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6.27 16:48
롯데마트 화정점에서 진행 중인 물가안정을 위한 농축수산물 할인행사 포스터. (사진=허운연 기자)
롯데마트 화정점에서 진행 중인 물가안정을 위한 농축수산물 할인행사 포스터. (사진=허운연 기자)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소비자물가가 무섭게 뛰고 있다. 그야말로 광란의 질주다.

지난해 10월 처음으로 3.2% 오른뒤 5개월 연속 3% 상승세를 유지해오다가 지난 3월 4% 고지에 진입한데 이어 5월에는 5%를 넘어섰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6월 또는 7~8월엔 6%대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했다. 미국은 지난 3월부터 8%대의 물가상승률을 3개월째 유지하고 있다. 경제주체마다 재화와 서비스 값을 앞다퉈 올린다면 한국도 물가가 6%는 물론 7% 이상으로 오르는 것도 시간문제일 뿐이다. 

이처럼 물가가 앙등세를 보이는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장기화로 원자재가격 앙등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의 지원을 받는 루간스크인민공화국(LPR)군이 우크라이나 루간스크주의 도시 세베로도네츠크와 주변 지역을 점령함에 따라 러시아의 동부지역 장악 작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지만 언제 휴전이나 정전협정을 맺을지 불투명하다. 인도와 중국 등이 상대적으로 값이 싼 러시아산 에너지를 앞다퉈 수입하면서 러시아의 주머니 사정은 오히려 나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작 고물가로 인해 초조해진 쪽은 민주주의가 작동되는 서방진영 지도자들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주도하는 프랑스 여권은 19일 치러진 하원 결선투표에서 과반수 의석 확보에 실패했다. 집권세력이 과반 의석을 얻지못한 것은 20년 만에 처음이었다. 살인적인 물가 상승에 따른 민심이반과 야당의 포퓰리즘 공약이 주효했다고 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물가를 잡는데 실패한다면 11월 중간선거에서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서방세계의 이같은 약점을 간파하고 있는 러시아는 최대한의 이익을 얻기위해 주판알을 튕길 것이다. 민주주의진영에 불리한 결과로 이어질 공산이 적지 않다.

경제사령탑의 고물가 경고까지 나온 만큼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7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리는 ‘빅스텝’에 나설 확률은 한층 높아졌다. 부족한 원자재를 단기간에 늘릴 획기적인 수단은 없다. 통화당국이 공급 증대가 빨리 이뤄질 수 없는 현실을 감안, 돈을 빌리는 값을 높이면 고액자산가나 이익잉여금을 쌓아놓은 일부 대기업을 제외한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은 대출 원리금을 갚느라 소비를 줄이게 된다. 수요 위축이 이어지면 재고 증가 부담으로 공급업자도 상품값을 더이상 올리기가 힘들어진다. 이처럼 경기 희생을 수반하는 긴축 조치는 제때 단행되어야만 기회비용을 줄이면서 정책 효과도 높일 수 있다.

이같은 판단에 따라 8월 금통위에서도 기준금리가 0.25%포인트 이상 인상될 수 있다. 이리 되면 8월 기준금리는 2.5%에 이르게 된다. 연내 3.0% 수준까지 오를 수도 있다. 이로 인해 경기둔화가 본격화되면서 국내 수요 감소폭은 더 커질 우려가 높다. 앞으로 국채 원리금 상환 부담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유지하는 일본을 제외하고 선진국들마다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높아 글로벌 경기둔화는 불가피하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셈이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의 휴전 협정 체결 등 반전의 계기가 마련되지 않는 한 대한민국은 보다 힘든 3분기, 4분기를 맞게 될 것이다.

고금리시대를 맞아 기업은 유동성 확보에 나서고 원가 절감과 가성비 높은 신제품 출시로 자체 경쟁력을 강화해야한다. 개인도 씀씀이를 최소화하고 가외수입 전선에 뛰어들면서 경기가 상승세로 전환하고 금리도 하락세로 전환할 때까지 버티고 또 버티어야할 것이다. 다행히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국회가 개원하는대로 관련 법을 개정, 유류세 탄력세율 범위를 현행 30%에서 50%로 확대할 방침이다. 다만 민생경제를 위해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행동에 옮긴다해도 관련 법안 처리에 적지않은 시간이 걸릴 것이다.

세율 인하, 유통구조 개선, 담합 근절 등 정부당국의 물가안정 조치와 함께 국민 모두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에 편승하지 않으려는 노력할 필요성이 크다. 독과점 지위에 있는 특정 대기업이 물가 급등을 이유로 임금을 대폭 올려달라는 노동조합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한다면 상품 가격 인상에 나설 수밖에 없다. 시장지배력이 큰 기업들마다 이런 식으로 부담을 전가한다면 대다수 국민들의 고통은 커질 것이며 해당 기업 근로자들 역시 임금이 올라본들 소비여력은 그리 나아질 수 없다. 자신만 살겠다고 가격을 올린 여파는 결국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뿐이다.

원가상승 요인이 있더라도 가격 반영을 조금이라도 늦추고 비용흡수 노력을 강화하고 생산성을 더 높여 물가안정에 기여하는 ‘착한 기업’과 비상상황을 맞아 임금 인상 요구를 자제하거나 최소화하는 ‘착한 노조’가 나오기를 기대한다. 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에 이어 세 번째 복합경제 위기를 맞아 모든 경제주체가 '함께 살자'는 각오로 힘을 합친다면 고통의 기간이 단축되고 그 정도도 줄어들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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