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9.16 14:13
이창양(왼쪽)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스탠다드에너지 규제샌드박스 실증현장에서 김부기 대표와 함께 전기차 충전에 앞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15일 서울 롯데하이마트 압구정점에 설치된 스탠다드에너지 규제샌드박스 실증현장을 방문, 김부기 대표의 안내로 충전기5(Charger5) 시설을 둘러보고 전기차를 직접 충전하는 행사를 가졌다. 스탠다드에너지는 독자적인 바나듐이온배터리(Vanadium Ion Battery) 기술을 개발, 롯데케미컬과 소프트뱅크벤처스 등으로부터 9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받은 '에너지 혁신벤처'이다. 바나듐이온배터리는 수계 바나듐 전해액을 사용하는 배터리로 리튬이온배터리보다 수명이 길고 화재안전성을 높였으며 충전 속도도 개선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VIB를 이용한 에너지저장시설(ESS)은 대(大)용량과 장(長)주기라는 특성으로 충전시장의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다. 스탠다드에너지는 산업부의 ‘에너지기술혁신형 강소기업육성사업’의 자금 지원을 받아 VIB 양산에 성공한 뒤 VIB ESS를 활용한 도심형 전기차 충전소 실증특례를 지난 5월부터 내년 5월까지 수행한다.

지구 환경 보호가 전 세계의 과제로 떠오르면서 에너지산업의 패러다임이  탄소화, 전기화, 분산화·디지털화에 맞춰지고 있다. 이같은 흐름을 반영, 에너지기술도 기후(Climate)와 탄소(Carbon), 청정(Clean)에 중점을 둔 'C-Tec'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는 실정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21년 10월 청정에너지시장 규모가 2020년 1240억달러에서 2030년에는 8710억달러로 약 7배 커질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이같은 추세에서 기술과 아이디어를 무기로 재생에너지와 에너지저장, 수요 효율화, 청정수소 생산,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등 에너지·기후분야에서 새로운 제품이나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하는 중소·중견·벤처기업을 의미하는 에너지혁신벤처가 각광을 받는 것은 당연한 시장 흐름이다. 용윰염을 냉각재로 이용, 높은 열효율을 유지하는 차세대 소형 원자로 기술을 개발한 미국의 테라파워(TerraPower), 미생물을 활용해 토양 내 이산화탄소 저장기술을 개발한 호주의 롬(loam), 디젤 연료를 탈탄소 액체 연료로 대체하는 기술을 개발한 미국의 클리어플레임엔진테크놀로지(ClearFlame)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에너지혁신벤처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도 2013년 설립된 스탠다드에너지를 비롯해 블루수소를 만들고 이산화탄소를 포집, 액화탄산을 생산하는 D사,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분석, 가상발전소를 통합운영하는 S사 등이 기대를 받고 있다.

에너지산업은 정부 규제가 심한데다 정책이 바뀔 위험성이 있고 투자자금 회수기간도 중장기라는 측면에서 투자매력은 적은 편이다. 2021년 한국벤처투자 조사에 따르면 벤처투자시장에서 에너지 비중은 11%로 바이오(76%), 헬스케어(53%), ICT서비스(57%)보다 낮다. 더구나 에너지시장을 독과점 중인 공기업은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에 중점을 두다보니 혁신기술을 받아들이는 것에 소극적이다. 이러다 보니 에너지혁신벤처 분야의 신기술 평균사업화 기간은 33.1개월로 16.9개월 수준인 일반 중소기업의 2배에 달한다. 고급기술 인력 채용 수요도 일반 중소기업보다 크지만 인력을 확보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난제에도 불구, 에너지혁신벤처는 민간 주도의 창의성과 돌파력, 추진력을 토대로 탄소중립 혁신기술을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첨병이 될 잠재력을 지니고 있음도 분명하다. 산업부가 2021년 현재 2523개인 에너지혁신벤처를 2030년까지 5000개로 늘리고 에너지예비유니콘을 현재 0개에서 10개로, 양질의 일자리를 3만명에서 10만명으로 확대하겠다는 에너지혁신벤처육성방안을 제시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산업부는 원전 소부장, 수소 생산 시스템, 온실가스 감축, 대용량·장주기 ESS, 배터리 재사용, 가상발전소. 분산형 에너지 저장 등 유망핵심기술 분야의 사업화 금융부터 확대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내년 상반기 중 산업기술정책자금 1500억원을 기반으로 민간자금 매칭을 통해 4200억원 이상의 펀드를 조성, C-Tech에 투자하는 탄소중립·에너지혁신펀드를 결성할 계획이다. 에너지기술의 수익적 가치와 환경적 기여도를 종합평가하는 기후가치평가와 연계해 유망 비즈니스모델에 집중투자하는 에너지혁신벤처 전용투자 펀드 신설도 검토할 방침이다.

(그림제공=산업부)

에너지 와일드캣(Wildcat) 창업프로그램도 내년 상반기 중 마련하기로 했다. 와일드캣이란 불확실성이 크지만 성공하면 막대한 이익을 예상되는 벤처사업을 의미한다. 어디로 튈지 모르는 들고양이에 빗대 용어이다. 2023년부터 5개사 내외의 에너지공기업이 연간 50억원 규모로 출자하면 해당 공기업이 지정하는 기술분야에서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공공R&D 혁신센터가 지원 대상 창업초기기업을 고르고 민간투자자와의 연결도 지원한다. 창업초기기업은 공공R&D센터로부터 연구비를 받으면서 기술료를 납부하고 민간투자자금을 끌어오면서 지분을 줄 수 있다.
  
아울러 산업부는 수소, 배터리 리사이클링, 탄소 저감 건설 소재, 이산화탄소 자원화, 암모니아 친환경에너지 등 규제자유특구와 연계해 신기술 실증특례로 에너지산업 융복합단지내 기업의 사업화를 지원하기 위해 해당 지자체의 협조를 이끌어내기로 했다. 에너지혁신벤처의 기업공개를 돕는 차원에서 기술특례 상장 기술성 평가 표준평가모델에 에너지산업 특성을 감안한 지표를 반영시킬 방침이다. 이와 관련, 한국거래소는 4분기 중 기술특례상장 기술성 평가 표준화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계획이다.

기술경쟁력을 확보한 유망 에너지혁신벤처가 정부와 에너지공기업, 민간 벤처캐피탈과의 협력 아래 세계 시장에 진출, 에너지신산업을 이끄는데 성공한다면 유니콘으로 자리잡으면서 '괜찮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다. 자원무기화 경향이 갈수록 심화되는 시대를 맞아 에너지의 재활용과 효율적인 사용, 신규 청정에너지 활용은 유사시 에너지 공급망 위기에 대한 국가대응력을 보강하는 것은 물론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과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 이행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를 위해 업계의 신기술 보완, 생산성 향상을 위한 자구 노력과 함께 정부의 과감한 규제개혁, 사업화 지원, 적극적인 연구개발 투자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이창양 산업통상부장관이 VIB를 활용한 ESS 설비를 둘러보고 있다.(사진제공=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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