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백진호 기자
  • 입력 2022.09.03 08:00

선단 성향 중 '전투' 선택하면 해전 위주의 플레이 가능…'클로즈업' 기능 없어 아쉬웠고 플레이 도중 튕겨 나가기도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메인 화면.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대항해시대 오리진'의 메인 화면.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뉴스웍스=백진호 기자] 영화 '한산: 용의 출현'에서 이순신 장군은 "압도적인 승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이어 자신의 말처럼 한산도에서 '학익진'과 '충파'등을 앞세워 압도적인 승리를 거두고, 부산진까지 밀고 들어가 바다를 장악한다.

이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자신이 이순신 장군처럼 압도적인 승리를 거둔 쾌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현실 속 우리는 이순신 장군도 아니고, 바다에서 해전을 치를 수도 없다.

현실에서 압도적 승리, 이에 따른 가슴 벅찬 기분을 느낄 수 없지만 방법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지난 23일 출시된 오픈 월드 대규모다중접속온라인역할수행게임(MMORPG)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자신의 전함과 전략으로 해전을 승리로 장식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은 바다를 통해 미지를 개척하고, 제해권을 얻길 원했던 사람이라면 한 번쯤 플레이했을 '대항해시대' 시리즈의 3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이다. '대항해시대 2'와 '대항해시대 외전'을 모티브로 탄생했다. 16세기 대항해 시대가 게임의 배경이며, 유저에게 높은 수준의 그래픽을 선사하기 위해 '언리얼 엔진 4'를 활용했다.

게임을 하면서 바닷물의 색이 실제 바다와 유사했고, 물결도 세심하게 표현해 실제로 일렁이는 바다를 보는 느낌을 받았다. 배와 항구, 마을, 마을 주민, 건축물 등을 3D로 구현해 현실감을 높였다. '디퍼드 랜더링' 기술로 하루의 시간대, 계절에 따라 변하는 빛과 그림자까지 보여주는 세심함도 확인할 수 있었다.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선단 성향'.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유저가 선택할 수 있는 '선단 성향'.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먼저 게임에 접속하면 '서장'을 플레이할 수 있다. 서장에서 기본적인 게임 방법을 익힐 수 있다. 이후 본인이 플레이할 제독을 선택하고, 자신이 이끌 선단의 성향을 결정할 수 있다. 선단의 성향은 세 가지로 '모험'과 '교역', '전투'로 이뤄져 있다. 선택한 성향에 따라 미션이 주어지고, 선단을 지휘하게 된다. 만약 게임에서 이순신 장군의 '압도적 승리'를 재현하고 싶다면 전투를 택하면 된다.

필자는 전투를 선택했다. 해전을 치르려면 먼저 배에 함께 탑승할 선원을 고용해야 한다. 항구의 여관에서 선원을 선택할 수 있는데, 유저가 플레이하는 제독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줄 수 있는 선원에서 '강조' 표시가 나타난다. 게임을 처음 플레이하는 유저를 위한 배려로 보인다. 선원을 고용할 때 협상을 통해 인건비를 낮출 수 있다. 협상이 원활히 이뤄지면 제값보다 적은 비용으로 선원을 쓸 수 있어 가격 깎는 재미가 있다. 선원을 충분히 고용한 후 항구에서 배를 골라 출항하면 본격적인 항해가 시작된다.

전투 성향을 택한 만큼 지정된 적을 물리치라는 미션이 주어진다. 미션 위주로 게임을 진행해도 되지만, 미션에만 치우치지 않고 바다를 누비며 해적과 싸워도 된다.

해전은 '턴제'로 진행된다. 유저의 차례가 되면 배를 이동시킨 후 상대의 배를 공격할 수 있다. 각각의 배는 각기 다른 공격 특성을 지니고 있다. 어떤 배는 포격으로 상대를 공격하고, 또 다른 배는 충파를 통해 적에게 피해를 입힌다. 백병전이 주특기인 배도 있다. 배의 공격 방식이 여러가지여서 해전의 다양한 양상을 구현할 수 있다.

갑작스러운 태풍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적의 함선.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갑작스러운 태풍으로 곤란한 상황에 처한 적의 함선.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해전을 치를 때는 풍량과 조류, 기상까지 신경 써야 한다. 이 같은 변수로 인해 유리했던 흐름이 불리하게 돌아갈 수도 있고, 그 반대의 경우도 생길 수 있다. 전투 외적인 흐름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 게임을 플레이하길 원하는 유저라면 좋아하겠지만, 전투 자체에 초점을 맞춘 유저에게는 불편한 요소일 수 있다.

필자는 스페인 해적을 물리치라는 미션을 받아 전투를 치렀다. '한산'의 이순신 장군처럼 필자도 압도적인 승리를 원했다. 이를 위해 포격과 충파, 백병전을 적절히 섞어가며 상대를 공격했다. 결과는 필자의 승리였다. 하지만 필자의 목표였던 압도적 승리를 이루지는 못했다. 역사적 사실과 현실 간의 괴리가 크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다.

레벨이 오를수록 지휘할 수 있는 배의 대수가 늘어난다. 필자의 레벨은 4여서 3척으로 해적과 싸웠다. 배가 적어서 게임을 빨리 진행할 수 있었지만, 이순신 장군의 한산대첩에서 사용한 학익진을 재현하려면 더 많은 배가 필요했다. 이순신 장군은 당시 모두 55척의 배를 사용해 학익진을 완성했다.

필자는 레벨을 최대한 빨리 올려 배의 대수를 늘리기로 마음먹었다. 배의 척수를 지금보다 더 늘려 한산대첩에서 이순신 장군이 선보였던 '학익진' 대형을 만들고, 필자가 매력적으로 느낀 충파를 더 많이 활용하고 싶어졌다. 학익진을 펼쳐 적을 포위하고 포격을 가하면서 큰 충격을 안긴 후, 마지막에 충파를 통해 이순신 장군처럼 압도적인 승리로 엔딩을 장식하는 것이다. 상상일 뿐이지만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고, 레벨 업을 향한 의지가 솟아올랐다.

해전에서 포격이 이뤄지는 모습, 게임이 '클로즈업'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포탄이 날아가고 배가 부서지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해전에서 포격이 이뤄지는 모습, 게임이 '클로즈업'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포탄이 날아가고 배가 부서지는 모습을 자세히 볼 수 없어 아쉬웠다.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해전을 치르는 동안 포가 날아가고, 배에 불이 붙고, 충파 시에 흔들리는 배의 모습, 침몰하는 배를 자세히 보고 싶어 휴대전화 화면을 여러 번 클릭했지만 볼 수 없었다. '클로즈업'으로 전투 상황을 자세하게 볼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한다면 더 실감나고 재미있는 해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배가 하루 거리의 항구까지 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며 지루함을 느꼈다.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배가 하루 거리의 항구까지 가는 과정을 계속 지켜보며 지루함을 느꼈다. (사진='대항해시대 오리진' 화면 캡처)

바다에서 항구로 돌아가야 할 때가 있다. 항구가 근처에 있으면 괜찮지만, 멀리 있다면 유저가 먼 거리에 있는 항구까지 배를 운항해야 한다. 기존에 갔던 곳이라면 자동 항해 기능을 활용해도 되지만,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배가 이동하는 모습을 계속 봐야 한다. 항구의 거리가 멀수록 이 시간이 길어져 따분함을 느꼈다.

게임 도중에 '튕김' 현상이 발생한 점도 아쉽다. 필자는 튕김 현상을 두 번 겪었다. 필자가 게임을 플레이한 시점은 출시 6일째 되는 날이었다. 아직까지 서버가 불안정한 상태여서 생긴 문제로 보인다. 무엇보다 이 문제를 시급히 개선해야만 유저의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대항해시대 오리진에서 전투만이 답은 아니다. 본인의 플레이 목적과 성향에 따라 교역을 선택할 수도, 무역을 택할 수도 있다. 그러나 바다를 배경으로 한 게임의 묘미가 해전이라 생각하고, 싸움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이루고 싶은 유저라면 대항해시대 오리진에 접속해 목표 달성에 도전할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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