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0.05 12:07
 (그림제공=국토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 6월 밤 10시부터 이튿날 새벽 3시까지 택시를 호출할 경우 택시가 올 확률은 15~28% 수준이었다. 30㎞ 이상의 장거리를 간다면 성공률이 37~53% 수준을 기록했지만 5~15㎞의 단거리 구간이라면 11~29% 수준으로 떨어졌다. 저녁에 친구 등과 만나 1차와 2차 모임을 갖다보면 오후 10시가 넘기 일쑤다. 특히 지하철로 귀가하기 어려운 곳에 산다면 택시를 이용해야 하는데 5번 중 4번 가량 택시 호출에 실패한다면 인근 모텔 숙박을 고민해야 한다. 더구나 요금이 적게 나오는 단거리를 갈 경우 10번에 1번 정도만 탈 수 있다면 심야 택시 서비스가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물론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택시요금이 OECD 평균의 38% 불과한데다가 2019년 대비 35.7% 오른 LPG 값으로 택시업계 수익률이 과거보다 떨어지면서 기사 임금은 매우 열악한 수준에 머물고 있다. 일은 고되고 수입은 적다보니 많은 택시기사들이 운전대를 놓았다. 더구나 코로나19이후 택배기사의 수입이 크게 높아지자 전직도 잇따랐다. 운전자의 고령화에 따른 은퇴까지 이어지면서 전국 법인 택시 기사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10만2000명에서 7만4000명으로, 서울은 3만1000명에서 2만1000명으로 30% 가량 줄었다. 반면 지난 4월 18일 사회적 거리두기 해제이후 심야 택시수요는 약 4배 증가했다. 

현재 법인 택시 차고지마다 노는 택시가 빼곡하다. 법인 택시는 물론 개인택시마저 심야운행을 기피하면서 수도권의 한밤중 택시난은 도무지 해소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국민들의 불만이 쏟아지자 국토교통부는 4일 심야시간 호출료를 현행 최대 3000원에서 최대 4000원(중개택시·타입3) 또는 최대 5000원(가맹택시·타입2)으로 올리는 방안을 연말까지 시범적용한다고 밝혔다. 중개택시는 앱을 통한 단순 중개사업으로 카카오T, 우티(UT)와 같은 앱으로 일반법인 택시나 개인 택시를 호출하는 것을 말한다. 가맹택시는 택시면허를 보유한 가운데 운행하는 IT기반 서시스로 카카오T 블루택시나 아이엠(i.M)택시가 해당된다.

플랫폼업체가 호출료의 대부분을 택시기사에게 배분하도록 해 처우개선을 유도, 신규 기사 유입을 늘리겠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중형택시 부제 해제, 대형승합·고급택시로의 전환 요건 폐지, 일정 기준 이상의 전기차·수소차의 고급택시 운행 허용, 심야운행 종료후 거주지 주변 등에서의 주차·근무 교대 인정 등을 통해 심야택시 공급을 늘리겠다는 대책도 제시했다. 

국토부가 기대하는 것처럼 호출료 인상으로 야밤에 택시를 몰겠다는 기사가 늘어날지는 의문이다. 야간 운전 중 호출을 받아 운행하는 사례가 평균 2~3건에 불과한 현실에서 호출료가 올라본들 기사가 손에 쥐는 인상분은 수수료 등을 제외하면 1만원 미만에 그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기사들이 한밤중운행을 기피하는 것은 낮은 요금 때문만은 아니다. 개인택시 기사의 8할이 60대 이상이다. 과거보다 시력이 나빠지고 반사신경도 늦어진만큼 야간운행 중 교통사고 발생에 큰 부담을 갖고 있다. 더구나 술에 취한 승객이 목적지에 도착한뒤 요금 등을 둘러싸고 불만을 표시하거나 심지어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일부 만취 승객은 내부에서 토하는 경우도 있다. 법인택시나 중개택시, 가맹택시 기사들이 교대하기 앞서 이를 청소하는 것은 고역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뒤치다꺼리가 싫어 수입이 적더라도 심신이 편한 주간운전을 고집하는 법인택시 기사들이 상당수에 달한다.

국토부 역시 이런 점을 인식하고 있다. 부제 해제와 탄력 호출료 시행, 택시운전 자격 보유자의 파트타임 근로 허용, 운전기사 취업절차 간소화 등으로도 심야 택시 공급이 충분히 이뤄지지 않는다면 타다·우버 모델을 제도화한 플랫폼 운송사업(타입 1)과 실시간 호출형 심야버스 등을 활성화해나가겠다고 밝혔다. 타입 1은 종전 타다·우버 모델에 각종 규제를 적용한 모델로 택시 면허 없이 고객을 태울수 있지만 정부가 운행 대수를 통제하고 매출의 5%를 상생기여금으로 내야한다. 제약이 많다보니 3개 업체가 420대 가량을 운행할 뿐이다. 과거 국회와 국토교통부는 택시업계의 반발에 밀려 사회적 대타협을 거쳐 일명 타다금지법인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을 이처럼 개정한 바 있다.

국토부는 타입1 부류에서 11월부터 심야 안심귀가 서비스, 기업 맞춤 서비스 등 기존 택시와는 차별화된 비즈니스 모델 시행을 신청하면 적극 허가하고 기여금도 낮춰줄 방침이다. 다만 종전에는 막았던 혁신서비스를 이제 와서 허용한다는 정부 결정은 시장의 신뢰를 얻기 힘들다. 정부의 의지를 믿을 수 없는 판에 택시업계의 기득권에 맞서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나설 기업이가 있을 지도 의심된다. 더구나 이런 시도가 현실화될 경우 택시업계는 "타다가 부활된 것에 불과하다"며 또 극한투쟁에 나설 것이다. 이런 반발에 정부가 또 다시 밀려서는 곤란하다. 원희룡 장관은 4일 “정부는 국민의 편의를 위해 그동안 뿌리깊게 유지되어왔던 택시산업의 불합리한 규제와 관행을 과감하게 철폐하겠다”고 강조했다. 원 장관의 공언이 지켜질지 관심을 갖고 봐야할 것이다.

현재 서울의 개인택시 시세는 8000만원이 넘고 제주 택시는 1억7000~1억800만원 가량 한다. 세종시 등 일부 지역에선 2억원이 넘기도 한다. 이런 목돈을 주고 개인택시를 몰려는 수요가 있다는 것은 여전히 돈벌이가 된다는 점을 입증한다.

혁신을 가로막거나 국민불편을 초래하는 기득권을 계속 인정하는 것은 시대정신에 맞지 않는다. 생산성이 높은 국가 경제체제를 유지해야만 잠재성장률 이상으로 경제를 키워나가고 일자리도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재 택시를 불러도 장시간 기다려 타게 된다. 이런 불편을 극복하기 위해 맞춤형 택시 서비스가 확대될 필요가 크다. 국토부는 운행 개시 1~2시간 전에 예약한뒤 탑승시 확정요금을 납부하는 '사전예약제'나 매월 일정액을 납부한뒤 이용할 때마다 할인된 요금을 내는 '구독요금제' 등을 내년부터 도입할 방침이다. 아울러 농·어촌 등 교통 취약지역에서 제한적으로 운영 중인 '수요응답형이동수단'을 도시지역까지 확대운행할 수 있도록 여객자동차법을 개정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심야 귀가가 힘든 종로나 여의도 등 서울 도심에서 외곽지역으로의 이동을 돕기위해 도시형 심야 DRT(Demand Responsive Transport) 시범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는 방안이 주목된다.  

택시는 공급을 늘리는 것에 못지않게 서비스 질 향상도 중요하다. 아이엠(i.M)택시 등을 선호하는 고객은 요금이 다소 비싸더라도 내부가 깨끗하고 안전운전을 기대할 수 있으며 승차 거부없는 빠른 콜 서비스에 만족해 하고 있다. 물론 높은 요금을 지불하는데 부정적인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다양한 수요를 감안해 택시정책을 마련하는 것 자체가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점에서 기존 대형승합·고급택시에 이어 중형 가맹택시도 택시표시등 장착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한 결정은 눈에 띈다. 이를 계기로 차별화·고급화를 유도한다는 정책 방향은 바람직하다. 현재 택시는 과거 배회영업을 전제로 설계된 택시표시등 장착의무를 지켜야 한다.

서울시는 택시기본요금과 심야할증요금을 올릴 방침이다. 내년초 확정될 경우 심야에 택시를 타려면 인상된 호출료를 포함, 실제 기본요금이 최소 1만원에서 1만1000원이 소요될 수 있다. 이로 인한 고객 부담 증가와 택시 이용 편의 제고라는 상반된 목표 사이에서 정책의 효용성을 높이는 묘수가 요구된다.

국토부는 이번 대책의 효과와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파악, 개선 방안과 추가 대안을 제시하면서 국민들이 보다 편리하게 택시를 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다. 이에 못지않게 택시요금을 감당하기 힘든 서민들을 위해 수요가 몰리는 지역을 중심으로 심야 전용 올빼미 버스 증차를 서둘러 배차간격을 보다 줄일 필요가 크다. 

(그림제공=국토교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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