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9.27 13:53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26일 오후 정부서울청사 별관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2022 지방재정전략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사진제공=행안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코로나19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국가뿐만 아니라 지방자치단체의 빚도 크게 늘어났다. 지방채무는 2016년 26.4조원에서 17년 25.3조원, 18년 24.5조로 3년 연속 줄었다가 19년에는 전년보다 2.4% 늘어난 25.1조원을 기록했다. 이어 20년에 30조원, 21년에 36.1조원으로 2년 연속 전년 대비 19.5%, 20.3% 늘어났다. 18년과 비교하면 3년 만에 47.3% 급증한 것이다. 가뜩이나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가 속속 추가되는 가운데 지자체의 재정건전성이 이처럼 악화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이다.

채무가 크게 늘어나면서 지자체의 재정수입에서 재정지출을 뺀 통합재정수지도 악화됐다. 통합재정수지비율은 16년 7.1%에서 17년 6.5%, 18년 4.5%, 19년 2.3%로 하락 추세를 이어왔다. 코로나19의 높은 파고로 20년에는 통합재정수지가 9.1조 적자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통합재정수지비율도 -3.3%까지 떨어졌다. 저출산·고령화 심화로 사회복지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현실에서 이대로 간다면 지방재정이 뿌리째 흔들릴 위기 국면에 진입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대내외여건이 더 나빠질 우려가 크다는 점이다. 향후 경기둔화가 본격화되고 고금리에 따른 긴축정책 효과도 나타나면서 한국의 내년 경제성장률은 2.2%로 올해(2.8%)보다 더 낮아질 것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는 26일 전망했다. 내년 세계경제성장률도 올해보다 0.8%포인트 떨어진 2.2%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성장률이 떨어지면 세수 증가세도 위축된다. 수출의존도가 높은 한국 입장에선 내년에 외화 획득을 위해 더 힘든 싸움을 벌여야할 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행정안전부는 26일 ‘2022 지방재정전략회의’를 갖고 전국 지자체와 함께 ‘새정부의 지방재정 운용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행안부가 이날 제시한 지방재정 운용의 비전은 ‘튼튼한 지방재정, 함께 잘 사는 지역경제’이다. 재정지출의 건전성 제고, 지방세입의 안정성과 자율성 확보, 지방공공기관 혁신, 지역경제 회복과 민생안정 지원, 차세대 재정·세입시스템 운영에 방점을 두고 있다. 재정기조의 건전성을 높여 어떤 위기에도 버틸 수 있도록 하며 지방이 스스로 벌어 쓸 수 있는 자체 수입 증가로 자율성을 확대하며 기업의 지방 이전에 적극 나서 활력이 넘치는 지역경제를 구현한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방재정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행안부는 예산 대비 채무비율을 21년 10.4%에서 26년 8%로 낮추고 통합재정수지비율도 20년 -3.3%에서 26년 2%로 높인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불필요한 예산이나 특별회계, 기금을 과감히 정비해 재정을 건전하게 운용하는 지자체에게 교부세 인센티브를 과감히 지급한다는 당근책을 꺼냈다. 보통교부세 세출효율화 인센티브를 현재 8711억원에서 향후 5년간 20% 늘린 1조453억원을 주기로 했다. 현재 219억원 수준인 재정건전 우수지자체 특별교부세도 400억원으로 83% 증액, 즉시 지급한다는 방침도 주목된다. 절감한 재원으로 사회안전망 강화나 지역경제 회복에 재투자하며 소외계층을 좀 더 두텁게 보호하고 지역경제 활성화사업에 대한 재정지원을 늘린 단체장은 지역 주민의 칭송 속에 보통교부세와 특교세 증액을 자신의 치적으로 삼을 수 있다.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이 이뤄진다면 더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지자체가 대규모 사업을 벌이려고 할 경우 투자심사 과정에서 건전성 항목 평가를 강화하고 지자체 자체 심사 결과를 주민에 공개한다는 방침도 눈에 띈다. 행안부는 예산안을 지방의회에 제출할 때 투자심사 결과를 부속서류로 첨부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자체 투심 통과율을 주민에게 공개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지방의원과 주민들의 견제를 통해 단체장의 전횡을 사전에 막겠다는 것이다.

행안부는 지자체 재정분석에서 건전성 평가 비중을 현재 20%에서 30%로 높이고 전년도 대비 채무증감률 등 신규 지표 신설도 검토하기로 했다. 특히 통합재정수지적자비율 주의단체 지정기준을 현재 25%에서 15%로 낮춰 실효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은 재선을 노리는 단체장들에게 큰 압력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1244개에 달하는 지방공공기관의 수를 줄이기 위해 주기적인 진단을 통해 유사·중복기관을 통·폐합하고 골프연습장, 호텔 등 민간과 경합하는 사업의 경우 민간에 위탁하거나 이양하는 방식으로 정비하기로 했다. 부채비율이 400%를 넘거나 자본금이 전액 잠식되었거나 2년 연속 자본잠식률 50%를 초과한 출자·출연기관에 대해서는 지자체가 출자·출연한 돈을 찾아가는 ‘출자·출연금 회수 제도’도 신설할 방침이다. 부채가 1000억원을 넘거나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기관을 부채중점관리기관으로 지정, 재무·부채관리계획을 수립하고 수시로 공시하도록 의무화할 계획이다. 지방공기업 부채비율을 21년 33.8%에서 26년 30%로 낮춘다는 목표도 내놓았다.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여 지방공공기관이 본연의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유도하며 좀비 지방공기업의 퇴출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조치이다.

날로 비대해지는 수도권에 맞서 지방이 살아남으려면 수도권에 있는 대기업을 유치하고 자체적으로 중소·벤처기업을 키우는 노력이 가장 중요하다. 벤처기업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에 따라 중기부장관이 지정하는 ‘벤처기업촉진지구’ 내 벤처기업에 대해 현재 취득세와 재산세를  37.5% 감면해주고 있지만 앞으로 조례를 통해 취득세는 50%, 재산세는 35% 감면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지방중소기업센터의 취득세·재산세 50% 감면과 중소기업협동조합의 취득세 50% 감면을 연장한다는 방침 역시 지자체의 자구노력 촉진을 유도한다는데 방점을 두고 있다고 여겨진다.

행안부는 '공유재산특례제한법'을 제정, 지자체가 놀고 있거나 활용도가 낮은 재산을 전략적으로 활용해 수입을 다변화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겠다고 천명했다. 중앙정부의 이같은 대책을 이용, 지자체마다 공유재산의 효율성을 높이는 방안을 찾아내 사업화에 나서는 움직임이 앞다퉈 나타나기를 기대한다. 대기업의 지방 이전을 유도하려면 지역명문고 육성, 문화예술시설 확충 등 지자체 차원에서의 특화 전략 수립과 실천이 반드시 필요하다. 중앙정부부터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이 지방으로 본사를 옮길 경우 과감한 세제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특혜 시비를 걱정하기에 앞서 지방소멸이 임박한 시점 아닌가. 더이상 꾸물거릴 여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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