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7.25 11:34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권영세(왼쪽)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제20대 대통령실)
윤석열 대통령이 22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집무실에서 권영세(왼쪽) 통일부 장관으로부터 통일부 업무보고를 받고 있다. (사진제공=제20대 대통령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한반도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엇갈리는 지정정학적인 요충지였다. 중국인들은 한반도를 자신의 수뇌부를 때릴 '쇠망치'로 여겼고 일본인들은 자신의 심장부를 노리는  '단도'로 생각했다고 한다. 러시아에게 있어 태평양으로 나아가는 '길목'이었고 미국에게는 러시아와 중국의 대양 진출을 견제하는 '교두보'로 인식됐다.  

한반도는 주요 강대국 간의 국가이익이 언제라도 다시 부딪힐 수 있는 곳이다. 현재 중국에 있어 북한은 미국와 일본, 한국으로 이어지는 자유민주주의진영으로부터 사회주의체제를 지켜줄 '완충지대'이다. 미국과 일본 입장에선 대한민국은 중국과 러시아 동맹세력의 팽창을 막아주는 '방파제'이다.

전쟁이 없는 평화로운 세계는 꿈과 이상에 불과할 뿐이다. 인류 역사는 잔인하고 처절하며 냉엄한 전쟁의 연속이었다.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는 국제사회 현실에서 무엇보다 국가 영토를 보전해야만 국민의 안전하고 풍요로운 삶을 보장할 수 있다. 독립한 이후 단 한번도 본토를 침공당하지 않은 미국이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은 수많은 외침과 국토 분단, 동족상잔의 비극을 딛고 불굴의 의지와 노력으로 민주주의와 자본주의를 동시에 성공시키며 선진국이 되었지만 북한의 핵·미사일이란 비대칭 무기체계를 머리 위에 두고 살아가는 처지에 놓여 있다. 이같은 질곡에서 벗어나기위해 윤석열 대통령은 취임 연설에서 비핵 번영의 한반도를 목표로 하는 '담대한 계획'을 내놓았다. 윤 대통령은 지난 5월 10일 "북한이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국제사회와 협력하여 북한 경제와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계획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구상에 대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5월 21일 공동성명을 통해 남북협력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공감대를 확인했다.

통일부는 지난 22일 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역대 정부의 비핵화 정책의 맥락을 이어가며 '진화와 발전'을 도모하겠다고 천명했다. 담대한 계획이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지원하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명박 정부의 '비핵·개방·3000'과 유사하다는 비판을 감안한 듯 "비핵화에 대한 상응조치로 경제지원 뿐만 아니라 북한의 안보우려까지 고려하며 선(先) 비핵화 또는 빅딜 해결이 아니라 비핵화와 상응조치를 단계적이고 동시적으로 이행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담대한 계획이 북한을 협상의 장으로 이끌기위한 당근이라면 '국방력 강화에 의한 평화' 기조로의 전환은 채찍이다. 국방부는 22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북한의 반발로 2018년부터 중단한 연대급 이상 한미연합 야외 기동훈련을 재개하며 군 정찰위상 조기전력화와 미국의 5세대 스텔스 다목적 전투기 F-35 추가 도입을 통해 유사시 자위권 행사를 할 수 있도록 킬체인(선제타격) 능력을 확보한다고 밝혔다. 북 미사일 위협에 대한 '탐지-결심-요격능력' 강화를 위해 한반도 전 지역의 미사일 탐지 능력을 높이고 '복합다층 미사일 방어체계'를 조기에 구축하며 고위력·초정밀 미사일 수량을 늘리고 특수전 부대의 침투·타격능력을 한층 강화함으로써 '대량응징보복능력'을 확충한다는 방침을 강조했다. 북한이 미사일과 장사정포를 섞어쏘는 것을 효과적으로 막기위해 '장사정포 요격체제'도 조기 전력화하기로 했다. 압도적인 '한국형 3축체계' 능력 확충은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는 시의적절한 대응이 아닐 수 없다.

적의 핵심수뇌부를 사살하는 군사작전을 뜻하는 ‘참수작전’을 염두에 두고 육군 제13특수임무여단 장병 70여명을 비롯, 특전사령부 장병 100여명과 미군 기계화보병여단 및 특전단 장병 5000여명은 지난 6월 14일부터 7월 9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주 모하비사막 국립훈련센터에서 적 후방 침투 및 핵심기지 타격, 공중 화력 유도 등 게릴라전과 시가전 연습을 벌였다. 이를 놓고 북한의 대외선전매체인 통일의 메아리는 25일 노농적위군 지휘관 리철성의 글을 통해 "윤석열 역도의 집권 이후 처음으로 미국 본토에서 미국과 야합해 감히 우리의 최고 존엄을 겨냥한 참수 훈련을 공개적으로 벌인 사실은 괴뢰 패당의 동족 대결 광기가 어느 지경에 이르고 있는가를 똑똑히 보여주고 있다"며 히스테릭한 반응을 보였다. 그만큼 참수작전이 무섭다는 반증이다. 

담대한 계획이 성공하려면 미국의 협력과 협조가 절대적이다. 한국과 미국의 북핵수석대표인 김건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성 김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는 지난 22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만나 북한의 비핵화 진전에 따라 대북 안전보장과 경제협력 등 상응조치를 단계적으로 제공한다는 담대한 계획 등을 골자로 하는 대북정책 로드맵에 대해 구체적이고 심도 있는 협의를 했다. 추가적인 협의를 거쳐 성안될 전망이다.

북한의 최고 관심사는 김정은 체제 존속이다. 핵을 포기한뒤 침공을 당하거나 내전으로 와해된 이라크와 리비아, 우크라이나 사태를 목격한 입장에서 핵 포기불가 원칙은 더욱 강화됐다고 여겨진다. 북미관계 정상화와 군사적 신뢰구축을 내세워 북한의 추가적인 핵개발을 막고 추후 군비통제에 나서는 것이 현실적 대안이다. 한국이 미국으로부터 핵우산을 비롯한 '확장억제' 정책에서 효과적으로 보호받고 있는 한 미국에 전술핵무기 재반입을 요구할 수는 없다. 더구나 '보통국가화'를 추진 중인 일본의 핵무기 보유를 부추길 위험도 있다. 

정춘일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연구부소장은 저서 '국방혁신 4.0의 비전과 방책'에서 "인류의 역사를 돌아보면 혁신적 차원에서 전쟁·군사패러다임을 발전시킨 국가는 그렇지 못한 국가와 전쟁을 벌인 경우 항상 승리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한 바 있다. 국방력의 생장과 증식을 위한 영양과 운동이라고 할 군사혁신(Revolution of Military Affairs)은 할 것이냐 말 것이냐의 선택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해야 하는 당위적 필수과업이라며 그 중요성을 설파했다. 

(표=2020년 11월 4일 ROTC중앙회 주최 '우수 초급장교 확보를 위한 제도개선 토론회' 자료 캡처)

한국 군은 새 기술을 받아들여 전투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창출하면서 전쟁의 기본인 군인의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 육군 사병의 복무기간은 1980년 36개월에서 2020년 18개월로 급감했지만 대학에서 3학년과 4학년 내내 군사교육을 받고 여름에는 입영훈련까지 받고 임관한 ROTC 소위는 1968년이후 지금까지 여전히 28개월을 복무해야 한다. 더구나 전역 장교에 대한 우대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이런 역차별 속에서 우수한 자원의 초급간부 충원이란 목표는 애시당초 불가능한 꿈이다. 인공지능이 아무리 발전, 지휘판단 요소를 제공한다고 해도 최종 결심을 내리는 주체는 군인이다. 국방부는 4차 산업혁명의 환상에 빠져 근본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이같은 노력을 거쳐 한국이 단단하고 무거운 쇠망치이자 예리한 단검으로 인접 국가에 인식될수록 국민의 생명과 재산, 행복이 제대로 지켜질 확률도 높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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