 3년 동안 3차례에 불과했다"고 적시했다.
◆문 대통령, '기획된 기자회견' 또는 '1대1 기자회견' 진행
문재인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와 본질적인 측면에서 별반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였다. 메르켈 독일 총리나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경우와는 상반되게 사전에 '철저히 기획된 각본에 따른 기자회견'이었거나 '정제되고 정적인 형태에서의 1대1 기자회견 형태'를 취했다.
이런 '기획성 기자회견'이 강화된데에는 지난 2019년 1월 10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생방송으로 진행된 대통령 신년 기자회견에서 김예령 경기방송 기자가 "경제현실과 여론이 냉담한데도 대통령이 경제기조를 바꾸지 않는 자신감은 어디에서 나오는거냐"라는 돌직구 질문 이후 강화된 것으로 보인다.
이후 문 대통령은 그해 5월 9일 KBS특집대담 '대통령에게 묻는다'에서는 당시 송현정 정치전문기자와 1대1 형식으로 진행했다. 그 이후의 기자회견은 그해 11월 19일 MBC미디어센터에서 가수 출신의 방송인인 배철수 씨가 진행하고 성별·지역·연령대 등을 안배한 300명의 국민과의 타운 홀 미팅 형식으로 치렀다.
하지만, 이때 MBC가 구성해놓은 온라인 참여 신청 양식을 보면 '대통령에게 직접 하고 싶은 질문'과 '대통령께 바라는 점'이라는 항목을 기재하도록 한데다가 나중에는 사전 전화면접까지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철저한 사전기획에 의한 국민과의 대화였다'는 얘기다. 문 대통령의 이 같은 방식의 '국민과의 대화 형태'는 박 전 대통령의 국민과의 소통 부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비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실제로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는 전임 대통령들에 비해 적은 횟수였다고 지적됐다. 최형두 국민의힘 원내대변인은 지난 1월 19일 논평에서 "김대중·노무현 150회, 이명박 20회, 문재인 6회"라며 "전임 박근혜 대통령과 비슷한 기자회견 횟수였지만 박 전 대통령이 언론인 초청 간담회를 여러 차례 했던 것을 감안하면 그 수치보다 못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기자회견 횟수는 5회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신업 "요식적 기자회견으론 국민과 쌍방향 소통 불가능"
'대통령과 국민과의 소통'과 관련, 바른미래당 대변인을 지냈던 강신업 변호사의 언급은 새겨볼 부분이 있다. 그는 23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정치의 목적은 '생민(生民)'이고 정치의 방법은 '소통'"이라며 "정치지도자와 국민 간에 쌍방향 소통이 잘 이루어지면 정치는 정상 작동된다. 그래서 정치지도자는 언로를 늘 열어 놓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통령이 기자회견을 멀리하거나 질문자와 질문 내용을 미리 정해놓고 하는 식의 요식적인 회견을 하게 되면 그 순간 국민과의 쌍방향 소통은 불가능해진다"며 "이렇게 되면 대통령과 국민 사이에 큰 벽이 생기고 대통령의 정치가 국민과 동떨어진 일방적인 것이 되고 만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것은 대통령과 국민 모두에게 비극"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철 전북대학교 사범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는 2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대통령이 기자회견에서 사전에 질문할 사람을 선정해놓는 것은 가장 나쁜 방식"이라며 "민주주의는 자유로운 의사소통이 기본이고 자유로운 의사소통을 하려면 어느 자리에서건 책임있는 모든 국민이 자유롭게 의사소통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사전에 정해진 기자에게 사전에 정해진 질문을 하라는 것은 '내가 대답하고 싶은 것만 말하겠다'는 뜻이다. 이것은 민주국가의 지도자가 취할 자세가 절대로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대통령이 선출되면 사전에 각본이 짜여진 그런 기자회견은 사라져야 한다"며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이 자유롭게 질문하고 특히 답변만 하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면 토론까지 하는 그런 기자회견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그는 '대통령과 국민 간의 소통의 형식'으로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을 제대로 활용할 것을 제안했다. 그는 "문 대통령이 최근 들어 4년 만에 처음으로 직접 답변했다. 그것을 왜 4년 만에 이제 직접 대답하는지 모르겠다"며 "중요한 사안이 있으면 100일 만에 하거나 굳이 날짜를 정하지 않더라도 일정 기간 간격으로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답변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국민들 입장에서는 대통령의 대리인이 나와서 답변하는 것과 대통령이 직접 답변하는 것의 무게감이 현저히 다르기 때문"이라며 "봉건 왕조 시대 때라면 왕이 정승이나 판서 시켜서 대신 답변했겠지만 지금처럼 정보화된 민주화 시대에는 그렇게 해서는 안 된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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