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한동수기자
  • 입력 2016.05.10 14:43
동네 상권안에 들어 온 개인사업자 제과점. 평일저녁 텅비어있는 모습이다.

시장은 진입이 쉬워야하고 성장에 제한이 있어선 안된다. 

이와함께 시장내 구성원들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규제도 공존해야 한다. 과점이나 독점이 불공정한 행위에의해 이뤄진다면 시장을 지키고 피해자를 구제할 수 있는 장치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규제란 얻는 것이 있으면 잃는 것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규제를 만드는 입법‧행정기관은 민심의 끝자락까지 잘 읽고 살펴야 한다.

생활경제 부문에 두가지 진입장벽 규제가 있다. 불편해하는 이가 있는반면 이로인해 득을 보고 있다는 사람도 있다. 따라서 규제는 철폐보다 보완이 중요하다. 시장안에서는 두루두루 편하고 자유로워야 하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는 대기업과 자영업자들의 동반성장을 위해 마련됐다. 시행이후 여러 장점도 부각되고 있지만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택배증차규제 역시 화물운송 개인사업자 보호를 위해 시행되고 있다. 이 규제가 시행된 후 개인사업자들이 보호되고 있는지, 아니면 오히려 개인사업자들이 지입차량 운전자로 일하면서 아르바이트 수준의 최저임금 생활자로 전락한 것은 아닌지 살피는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규제는 사회변화와 경제 성장 속도에 맞춰 보완돼야 하기 때문이다.

동반성장을 위한 규제의 효과

중소기업 적합업종 규제는 대기업이 동네 상권에 침투해 소상공인들의 먹거리를 뺏어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됐다. 정부는 우선 중소기업 적합업종을 선정했고, 선정된 업종에 한해 대기업의 사업확장을 자제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다. 

지난 2013년 외식업과 베이커리(제빵)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됐다. 이후 CJ 푸드빌은 외식업인 '로코커리', '피셔스마켓', '씨푸드오션'을 시장에서 철수했고, 파리바게트의 경우 국내 3,000여 개 가맹점을 보유하며 빠르게 확장됐으나, 2013년 이후 30여개 가맹점만 늘어나는데 그쳤다. 

동네 빵집들은 환영했다. 파리바게트나 뚜레주르와 경쟁을 피할 수 있게됐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몇년이 지난 후 문제점들도 드러나기 시작했다.

그 후 3년...드러난 문제점들 많아

업계 관계자들은 중소기업적합업종 시행 후 오히려 자영업자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커졌다고 지적한다.

예전 같으면 제빵 기술이 없는 은퇴자가 빵집 운영을 결심했다면 프렌차이즈 업체와 손을 잡으면 됐다. 그러나 이제는 ▲기술이 없으면 기술자를 구하거나 직접 기술을 배워야 한다. 게다가 ▲틈새를 노린 외국계 프랜차이즈 빵집들이 골목 상권까지 진입하기 시작해 오히려 동네 개인 빵집 영업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권리금 인상 효과도 간과했다. 동네 상권보호를 위해 시행된 조치인데, 기존 매장들의 권리금이 크게 올랐다. 이는 지난 2013년이후 프랜차이즈 가맹점들의 동네상권 진입이 어려워지자, 기존 매장들이 권리금과 함께 임대료도 크게 올렸기 때문이다. 이래서 수도권 상권에서 중소기업적합업종규제는 자영업자 보호가 아니라 동네 상가건물주들의 배만 부르게 해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지경이다.

▲경쟁력 악화도 문제다. 또 다른 중소기업적합업종인 막걸리나 LED 전구 같은 경우 대기업이 빠지면서 중소기업들만으로 시장을 주도하지 못하고 결국 폐업한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프랜차이즈 업계의 한 관계자는 “규제가 디테일하면 오히려 약자를 보호하려는 규제로 또 다른 약자를 양산할 수 있다”며 “시장 상황에 맞춰 보완이 이뤄진다면 진정한 상생의 길을 찾을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동네 상권의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구분할 것이 아니라, 일정한 거리를 두고 같은 업종이나 업체들의 입점을 막는 기존의 규칙들을 잘 지키면 중소기업적합업종 규제 이상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는 얘기다.

택배증차 규제 후유증...'지입차 운전자의 눈물'

관련업종 종사자가 아니라면 잘 모르고 지나갈만한 규제가 있다. 택배증차 규제가 그것이다. 대기업의 택배사업 확대를 막고 퀵서비스 등 택배관련 개인사업자들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증차를 제한하기 위한 규제다.

규제 시행 후 제대로 살피지 않은 것들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화물운송업을 하는 개인차량소유자들(개입사업자)에게 홍보‧마케팅 등 경영지원 부문이 미비하다는 것을 살피지 않은 것이다.

대기업 택배 회사의 차량증차는 제한돼있고, 주문 시스템을 제대로 갖추지 못한 개인사업자들에게 주문은 들어오지 않는다.

결국 개인차량 사업자들은 영업차량이 부족한 대형 화물운송회사로 들어간다. 이것이 ‘지입차’ 사업이다. 이들은 중간에 중개수수료 등을 떼어내고 하루 10시간넘게 일하고 최저임금 수준의 수입을 올리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택배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 회사에 증차를 시켜주고 현재 지입차를 운영하는 운전자들이 대형업체 소속이 된다면 상생할 수 있는 길이 열리고 지입차 운전자들의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지입차 운전 경력 3년째인 A(52)씨는 “지입차 운전자들역시 안정된 직장을 바라고 항상 대형 화물업체에 자리가 나지 않을까 기다리고 있다”며 “우리같은 자영업자를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중소기업적합업종규제 같은 것이 오히려 우리의 삶을 힘들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시장을 제대로 살피지 않고 시행되고 있는 규제라면 당장 뜯어 고쳐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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