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09.29 12:18
이창양(오른쪽 네 번째)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28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동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현재 전기차를 초급속으로 80% 충전하는데 18분 가량 걸린다. 전기·전자 통합제어 시스템과 차세대 전기차 전용 플랫폼이 개발되면 2030년까지 5분으로 줄어들 수 있고 500㎞ 수준인 1회 충전 주행거리도 25년까지 600㎞로 늘어날 수 있다. 정부가 28일 내놓은 '자동차 산업 글로벌 3강 전략'에 들어간 전기차 개발 목표에 담긴 수치이다.

정부는 상용차 기준 30만㎞ 수준인 수소차 내구성도 차세대 수소연료전지 시스템 개발로 30년까지 80만㎞로 연장하며 연비도 현재 13㎞/㎏에서 30년 17㎞/㎏로 높이기로 했다. 한국 자동차기업들이 세계 최고의 경쟁력을 지닌 전기차와 수소차를 지속적으로 양산한다면 든든한 외화 벌이는 물론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경제발전에 기여할 수 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이날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자동차 산업전략 원탁회의’를 갖고 공영운 현대차 사장, 로베르토 램펠 한국GM 사장, 스테판 드블레즈 르노코리아 사장, 조성환 현대모비스 사장, 조성현 만도 사장, 장국환 삼보모터스 사장, 이장규 텔레칩스 대표, 이종호 티맵모빌리티 대표, 송재호 KT 부사장 등 완성차, 부품기업, 모빌리티·서비스, 유관기관 대표들과 함께 자동차산업 미래전략을 논의했다. 산업부는 이번 회의에서 ▲전동화 글로벌 탑티어(top-tier) 도약 ▲생태계 전반의 유연한 전환 ▲안정적 공급망 구축 ▲자율주행 및 모빌리티 신산업 창출을 통해 30년까지 자동차산업 3대 강국으로 도약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정부는 21년 현재 25만4000대 수준의 전기차 생산을 30년까지 330만대로 늘려 5% 수준의 세계시장 점유율을 12%로 높일 계획이다. 21년 현재 국가별 차 생산순위에서 한국은 중국과 미국, 일본, 인도에 이은 5위 국가이다. 기업별 판매 비중에선 현대·기아차가 토요타, 폭스바겐에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생산의 12.6%, 수출의 10.8%, 고용의 11.5%를 책임지는 자동차 산업의 위상과 중요성을 감안할 때 이같은 계획이 주도면밀한 실천방안을 통해 차질없이 이행되는 것이 중요하다.

이산화탄소 중립이란 시대적 과제 달성을 위해 주요국마다 친환경차 보급을 가속화하면서 자동차의 핵심경쟁력이 엔진 ·동력 등 파워트레인에서 배터리와 소프트웨어, 반도체 중심으로 옮겨지는 추세다. 차량용 반도체와 원자재에서 나타나고 있는 공급망 불안이 일상화되면서 자국중심주의 기조도 급속히 확산 중이다. 이에 대응, 핵심공급망을 스스로 갖추려는 움직임이 주요 완성차 업체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지난 100여년 자동차산업의 근간을 뒤흔드는 파괴적인 변화가 진행되는 시점에서 발빠른 추격형 주자와 미래 기술 선도형 주자가 되어아만 향후 승자로 살아남을 것은 분명하다. 자동차업계의 뼈를 깎는 분투와 정부의 지원정책이 효과적으로 결합되어야할 시점이다.
 
그간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해온 테슬라는 원료와 부품, 판매 등 모든 공급망 내재화를 추진하면서 통합운영체제(OS), 통합제어구조(AP), 완전자율주행 드라이빙(FSD), 무선업데이트(OTA) 등 소프트웨어 기반 차량(SDV: Software Defined Vehicle)에서 선두주자로 기술개발을 가속화 중이다. 폭스바겐 역시 26년까지 전기차 플랫폼을 통합하고 30년까지 배터리셀공장 6곳을 구축할 계획이다. 토요타는 30년까지 전기차와 배터리에 6조엔을 투자, 전기차 30여종을 내놓을 방침이다. GM도 25년까지 350억달러를 투자해 전기차 30여종을 출시할 계획이다. 해외기업의 이같은 공격적인 투자에 맞서 현대·기아차는 30년 글로벌 전기차 323만대 판매라는 목표를 세우고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공장 합작 투자와 반도체 조직 신설 등을 통한 내재화 역량 강화에 적극 나서고 있다. 아울러 27년 완전자율주행차(레벨 4) 출시라는 목표도 세웠다.

국내 자동차업계는 올해부터 26년까지 95조원 이상의 투자를 진행 중이다. 25년까지 16조2000억원을 들여 전기차 전용공장을 신·증설하고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계획 달성을 위해 정부는 수도권 공장총량제 적용지역에서 신·증축 허용량을 추가배정할 방침이다. 아울러 국유지를 이용하거나 개발이나 건축 허가 등을 받을 때 신속히 인·허가를 받을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정부와 지자체는 규제 대못을 뽑고 세제 지원에 나서 업계의 투자가 차질없이 이행되도록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무엇보다도 산업부는 전동화 경쟁력을 좌우하는 소프트웨어와 반도체 분야의 역량을 키우는데 주력할 방침이다. 목표는 SDV로의 가속화이다. SDV는 주요 기능이 소프트웨어로 구동되는 자동차를 말한다. 기술수준 평준화에 따라 주요 자동차기업 제품 간에 파워트레인과 플랫폼, 디자인에서 별 차이가 나지 않는 현실에서 자동차의 가치와 핵심경쟁력은 갈수록 하드웨어가 아닌 소프트웨어에 의해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 감안, 26년까지 운영체제와 공통기능 모듈 등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자율주행, 커넥티드, 무선업데이트 등 영역별 응용SW, SW 설계 등 차량용 핵심SW를 국산화하기로 했다. 개발자는 완성차가 개방한 플랫폼 소프트웨어와 차량데이터를 통해 응용SW를 개발하고 정부는 여기에 들어가는 개발비와 장비, 사무공간 등을 제공하는 오픈이노베이션 사업도 추진할 방침이다. 올해 224억원이 투입되는 미래차 인력양성사업을 확대, 30년까지 SW융합인력 1만명을 키우고 차량용 SW전문기업 300개사를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현재 인기 높은 자동차를 사려면 1년 이상 기다려야 한다. 차량용 반도체가 턱없이 부족해서다. 정부는 핵심기술 선점과 공급망 내재화, 생태계 조성, 기업 지원을 통해 자율주행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비전 AP 등 프로세서, 라이다와 레이더 등 센서, 차량용 SiC 소자와 차량용 GaN 소자 등 전력반도체, 믹스드 시그널칩 등 16대 핵심품목을 집중 개발, 세계 시장 점유율을 21년 3.3%에서 30년 6.6%로 높일 방침이다. 전기·수소차의 핵심 부품 기술 자립화에도 속도를 낸다. 현재 대형모터는 독일에서 100% 들여오고 초고속베어링의 일본 수입 의존도 역시 90% 수준이다. 전기·수소차 소재 국산화율을 현재 70%에서 25년 90%이상으로 높일 계획이다. 27년 완전자율주행차 상용화 실현을 위해 현재 선진국의 84% 수준인 자율주행 핵심부품 경쟁력을 27년까지 100% 수준으로 제고한다는 것이 정부 목표이다.

국내 자동차산업은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으로 비상이 걸린 상태다. 정부는 전기차 세액 공제 개편으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하기위해 북미 최종 조립과 배터리 요건이 국내 기업에 최대한 유리하게 마련되도록 미국와의 협상을 지속할 방침이다. 업계 역시 IRA 법안이 요건에 걸맞은 배터리를 조기 확보하는등 자구노력에 집중하고 있다. 

자동차 산업전략이 효과를 발휘하려면 기존 부품기업의 미래차 전환 지원, 내연기관차의 친환경 기술 개발 및 하이브리드차의 성능 고도화 지원, 전기차 보조금 개편, 차량용반도체 생태계 활성화, 자동차 SW 경쟁력 강화, 친환경모빌리티 규제혁신 등 세부대책이 지속적으로 강구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아울러 정부는 비중이 줄어들고 있는 중형 3사가 제자리를 잡아 자동차산업 생태계의 다양성이 강화되도록 본사의 전기차 등 신차 물량 배정을 지원하고 연구개발 및 투자 인센티브를 제공할 필요가 적지 않다. 중형 3사가 미래차 뉴플레이어로 도약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과정에서 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적절한 지원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요구된다. 

향후 한국 자동차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지배하려면 긴 주행거리와 높은 전비, 착한 가격, 멋진 디자인,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SW 장착이란 5대 요소를 갖춘 전기차와 수소차를 지속적으로 내놓아야할 것이다. 이를 위해 업계의 노력과 정부의 협력이 조화를 이뤄 '글로벌 3강 국가' 진입이란 목표가 조기 달성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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