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0.06 15:06

 

(사진제공=대통령실)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농업 분야의 고령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후계인력 유입은 감소 추세에 있어 농업인력 구조의 불균형이 갈수록 심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전체 농가 중에서 65세 이상 경영주가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 18.2%에서 2020년 56%로 급상승한 반면 40세 미만 청년농 비중은 같은 기간 14.6%에서 1.2%로 급락했다. 이대로 가면 2040년 농업 분야 고령화율은 76.1%까지 상승할 것으로 한국농촌경제원구원은 예상했다. 농촌 마을마다 아기 울음소리는 아예 들을 수 없고 한 집 걸러 숨지는 노인들만 존재한다면 어찌 될까.

농업은 식량안보와 수자원 보호에서 가치가 클 뿐 아니라 식물 향기 활용과 동물과의 교감 등으로 국민들을 치유하는 역할까지 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산업이다. 다만 전통적인 농업생산 방식은 ▲노동력 부족  ▲기후변화로 인한 폭우·가뭄 빈발 ▲탄소 중립 ▲인구 감소 ▲소비자 기호 변화라는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데 역부족이다. 

이를 해결할 수단이 정보통신기술 등 첨단기술을 접목한 농업을 의미하는 스마트농업이다. 자동화, 정밀화, 무인화를 통해 노동시간을 단축하고 물과 비료를 가장 알맞은 시기에 필요한 분량만큼 주면서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축사농가의 경우 실시간 데이터 분석을 통해 노동력 절감과 질병관리 효율화, 악취 줄이기도 가능하다.  

전 세계적으로 스마트농업은 본격적인 성장단계에 진입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거대농업기업인 존 디어(John Deer)는 로봇공학기업과 클라우드플랫폼 기업 등을 인수하면서  디지털 전환 속도를 높이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 등은 데이터분석기술을 농업에 접목시키면서 정밀농업분야에 참여한 상태다. 로봇은 과일 수확이나 가축 운반 등 힘든 일을 노동자 대신 할 수 있고 사물인터넷과 센서는 농산물과 가축을 실시간으로 관측하고 위생상태도 점검하면서 농장의 환경과 토양의 수분까지 측정할 수 있다. 드론은 해충 방제와 비료·제초제 사용, 최적 수확 시기 확인 등을 통해 작물 재배의 효율성을 높인다. 블록체인은 식품안전에 대한 소비자의 불안을 해소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 기술이 농업에 적용되면서 본격적인 변화 바람이 불고 있는 실정이다. 

마켓앤마켓(MarketsandMarkets)에 따르면 2020년 138억달러였던 전 세계 스마트농업 시장 규모는 올해 161억달러로 연평균 9.8% 성장했다. 2025년에는 22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스마트농업 선진국에선 인공위성과 연결된 자율주행 농기계를 활용 중이다. 토양과 생산량 데이터를 토대로 인공지능시스템이 곡물 재배과정에서 최적의 의사결정을 지원하고 이윤 증가에 기여하면서 환경에 미치는 악영향까지 줄이고 있다. 축산에선 사료 급여나 착유에 사용되는 자동화 로봇이 날로 발전 중이다. 센서와 카메라 등을 활용해 가축의 건강과 무게 등 생체정보를 수집하고 축사관리를 완전자동화하는 기술도 활용되고 있다. 과일과 채소 수확 과정에서 기계화·자동화 비율이 높아지면서 노동력 투입도 그만큼 줄어들고 있다. 온실의 경우 작물이 가장 잘 자랄 수 있도록 환경을 자동으로 제어하는 수준에 도달한 상태다.

이처럼 스마트농업 기술이 날로 발전하고 있지만 한국의 스마트온실 비율은 12%, 스마트 축산은 15.6%에 불과하다. 스마트농업 기술이 가장 앞선 네덜란드, 스웨덴 등 유럽연합 국가에 비해 한국의 기술수준은 70%에 그치고 기술격차는 4년 뒤진 것으로 한국과학기술평가원은 2020년 분석했다. 숱한 위기에 직면한 한국 농업을 혁신해 경쟁력을 갖춘 미래성장산업으로 발전시키기 위해 스마트농업의 발전과 확산은 필연적이다.

이런 현실을 고려해 정부는 5일 경북 상주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주재 아래 제9차 비상경제민생회의를 갖고 ‘힘차게 도약하는 역동적 농업을 위한 농업혁신 및 경영안정대책’을 내놓았다. 정부는 스마트농업을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민간 주체를 늘리기 위해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마음 자세를 갖춘 청년농을 매년 5000여명 육성하기로 했다. 더 많은 후계농과 청년농이 농업 분야에 진입할 수 있도록 청년농 영농정착지원사업 대상을 올해 2000명에서 내년에는 4000명으로, 후계농업경영인육성지원 규모를 올해 3000명에서 내년 5000명으로, 우수후계농업경영인 육성지원 대상을 올해 300명에서 내년 500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현재 본인 및 직계존속 세대의 건강보험 산정액(중위소득 120%) 미만으로 규정된 소득기준 진입 요건도 본인 세대의 건보 산정액(중위소득 120%)미만으로 완화할 방침이다. 시의적절한 내용인 것으로 여겨진다.

아울러 승계농의 영농상속 공제시 공제가액을 현행 20억원에서 내년부터 30억원으로 높일 계획이다. 놀고 있는 농지를 사들인뒤 스마트팜 시설을 설치, 최장 30년 임대하거나 청년보금자리주택 사업과 연계, 내년 중 6ha 규모의 농업스타트업업단지를 조성할 방침이다. 청년농이 희망농지를 최대 30년간 빌려 경작한뒤 매입할 수 있도록 내년에 20ha 규모의 농지를 제공할 계획이다. 농업에 인생을 걸겠다는 청년농의 유입을 위한 이 같은 대책이 호응을 얻을 수 있도록 세부추진방안을 세밀하게 다듬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스마트농업 확산을 위한 교육도 강화한다. 혁신밸리 청년창업보육센터 4곳을 활용, 2024년부터 교육과 실습, 창업까지 종합적으로 지원한다. 연간 200명을 대상으로 입문 2개월. 교육형실습 6개월, 경영형실습 12개월 과정을 운영할 방침이다. 기존 농업인의 스마트농업 역량 제고 차원에서 내년부터 수요와 업계의 기술 및 서비스 수준을 고려해 실용성을 갖춘 모듈식 교육과정으로 개편하고 신규 창업농과 스마트농업 선도농, 농업 마이스터와의 1대1 멘토링 대상도 늘린다는 방침도 주목된다.

스마트농업을 창업하거나 경영하는데 애로를 줄여주는 규제 개혁도 단행한다. 다양한 유형의 스마트팜 확산을 위해 수직형 스마트팜(스마트작물재배사)의 농업진흥구역 내 설치를 내년부터 허용하고  임대형 스마트팜 입주과정에서 거주지 자격요건도 오는 12월부터 현재 해당 시·군에서 해당 시·도로 완화한다. 아울러 15년 이상 임대농지에 설치한 비닐하우스에 대해 9월부터 농림수산업신용보증기금 보증을 지원, 대출문제도 해소한다는 조치도 눈에 띈다.

스마트농업이 한단계 도약하려면 현장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전문가 집단이 요구된다.  농식품부는 전문적인 교육과 기술보급, 컨설팅이 가능한 공인 '스마트농업관리자' 자격제도를 2024년 도입하기로했다. 내년 상반기 스마트농업육성법을 제정하면서 관련 자격 근거를 집어넣을 방침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컨설팅 사업을 추진할 때 스마트농업관리사를 적극 활용할 방침이다. 정기적으로 최신 기술이나 지식을 축적할 수 있도록 교육이수 등을 제도화할 계획이다. 농촌의 고령화 현실을 감안하면 이들이 제대로 활약해야만 스마토농업도 확산될 것이다. 그만큼 역량과 심성을 갖춘 전문가를 선발하는 것이 중요하다. 스마트농업육성법에는 데이터 수집활용, 기반 조성, 육성지구 지정 등 규제완화, 기술개발 및 표준화 등이 들어갈 예정이다.

농업 창업에 뛰어드는 청년들이 정부 목표대로 늘어난다면 농업의 효율성이 높아짐은 물론 쾌적하고 살기 좋은 농촌 공간 조성도 가능해질 것이다. 2027년까지 청년농 3만명을 육성하려면 농지를 쉽게 빌리고 스마트팜 조성을 위한 자금을 보다 쉽게 대출받을 수 있도록 주요 융자자금의 상환기간 연장, 금리 인하, 한도 상향 등의 조치가 제때 이뤄져야 한다. 이를 위해 지자체와 농협, 한국농어촌공사, 농림수산식품교육문화정보원, 농업정책보험금융원 등과의 유기적인 협력 속에서 이번 대책의 실행력을 주기적으로 점검하고 보완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한국의 스마트농업이 선진국 수준으로 도약한다면 농업생산기반이 안정적으로 유지됨은 물론 농업의 미래성장산업화도 이뤄질 수 있다. 스마트농업 핵심기술 연구개발에 대한 집중적인 투자로 관련 장비와 시설을 국산화하는 노력도 병행되어야 한다.

농식품부는 2023년 가칭 '농업창업플랫폼'을 구축해 청년농에게 농지, 자금, 교육, 주거 등 창업 및 농촌 정착 정보를 원스톱으로 제공한다고 공언했다. 올바른 정책 방향이다. 청년들이 농촌에서 안심하고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있도록 육아와 문화시설 등을 갖춘 임대주택단지인 '청년농촌보금자리'를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농촌에 특화된 국공립 돌봄시설도 확충해야 한다. 도시보다 농촌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인식이 청년층에 확산될 수 있도록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만 농업혁신이 달성되고 전체 농민들의 생활수준도 향상될 것이 틀림없다.

(그림제공=농림축산식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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