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우성숙 기자
  • 입력 2022.01.27 00:01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 외벽 붕괴 사건 현장. (사진=원성훈 기자)
광주광역시 화정동 현대아이파크 아파트 건설현장 외벽 붕괴 사건 현장.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우성숙 기자] 오늘(27일)부터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소홀히 한 경영책임자는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을 내야한다. 사업장 내 안전·보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 사망·사고 등 중대재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책임자까지 처벌할 수 있도록 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되기 때문이다.

이 법은 안전문화를 확산시켜 궁극적으로 노동자 안전을 보장하기위해 만들어진 것으로, 산업현장 전반에 안전문화가 정착될 것이라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하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모호한 표현 때문에 법해석을 둘러싼 잡음이 끊이지 않고, 법의 실효성을 의심하는 회의적인 시각도 많다는 점은 시정해야할 과제로 꼽힌다.

먼저 경영계는 법률 규정이 불명확해 당분간 현장의 혼란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무엇보다 의무 주체 및 이행 방법에 대한 명확한 지침이 없는데다 모호한 표현이 주를 이루고 있어 어찌해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사업주 안전·보건 확보 의무 중 '업무 총괄·관리 전담 조직 설치'에 대해서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규모 등을 고려한 합리적 인원으로 구성'하라고 하고, 관련 예산 편성에 대해선 '사업 또는 사업장 재정 여건 등에 맞춰 합리적으로 필요한 예산을 편성'하라고만 지침을 내린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이는 안전·보건 확보를 위해 필요한 기준과 조치를 기업이 알아서 하라는 의미여서 기업들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처벌 대상에 대한 구분이 모호하다는 것도 문제다. 중대재해처벌법 2조 9호에 따르면 처벌 대상이 되는 경영책임자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다.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은 회사의 대표 등으로 해석되지만,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다. 이 때문에 경영계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여론이나 정치적 필요에 따라 처벌 대상을 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걱정하고 있다.

노동계에선 아직도 많은 노동자가 법의 사각지대에 남아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번에 시행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이상 사업장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다. 중대재해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50인 미만 사업장은 2년 유예기간을 둬 오는 2024년 1월 27일부터 적용되고, 5인 미만 사업장은 아예 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한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노동계는 또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 뇌심혈관 질환 등이 빠진 점, 소위 '바지 사장'을 내세워 경영책임자가 처벌을 피할 수 있다는 점 등도 고쳐야할 대목으로 지적하고 있다.

경영계와 노동계의 우려의 목소리는 일리가 있다. 이런 우려는 상황에 맞게 고치면 된다. 하지만 중대재해처벌법이 산업재해 문제를 본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비책(秘策)'인가는 다시 생각해볼 대목이다. 산업재해를 줄이려면 노동자의 숙련도와 전문성을 높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해서다. 이는 노동자에 대한 지속적인 교육 투자 없이는 불가능하다. 책임경영자에 대한 처벌만으론 결코 산업재해를 줄일 수 없다. 처벌 보다는 숙련공 양성이 우선되어야 한다는 인식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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