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9.23 11:46
장영진(뒷줄 가운데)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이 22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국수출협회 대회의실에서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이사, 조상현 무역통상연구원장, 김종덕 대외경제연구원 실장, 김인철 산업연구원 부원장, 강신호 무역보험공사 본부장, 정외영 KOTRA 본부장 등과 수출상황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지난 6월과 7월에 이어 9월에도 기준금리를 0.75%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3차례 연속 단행하면서 세계 경제는 주요 국가의 금리 인상 도미노 속에 경기 둔화 국면에 접어들었다. 미국 기준금리는 오는 10월과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1.25%포인트 가량 더 올라 연내 4.5% 수준이 될 가능성이 높다. 인플레이션 억제를 위해 경기침체가 불가피하다는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의 매파적 발언으로 미국 2년 만기 국채 금리가 10년 만기 국채 금리보다 높아지는 금리역전 현상까지 발생했다. 경기침체는 시작되었으며 향후 본격화되는 것만 남았다는 비관론이 확대되는 실정이다. 

미국 기준금리는 내년 상반기 중 정점을 칠 것으로 예상된다. 달리 말해 하반기부터 금리 동결 또는 인하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여겨진다. 그때까지는 고금리의 고통을 겪어야 한다. 씨티은행은 4.5~4.75%, 뱅크오브아메리카는 4.75~5.0%까지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금리의 지속적인 인상이 확실시되면서 22일 원·달러 환율은 13년 6개월 만에 1400원대를 돌파했다. 미국 달러화와의 통화스와프 등 획기적인 대책이 강구되지 않는 한 계속 불안한 흐름이 이어질 공산이 크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무역수지 적자는 이미 292억달러를 기록했다. 올해 사상 최대의 무역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우려되면서 달러화 부족으로 환율이 1500원까지 더 올라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야말로 한국 경제는 고금리, 고환율, 고원자재값, 글로벌 수요 위축이란 '퍼펙트 스톰' 앞에 놓인 신세다.

대기업들은 중국과 대만 간의 충돌 등 최악의 시나리오까지 상정하면서 '버티기 작전'에 들어갔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21일 미국 워싱턴D.C. 특파원단과 간담회를 갖고 “어떤 시나리오가 일어나도 최소한 생존하는 방향을 찾는 게 현재로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라고 전제한뒤 ”과거처럼 이익 극대화 형태로 가는, 효율성을 좇는 것보다 안전을 택하고 있다“며 재계의 긴장감을 전한 바 있다.

과거에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기업의 채산성이 개선돼 수출 증대 효과가 있다고 여겨졌다. 지금은 수출에 필요한 원자재를 수입에 의존하는 비율이 높아지면서 원자재 가격 인상과 원화 약세에 따른 이중 충격으로 수출이 단기간 내 늘어나기 쉽지 않는 형국이다. 다만 원화 가치가 낮아지면서 불요불급한 수입이 줄어들고 기업들마다 내수보다는 수출에 보다 중점을 둘 것으로 예상된다. 

천연자원이 부족한 한국이 외화를 벌어들이는 핵심 통로는 과거나 지금이나 앞으로나 수출 뿐이다. 산업통상자원부가 22일 산업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한국무역보험공사 등과 함께 수출상황점검회의를 갖고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 추진을 위한 정책대응 방안을 모색한 것도 그만큼 상황이 긴박하기 때문이다. 이날 회의는 무역을 둘러싼 여건 변화와 수출입 영향을 점검하고 무역수지 개선을 위한 정부 정책방향을 논의하기 위해 열렸다. 장영진 1차관은 이날 전문가들과 함께 올해 및 내년 상반기 수출입 여건을 분석하고 미국·중국·EU 등 우리나라 수출비중 높은 지역별 경제동향을 점검했다.

올해 들어 지난 20일까지 수출은 5004억달러로 1년 전보다 11.7% 늘어났다.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지만 국제 에너지가격 상승에 따른 에너지 수입 급증으로 이 기간 중 수입이 5296억달러로 1년 전보다 24.3% 증가하면서 의미를 잃었다. 국내 기업의 해외직접투자가 늘어나면서 수출입 채널이 다양해진 것도 무역수지 적자를 키우는데 영향을 미쳤다.  

국제 원유가격이 최근 하락세로 돌아섰다지만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예비군 30만명에 대한 동원령을 내린 만큼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이기기 위한 무리수가 동원된다면 언제라도 상승세로 돌아설 수 있다. 더구나 북반구 주요 국가들이 겨울철을 앞두고 있어 에너지 수요는 당분간 늘어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수출 증가세가 둔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대 수출국가인 중국으로의 수출이 줄어드는데다 반도체 단가 하락으로 수출증가율 역시 지난 6월 이후 한 자릿수를 기록하며 노란불이 켜진 상태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연구기관들은 에너지 가격 급등과 동절기 에너지 수요 확대로 높은 수입 증가세가 유지되면서 연말까지 적자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급등한 수입이 단시일 내 축소되지 않을 것으로 보여 당분간 적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주요국의 경기하강과 고금리·고환율 등 어려운 여건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지만 내년에는 국제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입이 감소세로 전환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역보험공사는 내년까지 인플레이션에 따른 경기 침체와 글로벌 수요 둔화의 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앞으로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지속되면서 대출금리 상승에 따른 소비 위축 심화로 수입 수요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 이로 인해 수출 여건이 더 악화될 소지가 적지 않다. 그렇다고 수출 증가세가 꺾인다면 큰일이다. 이로 인해 외환시장에 공급되는 달러화가 줄어들면 원·달러환율이 더 올라가면서 수입물가 상승, 국내 소비자 물가 앙등이란 부작용을 야기할 것이기 때문이다.

현 시점에서 지상과제는 수출 활력 제고이다. 정부는 올해 무역금융 공급을 연초보다 90조원 늘려 351조원까지 공급하고 물류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120억원의 예비비를 추가지원할 방침이다. 대중 수출 감소를 저지하기 위해 양국이 전략적으로 육성 중인 분야에서의 협력을 확대하고 중국의 그린산업 분야 진출을 지원할 계획이다. 민관 합동으로 해외 인프라 수주 역량 강화에 나서고 방한관광객 확대와 내국인의 국내 여행 유도를 통해 관광수지 적자도 감축하는데 적극 나서기로 했다. 당연한 조치이다. 적극적인 추진과 주기적인 점검, 추가대책 검토가 뒤따라야할 것이다.

아울러 정부는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 수입 감축을 위해 에너지 절약과 이용 효율화방안을 조속히 마련, 실행해야 한다. 원가 수준에 크게 못 미치는 전기요금부터 상당부분 현실화해 전기사용 억제를 강제하는 조치도 불가피하다. 독일이나 영국 국민들은 대체로 동계기간 내내 집안에서 두꺼운 옷을 입고 생활한다. 이들 국가보다 훨씬 따뜻하게 보내는 국내 난방문화의 낭비요인도 줄여나가야 한다. 이 밖에 마케팅과 해외 인증 등과 관련된 수출 현장 애로를 서둘러 해결하는 것도 늦출 수 없는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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