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0.12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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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양양 서퍼비치 (사진제공=양양군 홈페이지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40대 소방관 A씨는 폭우로 지하차도가 물에 서서히 잠기는 모습을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으로 확인했다. 이어 경찰과 함께 차량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교통을 미리 통제했다. 소방청이 여러 정부기관과 민간업체의 CCTV를 연계해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2. 30대 자영업자 B씨는 영업허가와 관련해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담당 부처에 정책토론을 요청, 다음 달 열린 토론회에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이후 정부가 내놓은 정책에 자신의 제안내용이 반영된 것을 확인하고 미소를 지었다.

행정안전부가 11일 발표한 ‘정부혁신 8대 중점과제’가 실행될 경우 나타날 수 있는 모습이다. 정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국무회의를 갖고 범정부적 혁신을 통해 국민의 불편사항을 과감하게 해소하겠다고 공언했다. 이를 위해 ▲선제적 서비스 ▲소통과 협력 ▲유능한 정부라는 3대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에 옮기기로 했다. 정부가 먼저 국민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고 고질적인 칸막이 행정을 극복하며 생산성과 효율성까지 높인다면 그야말로 환영할 일이 아닐 수 없다. 국민 모두가 제대로 이행될지 지켜보아야 할 것이다. 

지난 5월 출범한 윤석열 정부는 문제를 잘 해결하고 일 잘하는 정부를 지향하면서 국민과의 소통을 추구해왔다. 지난 7월 25일부터 8월 3일까지 실시한 온라인 조사에서 국민들은 ‘정부혁신으로 만들 정부의 모습’을 놓고 국민소통(19.7%), 위기대응(19.45%), 문제해결(16.58%) 등이 필요하다는 응답을 내놓았다. 정부가 국민의 뜻을 제대로 파악, 대안을 제시하고 당면한 위기를 극복할 정책을 개발하며 문제해결 능력을 강화해야한다는데 많은 국민들이 동의한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국민이 찾기 전에 먼저 제공한다는 과제에서 최대 40% 할인된 금액에 지하철과 버스 환승이용이 가능한 ‘지하철·버스 통합정기권’을 도입하겠다는 방침이 가장 먼저 눈에 띈다. 현재 지하철에 한해 미리 돈을 지불하고 정규요금보다 싸게 탈 수 있는 정기승차권 제도가 운영 중이다. 요금충전일로부터 30일 이내 60회까지 탑승이 가능하다. 일반인 기준 서울지하철 기본운임은 10㎞ 이내가 1250원이고 10~50㎞ 이내에선 5㎞까지마다 100원이 추가된다. 서울권역에서 추가요금이 붙는 구간이 많다. 기본운임으로 60회를 탄다해도 7만5000원이지만 서울전용구간 카드 요금은 5만5000원이다. 이 카드로는 지하철역에서 빠져나온뒤 버스나 마을버스로 갈아탈 수 없다. 버스를 이용하려면 별도 카드까지 챙겨야 한다. 

정부는 내년 6월까지 전문기관 연구와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도입방안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새로운 제도가 실행되면 카드 한 장으로 할인혜택을 받으면서 지하철과 버스를 환승할 수 있다. 대중교통요금을 크게 아낄 수 있어 버스와 지하철, 걷기로 출퇴근을 하는 이른바 ‘BMW족’으로부터 환영을 받을 것이 틀림없다.

소득과 재산, 인적사항을 분석해 개인별로 받을 수 있는 복지서비스를 먼저 찾아서 알려주는 ‘복지멤버십’ 서비스를 전 국민을 대상으로 제공한다는 방침도 주목된다. 국민이 요구하기 전에 필요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준다는 것은 기존 공직사회 분위기를 감안한다면 획기적인 변화이다. 다만 제공되는 정보가 얼마나 구체적이고 유용한지에 따라 만족도가 달라질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

어르신들도 모바일 금융앱을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큰 글씨와 쉬운 접속방식, 음성인식 등을 지원하는 ‘고령자 모드’를 개발, 모든 금융업권으로 확대하고 국적과 나이, 장애, 언어 등에 관계없이 공공·디지털서비스에 보편적인 디자인을 적용한다는 계획도 서비스 문턱을 낮춘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기관 성격에 관계없이 국민이 필요한 사항을 자유롭게 제안할 수 있도록 국민제안의 대상기관을 확대한다는 방침은 국민 의견을 정부 정책에 적극 반영하기 위한 첫 걸음으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정부는 국민제안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적합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체계적인 절차를 마련하기로 했다. 아울러 국민이 요구하면 정책토론회를 개최하고 여기서 수렴된 의견을 정책에 반영할 방침이다. 이처럼 정책 입안에 참여한 국민들에게 자신이 결정 과정에 기여했다는 만족감과 자부심을 심어주다면 참여민주주의를 보다 발전시키는 순기능을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헌법에 보장된 청원권을 온라인에서 행사할 수 있도록 ‘청원24’ 시스템을 구축, 서비스하고 국민참여플랫폼인 ‘온국민소통’에 공모전과 공청회 기능을 신설한다는 계획도 국민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정부는 2020년 12월 청원법 개정에 따라 오는 12월 온라인 청원 시행을 위해 ‘청원24’를 개시할 방침이다.

주민과 기업 주도로 지역발전을 이끈다는 방침 역시 지방자치제도의 본령에 부합되고 지역공동체 구성원의 자주적 노력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 바람직하다. 정부는 양양 서퍼비치, 통영 동파랑마을, 강릉 커피거리처럼 지역의 고유한 특성과 문화를 기반으로 지역공동체와 상권을 활성화시키는 ‘로컬브랜딩’을 확산시켜 지역경쟁력을 높이기로 했다.

기관간 칸막이 없이 서로 힘을 합치고 데이터와 디지털 기술 기반의 행정을 실현해 유능한 정부가 되겠다는 약속도 반갑다. 중앙부처, 지자체, 공공기관 및 민간업체의 CCTV 영상을 통합연계하고 재난현장상황과 출동 경로상 장애요인 정보를 공유한다면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현장활동을 지원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정부는 각 기관에 분산된 재난데이터를 통합 관리, 분석하고 재난대응에 활용할 방침이다. 신속하고 효율적인 재난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는데 도움을 줄 전망이다.

정부와 공공기관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높이는 것은 어느 정권을 막론하고 꼭 필요한 숙제였다. 정부는 민관합동으로 정부조직진단을 실시, 인력을 효율적으로 재배치하고 불필요한 행정기관 소속 위원회를 과감히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및 지방공공기관의 기능, 조직과 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을 중점적으로 개선한다고 덧붙였다.

혈세에 의존해 운영하면서도 유사하거나 중복되는 기능을 수행하거나 일단 조직부터 키워 놓고 보자는 공공기관이 적지 않다. 이를 계속 방치한다면 보수와 근로조건이 열악한 민간 중소기업에서 근무할 청년들이 늘어날 턱이 없다. 힘들지 않을 만큼 적당히 일하면 되는데도 보수는 민간기업 이상으로 챙기고 정년 근무까지 철저히 보장 받는 이른바 ‘신의 직장’부터 없애나가는 시도가 이뤄져야할 것이다.

업무를 잘 수행하고 국민들로부터 믿음을 받는 정부가 되려면 투명성과 공정성, 효율성을 모두 높여야 한다. 결코 쉽지 않은 길이다. 대한민국 행정의 국제경쟁력이 높아지려면 8대 전략이 제대로 실천되었는지를 정부가 아닌 제3자가 꼼꼼히 따지는 절차가 도입되어야 한다.  말 잗 듣는 전문가들을 불러 사실상 스스로 점수를 매겨온 관행부터 끊어내야할 때다. 

정부는 11월 ‘정부혁신 비전선포식’을 갖고 정부혁신 추진방향과 주요과제를 국민에게 보고할 방침이다. 국민에게 세계 최고수준의 행정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다짐을 현실화하는 과정에서 공무원노조의 반발, 기득권 지키기 차원의 보이지 않는 저항 등 넘어야할 산이 많을 것은 분명하다. 이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는지에 대한 국민의 냉엄한 평가는 2024년 4월 제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표심으로 나타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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