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8.24 12:20
(그림제공=금융위원회)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빠르면 오는 10월부터 네이버·카카오 등 플랫폼 업체들이 보험 상품이나 은행 예·적금 상품을 비교·추천할 수 있게 된다. 그간 이 같은 업무는 라이선스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금지되었으나 소비자에게 다양한 상품을 제공한다는 차원에서 정부가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결정함에 따라 가능해졌다. 

현재 소비자에게 다양한 금융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서비스는 금융상품 중개에 해당한다. 등록을 하거나 인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대출상품 외에는 온라인 플랫폼의 특성을 고려한 등록제도가 없는 실정이다. 이를 감안, 금융위원회는 예금, 보험,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P2P)에 대한 온라인 판매중개업의 시범운영을 허용한다. 테크기업뿐만 아니라 금융회사도 복수 금융사의 예금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풀어준다. 은행뿐만 아니라 저축은행, 신협 등의 정기 예·적금 상품을 취급할 수 있어 소비자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품을 고르기가 쉬워질 수 있다.

우선 마이데이터사업자나 전자금융업자가 복수 보험사의 보험 상품을 비교·추천하는 온라인 서비스를 시범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주목된다. 대면용, 텔레마케팅(TM), 사이버마케팅(CM)용 상품을 모두 취급할 수 있다. 다만 종신·변액·외화보험 등 상품구조가 복잡하거나 고액계약 등 불완전판매 우려가 있어 소비자 피해 우려가 큰 상품은 제외된다.

오프라인 영업장이 필요 없는 온라인 비대면 영업의 특성을 고려하면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금융상품 중개 비용은 기존 채널보다 낮아질 것으로 금융당국은 예상하고 있다. 그만큼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되돌아올 여지가 있다는 얘기다.

은행이 ‘디지털 유니버설 뱅크’로 발전할 수 있도록 기존 업무범위 제한을 완화하고 자회사 투자 규제를 합리화하는 것도 눈에 띈다. 부수업무 해당 여부를 유연하게 해석, 은행이 플랫폼으로 발전하도록 지원한다는 것이다. 은행은 '통합앱'을 통해 국민연금 가입내역이나 건강보험 납입내역, 세금과 공과금 고지서 등을 통합 관리하는 전자문서중개업무를 할 수 있게 된다. ‘통합앱’ 운영이 부수업무로 허용되고 신고의무도 면제된다. 이리 되면 보험·카드·증권 등 계열사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고 헬스케어 서비스, 중고차거래 중개, 렌탈 중개 등 계열사 비금융서비스와의 연결도 가능하다.

보험사가 '헬스케어 금융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도록 의료행위에 해당되지 않는 범위에서 건강통계 분석 등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 범위를 확대한다. 헬스케어 자회사가 개인이나 기업을 대상으로 건강관리서비스, 헬스케어 관련 물품 도·소매, 소프트웨어 개발·판매 등에 진출하는 것도 허용된다. 보험계약자가 스마트 워치 등을 통해 건강관리에 노력한 것이 확인되면 리워드를 현행 3만원 한도에서 앞으로는 20만원까지 줄 수 있다. 

이처럼 관련 규제가 풀리면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상품을 개발하는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성비가 매력적인 상품을 고를 가능성이 커진다면 이보다 더 좋은 일은 없을 것이다. 다만 이런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 과연 그렇게 될 지는 의문이다. 배달 주문 중개나 택시 호출·예약 앱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처럼 처음에는 무료 서비스 제공을 통해 구독자를 널리 확보, 시장을 독차지한 뒤 단계별 유료 프리미엄 서비스를 내놓으면서 이용요금을 올리는 폐해와 부작용이 금융시장에서 재현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를 고치는 과정에서 이해관계자 간 갈등은 불가피하다. 공정하고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관련 작업이 진행되어야할 이유다. 업권간 이해관계 눈치보기보다는 소비자가 보다 쉽고 안전하게 금융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플랫폼의 상품 비교·추천에서 공정성, 객관성,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알고리즘의 분석 결과는 소비자의 금융상품 선택에 큰 영향을 미친다. 플랫폼은 이용자별 특성을 고려해 맞춤형 상품을 추천한다고 설명하겠지만 금융회사의 광고료나 수수료 액수 등에 따라 게시 순서와 위치가 달라질 우려가 적지 않다. 모호한 내용이 많아질수록 소비자 보호는 뒷전으로 밀리게 되고 논쟁은 커질 것이다. 업력이 쌓이면 판매중개 분야까지 진출하겠다고 나설 것이다. 이리 되면 보험설계사와의 전면전으로 치닫게 된다. 

이 같은 우려에 대비, 금융위는 ▲불완전 판매 방지를 위한 취급상품 제한 ▲비교·추천 알고리즘의 공정성 확보 의무 부과 ▲플랫폼의 보험사에 대한 우월적 지위 남용 방지 등 금융회사를 통한 간접 규율과 플랫폼 직접 규율에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코스콤 등 신뢰할 수 있는 기관으로부터 알고리즘 공정성에 대한 검증을 받도록 하겠다는 입장도 내놓았다.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의한 감독규정에 따르면 알고리즘 요건은 ▲금융소비자가가 자신에게 필요한 사항을 선택해 검색할 수 있어야 하고 ▲소비자에게 유리한 조건의 우선순위를 기준으로 금융상품이 배열되어야 하며 ▲검색결과 화면에서 검색결과와 관련 없는 동종 상품을 광고하지 않아야 하며 ▲수수료 등 재산상 이익을 위해 이런 요건이 왜곡되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상품내용이 복잡한 보험 상품의 경우 추천사유를 소비자에게 안내하고 보험 상품의 중요사항을 설명하는 화면이나 유저인터페이스(UI)시스템 내용이 바뀔 경우 변경사항 모두를 보관하도록 의무화하기로 한 방침은 적절한 조치로 여겨진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의 이익이 최우선시 될 수 있도록 알고리즘 적정성에 대한 지속적으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그 결과를 정기적으로 공개해야할 것이다. 불량상품을 추천했을 경우 상품 제공자와 함께 같이 책임을 지도록 할 필요성이 크다.
  
금융당국은 플랫폼업체가 금융회사들에게 우월적 지위를 누리게 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공정한 경쟁을 유도하고 수수료 부담 증가를 막기 위해 보험의 경우 사업비와 수수료를 대면채널 대비 절반 수준으로 제한하고 플랫폼과 CM 채널 보험료를 비교 공시하도록 할 방침이다. 예금과 관련해 모집실적과 수수료 공시의무를 부과하기로 했다. 막상 중개업무가 허용되면 시장 선점을 목표로 초기 매출 실적을 부풀리기 위한 꼼수와 편법이 물밑에서 횡행할 가능성이 있다. 이리 된다면 금융의 디지털 혁신은 처음부터 방향을 잃게 된다.

이같은 사태를 막기위해 플랫폼 업체 간에 유효한 경쟁이 지속적으로 일어나도록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공정거래위원회의 관리감독이 절실하다. 시범운영을 통해 일자리 창출 등 긍정적 효과가 나타난 것이 확인되어야만 정식운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 기존 시장의 파이를 키우지 못한 채 수수료만 떼어먹는 방식으로 운영된다면 소비자 후생 강화라는 대의명분이 뿌리부터 흔들리게 된다.

무엇보다 금융 시장에서 제2의 택시앱이 등장하는 것을 방지해야 한다. 만약 특정 플랫폼이 독점하게 되면 결국 수수료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2~3개사가 과점하더라도 새로운 플랫폼이 진출할 수 있도록 유도, 담합 소지를 예방하는 것이 필요하다. 금융회사와 핀테크, 빅테크 간의 건전한 경쟁이 이뤄지면서 자율적인 혁신의 성과물이 나와야만 이번 금융규제혁신 정책이 성공했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와 함께 금융지주회사법 개정을 통해 지주회사의 역할을 확대하는 것도 필요하다. 규제혁신을 통해 전통의 금융회사들이 빅테크·핀테크기업과 ‘평평한 운동장’에서 경쟁할 수 있도록 기반을 서둘러 마련해야 할 것이다. 

(그림제공=금융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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