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6.23 12:29
김병준(왼쪽부터) 국민대 명예교수와 김태흠 충남지사 당선인, 김영록 전남도지사,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22일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맞기 위한 과제를 논의하고 있다.(사진제공=시도지사협의회)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자율과 책임의 지방자치를 실현하기 위해 헌법 전문에 지방분권국가임을 선언하고, 중앙정부는 지방정부를 믿고 대폭적인 권한 이양을 해야 한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균형발전을 위해 지역소멸대응기금을 10조원 규모로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지방소비세를 확충하면서 감소한 지방교부세 감소분을 반드시 보전해 균형발전 재원으로 사용되도록 해야 한다." (김영록 전남도지사) 

"외교, 안보, 국방 및 고속도로 건설과 같은 것은 중앙이 담당하지만 다른 것은 지방이 처리하도록 근본적 자치기반을 확충하고 15년~20년을 보는 중장기 계획을 세우고 차근차근 추진하고 실행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김태흠 충남도지사 당선인).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와 한국행정학회가 지난 22일 여수엑스포컨벤션센터에서 '어디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 : 시·도의 역할과 과제'라는 주제로 개최한 시도지사 라운드 테이블에서 나온 발언이다.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한 '지방시대'를 실현하려면 지방정부가 스스로 행정력을 펼칠 수 있도록 권한을 대폭 키워주고 이에 걸맞는 세원 기반도 확대해달라는 요구로 집약된다. 

통상 A급 인재 유치의 남방한계선으로 경기도 판교~동탄 부근이 거론된다. 서울과 주변 지역으로 돈과 사람, 투자기회가 몰리면서 '수도권 공화국'은 갈수록 공고화되고 있다. 수도권 전입에 따른 1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이 지역에선 주택 공급을 늘려도 계속 모자라는 반면 지방에선 번듯한 직장을 얻기도, 결혼하기도 힘들어 빈집만 쏟아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눈앞에 닥친 지방소멸을 막기위해서라도 전국 어느 곳에서나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열어야한다는 원칙에 누구나 공감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특히 이철우 지사가 "진정한 공간적 정의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방 낙후의 악순환을 끊어야만 한다. 그래야 지방이 발전하고 국가경제가 재도약하는 기반이 된다"고 강조한 것이 주목을 끈다. 대체로 시와 군 지역은 수도권에 비해 변변한 병·의원이나 대중교통, 극장 등 문화시설이 태부족하다. 인구가 적다보니 이런 서비스가 작동되기 어렵고 핵심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보니 인구가 빠져나가고 집값도 하락하는 쳇바퀴가 돌아가는 것이다. 

이에 앞서 이시종 충북도지사는 "인구 중심의 단원제 국회는 중앙정부를 상대로 국정을 논의하는 국회이다 보니 중앙정부를 대변할 수밖에 없다. 지방자치·균형발전을 대변할 보루인 지역대표형 상원제 국회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강조했다. 민선 1~3기 충주시장을 역임한데 이어 민선 5~7기 충북도정을 책임지는 등 공직에서 50년을 활동한 이 지사는 시도지사협의회 6월호 분권레터에 올린 '영원한 지방자치와 균형발전의 길'이란 기고에서 "2020년 충북도의 국비보조사업은 총사업비의 70%를 차지하고, 해마다 급증하는 중앙의 공모사업은 지방을 중앙의 생각에 예속시킴은 물론 창의성 없는 행정을 수행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신중앙집권시대' 본격 개막을 강도 높게 비판한 바 있다.

광역단체장들의 고언대로 지방시대를 진정으로 개막하려면 권력구조 변화가 핵심이다. 중앙정부 중심에서 지방정부 중심으로 옮기는 분권형 개헌에 성공한다면 한국도 독일처럼 각 지역별로 연구개발능력이 출중한 대학과 임직원에게 많은 월급을 제공하는 기업을 균형 있게 갖춘 나라로 변신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될 것이다.

다만 실현 가능성을 따져보면 아직 회의적이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이후 청와대(용산 대통령실)와 국회의사당을 중심으로 포진한 중앙정치세력들이 기득권을 과연 내놓겠는가. 역대 정부마다 추진을 강조했던 헌법 개정은 그때 마다 닥친 각종 위험 극복을 이유로 유야무야되기 일쑤였다. 국민연금 개혁이란 핵심 대선공약을 실행해야할 윤석열 정부 역시 복합경제위기 국면에서 국회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야 할 개헌 작업에 당장 나설 유인이 적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7월 1일 취임하는 민선 8기 단체장들은 '내각제 개헌' 또는 '지방분권 연방제 정부형 개헌' 등을 시도할 동력을 마련하는데 발벗고 나서야 할 것이다. 무엇보다 지역주민은 대폭 줄었는데도 담당 행정 공무원은 더 늘어난 시·군은 인력 재배치 등으로 주민은 물론 중앙정치권으로부터 믿음을 얻어야 한다. 서울 자치구라면 거의 다루지 않는 아프리카돼지열병, 구제역, 조류인플루엔자, 멧돼지 관리, 설해, 홍수, 가뭄 등 업무가 산적하다는 핑계만 댈 일이 결코 아니다.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재정지원 확대를 요구하기 앞서 인력과 조직 운영에서 효율성을 높이고 기업 유치를 통한 자주 재원 확충에 집중해 소기의 성과를 거두어야 한다. 이런 집단적인 노력을 통해 국민으로부터 신뢰를 확보하고 지방분권 강화의 절박성에 대한 확신도 얻어야만 ▲국세와 지방세 비중 5대 5로 조정 ▲교육자치와 지방자치 일원화 ▲중앙부처마다 권한·재정의 지방이양에 관한 기본계획 수립과 이행 실적 국회 보고 등 개혁과제에 대한 논의가 시작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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