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8.11 11:29
방파제 폐어구 재투기 방지 표지판 (사진제공=해양수산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요즘 '곳간에서 인심 난다'는 속담의 의미가 새삼 느껴진다. 물가는 치솟는 반면 대다수 직장인 월급은 제자리걸음이고 동네상권의 위축세마저 확연해지면서 나부터 살고 보자는 의식이 확산되는 듯 하다. '각자도생' 시대를 맞아 환경보호에 대한 관심도 다소 시들어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

항구나 인근 섬을 찾아가면 해변이나 해안 곳곳에 쌓인 쓰레기를 보고 눈살을 찌푸리곤 했다. 어촌마다 방치된 그물이나 통발 등 폐어구로 몸살을 앓고 있는 지 오래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 힘만으로 쓰레기를 치우기엔 물량이 너무 많고 대상지역도 광범위해 추진에 한계가 컸던 실정이다.

국내 연근해에 매년 폐어구가 4만톤이상 버려지는 반면 수거되는 물량은 1만톤 미만에 그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폐어구는 대부분 나일론 소재로 제작된다. 세월이 지나면서 바람과 물결에 천천히 부서지면서 미세플라스틱이 된다. 바다을 오염시키는 물질이 해마다 늘어나다 보니 수산물을 먹은 사람 몸 속에 축적되는 악순환 속도 역시 빨라지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해양수산부와 수협중앙회, 한국어촌어항공단이 벌이는 '바다가꿈' 프로젝트가 주목을 끈다. ‘바다를 가꾼다'와 '바다가 꿈이다'라는 의미가 함께 담겨 있는 ’바다가꿈‘은 어촌과 바닷가를 깨끗하게 정비, 주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방문객도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키기 위한 환경개선 프로젝트다. 지역주민은 물론 관광객의 자발적인 참여 속에 ▲폐어구를 활용한 업사이클링 상품 제작 ▲쓰레기 투기방지 조형물 설치 ▲어촌환경정화 우수마을 선정 콘테스트 ▲바다 살리기 캠페인 등으로 추진된다. 어촌어항공단은 이번 사업에 적극 참여한 어촌마을에 포상금을 지급하고 활동인증패도 수여할 예정이다. 제대로 추진된다면 모두 가고 싶은 바닷가를 조성하고 살고 싶은 어촌을 만드는데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

(자료제공=해양수산부)
(자료제공=해양수산부)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닷가를 만들고 어업인들의 '삶의 터전'인 바다로 들어가는 쓰레기를 줄이는 사업을 실행하려면 돈이 들어간다. 이를 위해 수협중앙회는 오는 16일 개인고객을 대상으로 '바다가꿈 정기예금'이란 공익금융상품을 내놓는다. 예금 판매에 따른 수탁액을 기준으로 증가분의 0.01%를 '바다가꿈' 프로젝트 재원으로 출연한다. 예금에 가입하는 것만으로 바다를 가꾸는데 한몫 거들 수 있다는 점에서 도입 취지에 박수를 보낸다.

바다가꿈 정기예금 상품은 수협은행이 아니라 수협중앙회 상호금융 영업점에서 취급한다. 가입할 때 '본인은 일회용품 사용 줄이기, 분리수거 등 일상 속 작은 실천으로 깨끗하고 아름다운 바다 만들기에 동참할 것을 서약합니다‘라는 문구에 서명해야 한다. 계약기간은 1년 이상 5년 이하로 최소 1만원 이상 예금할 수 있다. 가입한도는 제한이 없다. 파트너뱅크나 헤이뱅크, 웹뱅킹 등을 활용해 비대면으로 가입하면 우대금리 0.2%가 추가 적용된다.

무엇보다 준조합원 가입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3000만원 한도에서 세금우대를 받는다는 점이 주목된다. 새마을금고, 신협, 단위농협 등과 함께 수협도 상호금융권으로서 소득세 비과세가 적용된다. 이들 기관 한 곳에 1~5만원 수준의 출자금을 내면 연말 배당금을 받고 전체 금융기관 통틀어 1인당 3000만원 범위에서 절세 혜택도 받는다. 

수협은행 등 시중은행에 예금을 가입한 뒤 만기가 되면 이자의 15.4%를 소득세와 지방소득세로 내야하지만 상호금융권 예금 상품 가입자는 이자에 대해 농어촌특별세 1.4%만 낸다. 만약 이자소득이 100만원이라면 15만4000원이 아닌 1만4000원의 세금만 부담한다. 은행 예금가입자보다 세금을 10분의 1 미만으로 줄일 수 있다. 

바다가꿈 예금상품의 기준금리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수협 상호금융은 90개 조합을 포함, 500개 영업점으로 구성된다. 회원수협마다 예금금리를 개별적으로 설정한다. 다만 수협은행보다는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영광군수협은 1년 만기 연 4.1%의 금리를 주는 정기예금 상품을 내놓고 죽변수협 수도권 지점도 2년 만기에 연 4.5% 이자를 주는 특판예금 상품을 출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앞서 수협은행은 2020년 3월 '해양플라스틱Zero!' 예금과 적금 상품을 내놓고 판매 중이다. 예금 상품의 기본금리는  6개월 이상 12개월 미만은 2.35%, 12개월은 2.75%이다. 최대 0.3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제공한다. 신규 가입 시 해양플라스틱 감축서약을 하면 연 0.1%포인트의 우대금리를, 봉사활동을 하거나 SNS에 상품을 홍보하면 만기시 0.15%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준다. 가입한도는 100만원에서 5억원까지이다.

사실 개인고객 예금만으로 바다가꿈 사업을 추진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모으는데 한계가 있다, 이를 감안, 수협중앙회는 8월말 법인용예금을 내놓아 고액예금 유치와 유관기관의 동참을 유도할 방침이다.

지구라는 생태계 보호는 후손을 위해 현 세대가 반드시 실천해야할 의무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초 출시한 '갤럭시 S22' 시리즈, '갤럭시 북2 프로' 시리즈, '갤럭시 탭 S8' 시리즈 등에 폐어망 재활용 소재를 처음으로 적용한 데 이어 지난 10일 개최한 '삼성 갤럭시 언팩 2022'에서 '갤럭시 Z 폴드4'의 사이드 키 브라켓와 디스플레이 커넥터 커버, '갤럭시 Z 플립4'의 볼륨키 브라켓, '갤럭시 버즈2 프로'의 ▲배터리 장착부 브라켓 ▲크래들 PCB 장착부 브라켓 ▲내장기구 강성 보강 브라켓 등에 폐어망을 재활용해 만든 소재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는 올해 바다에 버려진 폐어망 약 50톤을 수거해 재활용에 나서면서 바다 생태계에 대한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위협을 줄일 방침이다.

바다가꿈 프로젝트는 어촌과 바다를 살리기위해 정부와 민간이 손 잡고 추진하는 뜻 깊은 사업이다. 수협중앙회 강신숙 부대표는 "수협 상호금융은 앞으로도 바다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어업인의 든든한 금융 동반자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다짐했다. 다른 상호금융업계도 각자의 업권과 고유 영역에서 ESG 흐름에 걸맞는 공익금융상품을 출시, 모두가 상생하는 사회분위기를 조성하는데 적극 동참하기를 기대한다.

폐스티로폼을 업사이클링한 상품. (사진제공=해양수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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