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0.28 15:28
(사진=문체부 페이스북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 8월 여행수지 적자규모는 9억7000만달러로 작년 8월(-6억1000만달러)보다 59% 급증했다. 한 달 전인 7월(-8억6000만달러)에 비해선 12.8% 늘어났다. 올해 들어 8월까지 누적 적자 규모는 52억30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41억1000만달러) 대비 27.3% 증가했다. 향후 적자가 더 늘어날 수 있다.

코로나19가 풍토병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전 세계 하늘길은 속속 열리고 있다. 외국인에 대한 입국 통제가 대거 풀리면서 해외여행을 결심하는 국민들도 부쩍 늘어났다. 현재 100엔당 원엔 환율은 970원 안팎이다. 달러화와 비교할 경우 엔화 가치가 원화보다도 더 크게 떨어지면서 겨울철을 앞두고 일본 온천지역이 인기 관광지로 떠올랐다. 동남아를 비롯해 유럽이나 미국, 북부 아프리카 단체관광객을 모집하는 광고도 부쩍 늘어났다. 장기간 금지됐던 관광 목적의 출국이 가능해진데다 ‘보복 소비 심리’까지 더해지면서 해외여행객은 당분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들의 외국 여행을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여행수지 적자폭을 줄이려면 외국인의 방한을 유도하는 것이 현실적인 대책이다. 한국을 가고 싶은 나라로 만드는 노력은 경상수지 체질 개선에도 기여할 수 있다. 국가적인 노력이 경주되어야할 과제가 아닐 수 없다.

지난 8월 경상수지 적자는 30억5000만달러로 2020년 4월(-40억2000만달러)이후 최대 규모에 달했다. 상품수지도 지난 7월과 8월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무역수지가 4월부터 9월까지 6개월째 적자행진을 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상품수지도 적자를 지속할 우려가 적지 않다. 여행수지와 운송수지, 건설수지, 가공서비스 수지, 지식재산권 사용료 등으로 구성된 서비스수지 흑자를 늘리는 것이 절실하다.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서비스수지는 2000만달러 적자에 그쳐 작년 같은 기간(-31억9000만달러)보다 대폭 개선된 바 있다. 올들어 운송수지에서 137억달러 흑자가 난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27일 생중계로 진행된 제11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한국문화(K-컬처)와의 연계를 통해 한국관광의 매력을 높이고 한류콘텐츠가 산업지도를 바꾸는 국면전환자가 되도록 한다는데 중점을 둔 정책 방향을 내놓았다.

무엇보다도 ‘2023년 한국방문의 해’ 지정 추진을 계기로 세계적으로 더욱 유명해지고 추앙의 대상이 된 K-팝 아이돌이 출연하는 메가콘서트를 열어 한국관광 붐을 일으킨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2023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 개최와 함께 프리즈 아트페어와 서울국제도서전, 부산 지스타, 강릉 커피축제 등과 연결시켜 전국 ‘릴레이 대표 이벤트 100선’을 뽑아 널리 알리기로 했다. 이를 위해 도쿄와 뉴욕 등 권역별 핵심도시에서 로드쇼를 갖고 'K-컬처' 열기가 한국 찾기로 이어지도록 해외마케팅을 강화할 예정이다.

해외 MZ세대들이 메타버스에서 한국 관광을 체험할 수 있는 콘텐츠도 출격을 마친 상태다. 네이버 제페토는 11월 4일 동남아 관광객을 염두에 두고 개발을 마친 ‘트래블 헌터-K' 서비스를 개시한다. 제페토는 한국의 대표 관광지와 미식, 해양, 축제, 문화공연, 사진명소를 주제로 가상세계를 구축했다. 이용자들은 한국여행 테마월드를 게임 형식으로 모험하면서 한국행 티켓과 한국 굿즈들이 담긴 ’K-BOX‘를 차지할 수 있다. 중국 3대 테크그룹의 하나인 바이두가 내놓은 메타버스 플랫폼 ‘시랑’ 내 한국여행 체험공간인 한유세계(韓遊世界) 서비스도 12월부터 시작된다. 동남아인을 겨냥한 '트래블 헌터-K'와 유커를 노린 'K-LAND'가 높은 인기를 끈다면 연말연시 관광 최성수기에 한국으로 놀러올 확률이 높아질 것이다.

유럽과 미주 고객을 위한 메타버스 마케팅은 지난 8월부터 진행 중이다. 로블록스 내에 근정전, 맹방해변, 에버랜드 등 BTS의 뮤직비디오 촬영지를 조성하고 가상세계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와 '징검다리 건너기' 등을 경험할 수 있는 상태다.

K-팝 등 한류문화를 배우고 싶은 외국인들이 적지 않다. 한국에서 연예 활동을 하기 위해 장기간 머물거나 유명 연예 기획사의 선진 시스템을 알려고 입국을 희망하는 문화유학생들에게 'K-컬처' 연수비자(한류비자)를 발급해줄 방침이다. 특정 교육기관에서 한류문화를 배우려는 외국인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한국 내 소속사가 없거나 정규 교육과정을 연수하지 않는 외국인은 연예·예술 활동을 목적으로 장기체류가 불가능한 현실에서 한류비자가 신설될 경우 이들의 국내 거주에 따른 이익이 예상된다.

지난해 현재 호텔당 평균 종사자는 48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전인 2019년보다 19.6% 줄어든 상태다. 빠져나간 인력이 되돌아오지 않아 호텔업계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업계의 외국인 인력 고용은 H-2(방문취업)과 E-7(특정활동) 소지자에 한해 허용된다. 외국인의 방한이 늘어날 것에 대비, 호텔별 2인으로 제한된 E-7 비자 외국인 고용한도를 5인으로 늘린다. 중국과 고려인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하는 H-2 비자를 활용한 호텔 취업범위도 확대 시행한다. 법무부가 특정활동 비자 발급 지침을 고치고 출입국 관리법 시행령 개정을 마칠 경우 한국 근무를 희망하는 외국인력의 입국이 늘어날 수 있다. 호텔은 안정적인 가동 체제를 구축한뒤 해외 관광객 투숙으로 매출을 확대할 수 있다.

넷플릭스는 오징어게임 제작에 250억원을 투자하면서 확보한 지식재산권(IP)으로 1조원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국내 콘텐츠 기업마다 만성적인 자금 부족에 허덕이면서 글로벌 플랫폼에 IP를 파는 조건으로 제작자금을 조달받고 있는 처지다. 이런 자본종속 상황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정책금융을 확대한다는 대책이 눈에 띈다.

정부는 제작사의 IP 보유를 지원하는 콘텐츠 IP 펀드, M&A 펀드, 유니콘(모험투자) 펀드, 밸류(가치평가연계) 펀드, 소외장르 펀드, 문화일반펀드 등 6종의 모태펀드를 조성한다. 규모는 4666억원이다. 아울러 우수 콘텐츠 프로젝트 제작을 돕기 위해 ‘완성보증’ 운용배수를 현재 2.5배에서 4배 내외로 높여 2200억원 규모의 융자에 대한 보증을 공급한다. 콘텐츠 기업의 이자부담 경감을 위해 1600억원 규모 대출과 관련, 이자비용 2.5%를 지원하는 이차(利差)보전 사업도 확대한다. 

이같은 정책 지원을 통해 세계적인 IP를 보유한 콘텐츠 기업이 양성된다면 한국 경제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미국 마블 스튜디오에서 제작하는 슈퍼히어로물 영화로 2008년 아이언맨이 나온 이후 대부분의 작품이 전 세계 극장가를 점령한 바 있다. 최신 영화인 ‘블랙팬서:와칸다 포에버’는 11월 9일 한국 개봉을 앞두고 있다. IP를 갖고 있어야만 속편 영화 제작이나 관련 상품을 안정적으로 판매할 수 있다. 전후방 연관산업에 미치는 시너지 효과도 크다.

K-콘텐츠는 과거보다 다양해지고 보다 성숙해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의 가치가 높아질수록 제발로 찾아서 확인하려는 외국인들도 늘어날 것이다. K-콘텐츠가 관련 산업지형을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수 있도록 정부는 업계가 가려워하는 곳부터 긁어주는 세심함을 제공해야할 것이다. 윤 대통령이 27일 강조한 것처럼 모든 정부부처는 산업지원부서라는 인식을 갖고 K-콘텐츠 기업 지원에 발벗고 나서야 한다.

(사진=문체부 페이스북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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