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0.31 14:24
영천 금호일반산업단지 조감도(사진제공=영천시)
영천 금호일반산업단지 조감도. (사진제공=영천시)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현재 수도권에 있던 법인과 공장을 유치한 지방자치단체가 해당 기업에 지방세를 감면해주더라도 정부로부터 별다른 지원을 받지 못한다. 다른 지자체보다 현금성 복지를 줄인다해도 별도의 재정 인센티브도 없다.

이에 반해 모든 주민에게 각종 명목으로 수당을 주더라도 정부로부터 특별한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 이러다보니 선거 때마다 현금 살포성 공약이 난무하고 취임 이후엔 조직 확대와 산하 기관 신설을 통해 당선 승리에 기여한 '공신'을 대상으로 논공행상에 나서는 것이다. 

행정안전부는 31일 한창섭 차관 주재로 지방교부세 제도 운영방향을 심의·자문하는 '지방교부세위원회'를 갖고 ▲지역경제 활력 제고 ▲인구구조 변화 대응 ▲재정 건전성 강화라는 3대 방향에 중점을 둔 ‘보통교부세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개선방안이 담긴 지방교부세법 시행규칙 개정안을 12월 12일까지 입법예고 한뒤 의견 조율을 거쳐 시행할 방침이다. 중앙정부의 '긴축재정' 기조에 맞춰 지자체를 지원하는 교부세에도 '재정건전화·효율화'라는 지침을 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2023년 보통교부세를 산정할 때부터 지역경제 활력 제고에 적극 나서고 인구감소 흐름에 대응하며 지방재정 건전화에 앞장서는 지자체는 보통교부세를 더 받게 된다. 반대로 자구노력에 소극적이고 인구구조 변화에 대응하지 않으며 재정도 흥청망청 쓰는 지자체는 보통교부세를 덜 받게 된다. 보통교부세의 목적과 취지를 감안할 경우 진작 시행했어야 할 조치가 아닐 수 없다. 

보통교부세는 정부가 지방세만으로 재원을 충당할 수 없는 재정 부족단체에 재원을 보전해주는 제도이다. 국민이 전국 어디에 살든지 표준적인 행정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세원 편중과 재정 불균형을 개선하는 역할을 수행한다. 특별교부세, 부동산교부세, 소방안전교부세와 함께 지방교부세의 한 종류다.

(표제공=행안부)

지방교부세법에 따라 보통교부세는 소득세와 법인세, 상속세, 부가가치세 등으로 구성된 내국세의 19.24% 중 97%로 정해져 있다. 2023년 정부 예산안을 기준으로 66조6000억원에 이른다. 정부는 각 지자체별 기준재정수요액과 기준재정수입액의 차이인 재정부족액을 기준으로 지급한다. 올해 전체  226개 기초지자체의 73.5%인 166개 지자체가 보통교부세를 받았다.  

현재 한국은 인구 감소, 경제의 수도권 집중, 글로벌 복합경제위기라는 3대 악재에 직면한 상태다. 지자체마다 출산율을 높여 인구가 줄어드는 폭을 최소화하고 산업단지 조성 등을 통한 기업 유치에 적극 나서야만 '소멸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자체 인력 운영을 효율화하고 현금성 복지 서비스 제공을 삼가며 지자체간 협력을 강화하면서 지방시대를 열어가야 할 책무도 지고 있다.

행안부 혁신방안 중에서 산업단지의 인프라 개선에 투입되는 비용인 '산업경제비'를 산업단지 신규 수요에 반영하고 혁신도시도 산업단지 및 기업도시에 준해 지원한다는 방침이 주목된다. 현재 지역내 산업단지를 3개 갖고 있는 A시는 환경오염개선을 위한 환경보호비만 지원받아 15억6000만원의 보통교부세를 받았지만 앞으론 산업경제비 6억9000만원이 추가된 22억5000만을 받게 된다. 혁신도시에 산업시설 용지가 있는 B시는 2억원을 새로 지급받는다. 산업단지 조성과 운영에 따른 혜택이 커지는 셈이다.

대도시에 있던 기업이 지방으로 옮겨 해당 지자체가 해당 기업의 지방세를 깎아준 경우 감면액의 300%를 지원한다는 규정은 지자체의 기업 유치 전략에 적잖은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수도권에서 30개 법인과 10개 공장이 옮겨와 지방세를 깎아준 C시는 내년부터 감면액의 300%인 8억5000만원을 교부세로 받게 된다.

아울러 지자체가 경기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들을 보다 적극적으로 돕기 위해 소상공인 수요를 신설한 것도 눈에 띈다. 관내 소상공인 2만3000명이 가량 되고 재정자립도가 20%대인 D군은 규칙 변경으로 인해 6억7000만원의 교부세를 새로 받게 된다. 지자체 입장에서 재래시장이나 골목상권을 유지해야 할 필요성이 더 커진 셈이다.

교부세 지원에 있어 인구감소지역을 대폭 지원하기로 한 것도 필요한 조치로 분석된다. 그간 행안부는 6개월을 기준으로 하는 인구통계를 적용해왔다. 이러다 보니 지역인구가 반년 전보다 급감하면 교부세도 크게 줄면서 재정 충격도 심화되어왔다. 부작용도 적지 않았다. 일부 지자체는 교부세를 더 받기 위해 주소이전을 조건으로 30만원을 주거나 소속 공무원에게 인구 유치 목표를 할당하는 무리수를 두기까지 했다. 

이로 인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인구통계 기준으로 36개월 평균 인구 수로 변경했다. 이와 함께 내년 1월부터 시행되는 '인구감소지역 지원 특별법' 취지에 따라 인구감소지역 수요산정방법을 약 67% 늘렸다. 이에 따라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E군은 현재 인구감소지수와 면적을 반영한 '지역관리비'의 30%를 적용, 224억2000만원을 지원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50%가 적용돼 149억500만원 늘어난 373억7000만원을 받게 된다. 인구가 줄어드는 지자체 입장에선 보다 과거보다 늘어난 재정을 안정적으로 운용하면서 자구노력을 펼칠 여유를 갖게 된 셈이다.

출산장려 수요 산정방법을 50% 확대, 합계출산율이 1.41명을 넘는 지자체는 합계출산율이 1.01명 이하인 지자체보다 최대 225%라는 반영률을 더 적용받도록 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출산장려 반영률은 ▲1유형(0.81~1.01명) 75% ▲2유형(1.01~1.21명) 150% ▲3유형(1.21~1.41명) 225% ▲4유형(1.41명 이상) 300%로 바뀐다. 이로 인해 합계출산율이 1.53인 F군은 현재 아동복지비의 200%를 적용, 7억5000만원을 받지만 앞으로는 아동복지비의 300%인 11억3000만원을 받게 된다. 지자체는 아동복지비를 관내 산모가 공공산후조리원을 이용하는데 투입하면서 '아이를 낳고 키우기 좋은 지역'으로 각인시킬 수 있다.

과도한 현금성 복지제도가 경쟁적으로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한 행안부의 고육지책도 나왔다. 중위단체와 비교해 현금성 복지를 줄인 곳에는 감액 비율을 반영해 교부세를 더 주고 과다 지출한 곳에는 그 비율에 따라 교부세를 덜 주겠다는 것이다. 모든 주민에게 수당을 준 G군은 현재 아무런 불이익을 받지 않지만 내년부터는 38억6000만원의 교부세를 덜 받게 된다. 일부 지자체의 현금 살포 관행이 상당부분 바로잡힐 것으로 기대된다.

기준인건비를 줄이면 200%의 인센티브를 주고 기준인건비 이상으로 인건비를 쓴 곳에는 초과한 인건비만큼 감액한다는 방침도 신선하다. 거주하는 지역주민은 매년 줄고 있는데 공무원만 늘어난다는 비판을 감안한 것이다. 인건비를 줄인 H시는 16억7000만원을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현재의 2배인 33억4000만원을 받게 된다. 기준인건비에서 49억2000만원을 더 쓴 I시는 현재 교부세 페널티를 받지 않지만 앞으로는 초과액 전액인 49억2000만원을 받지 못하게 된다. 이를 계기로 자율적으로 인력을 감축하려는 경쟁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행안부는 님비현상 완화를 위한 대안도 내놓았다. 몇 개 지자체가 공동으로 폐기물처리시설이나 장사시설을 설치할 수 있도록 지자체간 협력 수요의 산정방식을 약 67% 확대하기로 한 것이다. 폐기물 처리시설을 다른 3개 지자체와 공동으로 활용하고 있는 J시는 현재 공공시설 설치 및 운영비의 30%인 25억원의 교부세를 받고 있지만 앞으로는 50%에 해당되는 42억원을 받게 된다.

지자체에게 지급되는 보통교부세야말로 해당 지역의 발전에 기여하는데 우선적으로 사용돼야 한다. 우선순위와 중요성에 따라 꼭 필요한 곳에 효율적으로 투자돼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지자체 스스로 마련한 미래발전전략에 따라 성장기반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보통교부세 사용에 따른 효과를 보다 정확히 파악하는 행정적 노력이 뒤따라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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