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3.12.27 15:38

가스공사 구축·운영 배관망 사업에 '민간 첫 투자' 이뤄질 수 있어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공동 구축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공동 구축 포럼’ 참석자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여수·광양만권은 탄소중립이 절실한 지역이다. 이곳에 석유화학 플랜트, 석탄발전소, 광양제철소 등이 밀집돼 있어 전국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8%가 나오기 때문이다. 탄소 감축을 위한 획기적 대안을 마련하지 못한다면 장차 막대한 돈으로 배출권을 사야만 공장 가동이 가능해진다. 입주 기업과 지역 생존을 위한 해법으로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배관망 공동 구축' 사업이 주목받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지난 40여년 간 정부와 국가공기업인 한국가스공사의 주도 아래 초기 인프라 투자가 이뤄진뒤  천연가스가 안정적으로 공급되고 있다. 다만 가스공사라는 단일 기업이 가스 공급과 전국 배관망 구축, 운영 관리를 맡으면서 독과점의 폐해가 드러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아울러 자율경쟁이 이뤄지는 해외 주요 가스시장에 비해 자원 개발, 민간의 가스 인프라 투자, LNG 트레이딩 산업 성숙도 등에서 효율성과 유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공동 구축  포럼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공동 구축  포럼에서 개회사를 낭독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주철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6일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공동 구축 포럼’에 참석, “여수 지역에 청정가스 허브를 조성해 남해안 지역까지 배관망을 연결하면 각 지역의 과잉중복 투자를 방지하고 시설 이용료도 줄어들어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갖고 수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영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구축은 국가균형발전은 물론 우리나라가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하영제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구축은 국가균형발전은 물론 우리나라가 에너지 분야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갖는 역사적 의미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하영제 무소속 의원도 이날 “새해 착공에 들어가는 여수~남해 해저터널 사업과 같이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구축 사업을 시작한다면 국내외 에너지 분야에서 확실한 탄소중립을 위한 토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남해권은 탄소중립 이행을 위한 브릿지 연료로 LNG, 혼소발전과 넷제로 달성을 위한 수소·암모니아,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 대응을 위한 이산화탄소 포집 수요가 많은 지역이다. 향후 청정가스가 순조롭게 공급되려면 에너지 허브 신설을 통해 배분하거나 수요처별로 개별 터미널을 구축해야 한다.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사업의 거점으로 관심을 끄는 곳이 매립이 완료된 여수 묘도다. 한양과 GS에너지 등 민간기업과 발전공기업 등이 묘도 312만㎡와 여수국가산업단지 일원에서 에코 에너지 허브 조성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림제공=전라남도 에너지산업국)
(그림제공=전라남도 에너지산업국)

수소·암모니아 터미널과 CCUS(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터미널,  전용항만으로 이뤄진 탄소중립 에너지 클러스터를 구축하는데 4조원을 투자할 방침이다. CCUS는 이산화탄소가 생산되는 근원지에서 방출을 막고 필요한 곳에서 쓰거나 지하에 저장하는 기술을 말한다. LNG 터미널 구축, 천연가스 발전단지, 수소 연료전지 등 그린에너지사업에 8조원, LNG거래소 등 LNG 금융 허브 조성, 데이터 센터, 냉열이용사업 등 글로벌 에너지신사업 허브 조성에 3.5조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총 15.5조가 들어가는 대규모 프로젝트로서 생산유발효과는 31조원, 고용유발효과는 14.3만명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완공 목표연도인 2030년까지 제대로 집행된다면 여수에서 하동, 삼천포에 이르기까지 지역경제가 살아나는 것은 물론 양질의 일자리도 많이 생길 수 있다.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이 26일 "국내 에너지 산업이 에너지 안보와 수급 안정이란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수출동력이 되는 새로운 미래 모습을 그려보자"고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이 26일 "국내 에너지 산업이 에너지 안보와 수급 안정이란 보조적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수출동력이 되는 새로운 미래 모습을 그려보자"고 밝히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김창규 민간LNG산업협회 부회장은 이날 “1%대 수준으로 추락한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새로운 성장동력을 요구한다”며 “국내 기업들의 배터리 및 에너지 저장장치, 신재생에너지와 수소 경쟁력을 감안할 때 에너지 시스템 산업에서의 글로벌 시장 진출과 성장잠재력은 매우 높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이어 “새 성장동력으로 에너지 산업을 구축하려면 에너지 파트너십을 강화하고 그린 ODA를 확대하는 점증적 접근에 머무르지 말아야 한다”며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구축이나 에코 에너지 허브 구축 등 더 과감한 에너지 아젠다를 개발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7월 ‘에너지신산업 글로벌 강국 도약이란 비전’ 아래 해저케이블, ESS 시스템, 원전, 수소연료전지 등 에너지 분야 수출을 2030년까지 2배로 늘리겠다는 내용의 '에너지 신산업 수출동력화전략'을 발표한 것을 감안할 때 타당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그림제공=강근식 삼일회계법인 이사)
(그림제공=강근식 삼일회계법인 이사)

강근식 삼일회계법인 이사는 이날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 배관망 구축 필요성 및 타당성’ 발표를 통해 “(묘도) 에너지 허브는 집적화된 대규모 인수터미널을 중심으로 청정가스를 도입하고 통합배관망을 통해 다수 수요처에 공급하는 개념으로 규모의 경제 효과가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그는 “에너지 허브를 구축하는 건설비는 3조8000억원으로 여수산업단지, 하동, 삼천포에 인프라를 개별적으로 구축하는 비용인 5조1000억원보다 30% 가량 싸다”고 밝혔다. 아울러 ▲유럽 2위 수소 에너지 생산국인 네덜란드 그로닝겐 지역의 ‘Netherlands Hystock Project'처럼 수소 공급가격 경쟁력 확보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힘든 산업의 이산화탄소 포집 수요를 집적화해 100㎞ 이상의 통합배관망을 구축하는 그리스의 ’APOLLOCO2'와 같이 산업경쟁력 증대 ▲사회기반시설 연계 용이 ▲입지 특성에 따른 안전성 확보 ▲국가기간망 효율성 제고 등의 이점도 갖는다고 설명했다. 

여수·광양 수소배관망 구축 (사진제공=전라남도 에너지산업국)
여수·광양 수소배관망 구축 (사진제공=전라남도 에너지산업국)

전라남도는 묘도를 중심으로 여수산업단지와 광양제철소에 수소를 공급하는 배관망 구축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광양항을 글로벌 스마트 항만으로 조성하고 묘도에 에니지 허브를 구축하는 것은 2022년 7월 새정부 국정과제 공약에 반영된 바 있다. 생산, 저장, 운송, 활용 등 전 주기에 걸쳐 청정수소 생태계를 만든다는 에너지정책에 따른 프로젝트다. 

2022년 10월부터 지난 7월까지 전남도, 여수·광양시, 여수광양항만공사, 포스코, GS칼텍스, 한양, 남해화학, 삼성물산 등 9곳이 사전 기본구상 용역에 4.5억원을 지출한 바 있다. 전남도는 국비 3억원을 지원 받아 지난 5월부터 내년 3월까지 배관망 구축 타당성 용역을 진행 중이다. 이 조사에서 타당성이 있다고 분석되면 정부에 내년 12월까지 예비타당성조사제도 대상 사업으로 선정해달라고 건의할 계획이다.

주민거주지로부터 떨어져 있는 섬을 에너지 허브로 쓰면 암모니아와 LNG 탱크 설치에 따른 민원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배관망을 지상에 아닌 해저에 설치할 경우 주민 소유 시설 통과에 따른 인허가 절차를 밟지 않아도 되고 지역주민이 반발할 가능성도 낮아진다. 남해권 전반의 관련 수요를 최대한 끌어모아 터미널과 통합배관망을 깐다면 중복투자 방지, 탈탄소 효과 증가에 따른 산업경쟁력 증대, 구매 협상력 강화 등이 기대된다.

통합배관망 구축 필요성. (그림제공=강근식 이사)
통합배관망 구축 필요성. (그림제공=강근식 이사)

무엇보다 남해안 청정가스 통합배관망 공동 구축 사업은 그동안 한국가스공사가 주관해오던 배관망 구축 사업을 민간기업과 연계하여 투자하는 첫 비즈니스가 될 수 있다는 점에 큰 의미가 있다.

이산화탄소가 많이 발생하는 여수산업단지에서 LNG 및 수소·암모니아 발전이 본격화되면 이산화탄소 절감과 이산화탄소 포집으로 환경이 보호될 수 있다. 이를 통해 동북아 에너지 허브 건설의 기틀이 마련되는 효과도 기대된다.

가스공사가 배관망을 독점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하는 체제가 바뀔 수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민간기업의 자발적 투자를 통해 배관망 시장이 효율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