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8.23 13:32
(자료=교육부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음식 배달 주문을 하거나 택시를 예약하려고 할 때 해당 호출·중개 시장을 독과점 중인 휴대폰 앱으로 예약하는 것이 일상화됐다. 검색 과정에서 ‘좋아요’ 표시가 많은 상품이나 서비스에 이용자의 눈길이 한 번 더 가는 것도 자연스러워졌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5G통신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디지털 기술의 발전은 이처럼 인간의 사고방식과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친지 오래됐다. 각종 온라인 중개 플랫폼과 단기고용계약을 맺고 일하는 ‘긱 노동자’도 증가하고 있다. 반도체 설계나 전기차 배터리 초고속 충전 최적화 기술 개발에 AI 기술이 적용되고 디지털 트윈으로 시제품의 문제점을 미리 점검하는 등 디지털 전환이 모든 분야로 확산되는 시대가 왔다. 

이같은 흐름을 선도하는 있는 미국의 AI 인재 및 사업화 수준이 100이라면 한국은 15에 불과하다는 평가부터 우려되는 대목이다. 디지털 분야에서 만 15세 한국 청소년의 사실과 의견을 식별하는 문해력은 25.6%로 OECD 평균(47%)에 크게 뒤처지며 디지털 교육 수혜율도 49%로 OECD 평균(54%)보다 낮다. 55세~65세 성인의 컴퓨터기반 문제해결력도 4%로 OECD 평균(11%)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대로 가다간 디지털 신산업 분야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고 발전시키는 것은커녕 경쟁국에 뒤질 것이 뻔하다. 이런 우려를 감안, 정부가 전 국민의 디지털 교육 기회를 늘려 2022년부터 2026년까지 5년간 모두 100만명의 디지털 인재를 육성하겠다고 22일 발표한 것은 당연한 결정이다.

디지털 인재는 AI, 일반 소프트웨어(SW), 빅데이터, 클라우드, 메타버스, 사물인터넷, 5G/6G, 사이버보안, 스마트유통, 스마트국방, 자율자동차, 무인항공기, 지능형 로봇 등 디지털 신기술을 개발·활용하는 데 필요한 지식과 역량을 갖춘 사람으로 정의된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고졸 및 전문학사, 학사, 석·박사급 디지털 인재 수요는 73만8000명으로 예상되는데 기존 양성규모가 유지되면 49만명 배출에 그칠 전망이다. 정부는 일반산업의 디지털 전환 수요까지 고려, 51만명 가량을 추가적으로 늘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 대학이 교원확보율만 충족하면 AI, 빅데이터, 양자, 사이버보안 등 첨단분야 학과 신·증설 시 정원 증원을 허용한다는 것이 주목된다. 반도체 분야에 적용했던 특례를 확대, 시행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대학의 디지털 교육을 혁신하고 소프트웨어 전공자를 확충하기위해 SW중심대학을 올해 44개교에서 2027년까지 100개교로 늘리기로 했다. 올해 영재학교와 과학고 중 2개교에서 SW·AI 특화 교육과정을 시범운영하고 2025년까지는 14개교로 늘려 인재를 조기확보한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이들이 대학에 입학한뒤 박사 학위까지 5년 6개월 만에 딸 수 있도록 내년부터 ‘학·석·박사 통합과정’을 신설하기로 했다. 만26세 이전에 박사가 될 수 있다면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인재 확보를 위해 디지털 교육의 저변부터 다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초·중·고교의 정보수업시수를 늘리기 위해 초등학교는 정보선택과목을 도입하고 중·고교는 교장 개설 정보 과목을 확대하는 등 교육과정 전면개정을 추진하고 학교가 자율적으로 정보수업시수를 늘릴 수 있도록 시행근거도 마련한다. 학생 발달단계에 맞춰 초등생은 놀이 중심으로 알고리즘을 체험하고 블록 기반 컴퓨터 언어를 경험하게 하며 중학생은 SW와 AI의 기초원리를 이해하고 실생활 문제 해결을 위해 코딩을 활용하도록 한다. 고교생은 문제해결을 위한 알고리즘 설계를 학습하고 텍스트 기반으로 컴퓨터 언어교육을 실시할 방침이다. 보편적 공교육을 통해 디지털 역량을 강화하겠다는 의도와 명분은 타당하다.

문제는 교단에서 디지털 분야를 가르칠 인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현재 전체 3172개 중학교 중에서 정보 교과 교사가 정원내 배치된 학교는 전체의 47.6%인 1510개교에 불과하다. 순회교사나 시간강사 등을 활용하는 형편이다. 더구나 정보·컴퓨터 교원자격증  발급 규모는 2019년 541명, 2020년 527명, 2021년 481명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정부는 우선 기간제교원이나 전문강사 등을 쓰겠다고 밝혔지만 능력 있는 전문가들이 민간 분야보다 처우와 대우가 뒤떨어지는 공교육 현장에서 일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디지털 기업에서 일하는 직원들을 대학 교수요원으로 유치한다는 방안 역시 획기적인 규제 개선과 인센티브가 부여되지 않는 한 제대로 추진될 것으로 여겨지지 않는다.

한국이 4차산업혁명을 주도하고 기술전쟁에서 앞서 나가려면 당장 SW인재부터 확충해야 한다. 현 추세로는 2025년 SW인재는 35만5000명 부족할 것으로 우려된다. 이를 위해 현장의 수요를 가장 잘 아는 기업이 스스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체제를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기업 주도로 교육이 이뤄지는 산학협력 정부 사업을 늘리고 공급자 위주의 이론 교육을 수요자가 편리하게 익힐 수 있는 실무 교육으로 전환시킬 필요가 크다. 대면 교육의 각종 한계를 감안해 온라인 교육 플랫폼을 보다 적극적으로 확충하고 교육생들이 창의적으로 문재해결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교육방식도 혁신해야 할 것이다.

디지털 교육 강화가 중시될수록 지역간, 계층간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특히 코딩사교육 바람이 더 거세지면서 이를 제대로 받기 힘든 농·어·산촌 어린이들과 소외계층 자녀들이 낙오될 우려가 적지 않다. 이를 위해 학교의 디지털 인프라 구축 강화가 시급하다. 학교에서 AI와 빅데이터 교육을 하려면 학생 개인별로 노트북부터 지급해야 한다. 현재 학교에는 PC나 태블릿PC 위주로 배포되어 있어 파이썬 교육을 시키기에 적합하지 않다는 것이 현장 교사들의 의견이다.  AR, VR, 3D 시뮬레이터 확충과 함께 노후화된 유선망을 교체해 기가급 통신망을 확보하는 것도 기본적인 과제다. 디지털 디바이드가 커지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대책을 정부가 마련, 시행해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와 중학교에 소프트웨어 교육을 주당 1시간 이상 배정하고 전담교사도 1인 이상 배치해야한다는 소프트웨어단체협의회의 주장을 경청할 때다.

(자료제공=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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