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08.12 13:52

사법 리스크 해소…"국가 경쟁력 제고에 적극 기여할 것" 한 목소리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이 피너 베닝크 ASML CEO와 이동 중에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이재용(오른쪽) 부회장이 지난 6월 피너 베닝크 ASML CEO와 이동 중에 대화하고 있다. (사진제공=삼성전자)

[뉴스웍스=전다윗 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경제인들이 오는 15일 광복절 특별사면·복권 대상으로 확정됐다.

대내외 악재 속 오너 사법 리스크에 신음하던 기업들은 부담을 덜고 오랜만에 한숨 돌리는 분위기다. 사면·복권이 확정된 경제인들은 특사 취지대로 경영 일선에 복귀해 글로벌 경영위기 극복과 현안 해결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그동안 위축될 수밖에 없던 대규모 투자가 활성화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광복절을 맞아 서민생계형 형사범·주요 경제인·노사관계자·특별배려 수형자 등 1693명을 이달 15일자로 특별사면·감형·복권 조치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는 윤석열 정부 들어 단행한 첫 특사다.

특사 대상에는 경제계가 줄기차게 요구해 왔던 주요 경제인들도 포함됐다. 최근 형 집행을 종료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복권하고, 집행유예 기간 중인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을 특별사면(형선고실효) 및 복권하기로 했다. 장세주 동국제강 회장과 강덕수 전 STX그룹 회장도 사면됐다.

특별사면을 발표한 법무부 관계자는 "현재 범국가적 경제위기 극복이 절실한 상황인 점을 고려했다"며 "적극적인 기술 투자와 고용 창출로 국가의 성장동력을 주도하는 주요 경제인들을 사면 대상에 포함해 경제 분야의 국가 경쟁력을 증진시키고자 했다"고 사유를 설명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13일 화상회의 방식으로 진행된 VCM(Value Creation Meeting)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올해 초 비대면 화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이 부회장은 박근혜 정부 시기 '국정농단 사건'으로 기소돼 징역 2년 6월의 실형이 확정됐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됐고, 지난달 29일 형 집행을 마쳤다. 신 회장은 횡령 등 혐의로 기소돼 지난 2019년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을 확정받았다. 이 부회장과 신 회장은 수감 상태는 아니지만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에 따른 5년간 취업제한 규정 때문에 정상적 경영활동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사면으로 이들은 공식 경영 복귀가 가능해졌다. 

다만 이 부회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통한 경영권 승계 의혹 사건으로 별도 기소된 상태여서 당분간 재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장세주 회장은 지난 2016년 불법 도박과 직권 남용 등의 혐의로 징역 3년 6월을 선고받았다. 이후 형기를 6개월여 남긴 2018년 4월 30일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출소 뒤 5년간 취업제한 규정 탓에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상태다.

강덕수 전 회장은 횡령 등의 혐의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법무부는 "이들은 회사 운영 관련 범행으로 복역했으나, 집행유예가 확정되거나 피해 회복, 회사 성장의 공로 등 참작할 사정이 있다"며 "다시금 경제 발전에 동참하는 기회를 부여하기 위해 사면 대상에 포함했다"고 설명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b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 8월 가석방 당시 서울구치소 앞에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원성훈 기자)

특별사면 대상이 된 경제인들은 경영 일선에 빠르게 복귀해 글로벌 경영위기 극복에 집중할 전망이다. 오너의 결단이 필요한 공격적인 투자 활동도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이날 이 부회장은 "새롭게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지속적인 투자와 청년 일자리 창출로 경제에 힘을 보태 국민 여러분의 기대와 정부의 배려에 보답하겠다"고 소회를 밝혔다.

지난해 8월 가석방된 후 잠행을 이어오다 최근 조심스럽게 경영 행보에 나선 이 부회장은 본격적으로 경영 일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회장 승진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 부회장은 지난 2012년 부회장 승진 후 고 이건희 회장의 와병, 사법리스크 등의 영향으로 10년째 부회장 직함을 달고 있다. 취업제한 상태에서 자유로워진 지금, 회장 승진 후 조직 역량을 집중할 수 있는 체제를 구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4대 그룹 중 총수가 회장이 아닌 곳은 삼성 뿐이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공언한 '의미 있는 인수합병(M&A)'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그간 삼성은 다방면으로 M&A를 검토해 왔으나, 최종 결정권자인 이 부회장의 사법 리스크 탓에 적극적인 움직임을 취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 사이 "이 부회장의 공백 탓에 삼성의 대규모 투자가 위축됐다"는 분석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곤 했다. 실제 삼성의 '빅딜'은 지난 2016년 미국 자동차 전장기업 하만 인수에서 멈춰있다. 

신 회장 역시 경영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기업들은 투자, M&A 등을 진행하기 전 오너의 준법 여부를 꼼꼼히 따진다. 집행유예 상태였던 신 회장은 그간 적극적인 글로벌 경영 행보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번 특별사면 결정으로 롯데의 해외 사업 보폭이 넓어질 전망이다.

이날 롯데그룹은 "사면을 결정해 준 정부와 국민께 진심으로 감사 드린다"며 "바이오·수소에너지·전지소재 등 혁신 사업을 육성해 국가 경쟁력 제고에 적극 기여하겠다"고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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