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01 16:23
안양시 만안구와 만안경찰서 직원들이 오토바이 굉음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양시)
안양시 만안구와 만안경찰서 직원들이 오토바이 굉음 단속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안양시)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배달수요가 급증하면서 라이더들이 주로 이용하는 배기량 100cc 초과 260cc 이하의 중형 이륜차도 크게 늘어났다. 2019년 현재 등록된 중형 오토바이는 1백11만7862대로 2018년보다 2만841대 증가했고 2020년에는 1백15만3804대로 전년 대비 3만5942대 많아졌다. 방역 규제 완화 여파 등으로 지난해에는 1619대 줄었다. 50cc 이상 100cc 이하 소형 이륜차와 50cc 미만 경형이륜차는 폐차 등으로 매년 줄고 있지만 260cc를 초과하는 대형 이륜차는 매년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 

배달기사들이 돈을 벌려고 짧은 시간에 가능한 많은 주문을 처리하려는 욕구는 충분히 이해된다. 다만 이로 인해 과속 운행과 교통신호 신호 무시는 물론 급가속이나 급추월이 일상화되면서 골목길에 사는 주민이나 인도 보행객에게 불편과 피해를  주고 있다는 점은 부인하기 힘들 것이다. 배기음 튜닝으로 극심한 소음을 유발하는 이륜차도 좀처럼 사라지지 않으면서 오토바이 소음 민원은 19년 935건에서 20년 1473건, 21년 2154건으로 매년 급증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기에는 1993년 이후 30년 동안 유지 중인 한국의 제작·운행 이륜차 소음허용기준이 일본보다 훨씬 관대한데다 지자체의 현장단속이 어렵다는 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현재 80cc 초과 이륜차의 배기소음 허용기준은 105데시벨(dB)이다. 일본의 경우 50cc 초과 125cc 이륜차의 배기소음 허용기준은 90dB로 한국보다 15dB 낮다. 125cc 초과 이륜차의 기준 역시 94dB이다. 배기소음은 소음 발생의 주요 원인이다. 이륜차를 정지시킨 채 엔진 최고출력의 75%에서 배출구로부터 50㎝ 지점에서 소음 최대치를 측정한다.

현행 한국의 가속주행소음 허용기준 역시 ▲80cc 이하 75dB ▲80cc 초과 175cc 이하 77dB ▲175cc 초과 80dB인데 비해 일본은 ▲50cc이하 71dB ▲50cc 초과 125cc 이하 71dB ▲125cc 초과 73dB로 한국보다 훨씬 엄격하다. 일본은 오토바이가 국민들의 ‘조용한 일상’을 위협하지 않도록 배려하고 있다는 점이 확인된다. 가속주행소음은 이륜차가 달리면서 내는 소음을 7.5m 떨어진 지점에서 최대치를 측정한다. 배기소음과 엔진소음, 타이어 소음 등을 포함하는 개념이다.  

이런 현실을 감안, 환경부는 지난 3월 이륜차의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175cc 초과는 95dB, 80cc 초과 175cc 이하는 88dB, 80cc 이하는 86dB로 강화하겠다는 소음허용기준 개정안을 내놓은 바 있다. 이와 함께 소음증폭 구조변경을 막기 위해 ‘제작이륜차의 배기소음 인증시험 결과 값’을 표시하도록 의무화하고 이 수치에서 5dB를 넘어서지 못하는 수준에서 운행소음허용기준을 새로 적용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민관합동규제개선추진단과 서울시, 성남시, 전북도, 천안시 등은 소음허용기준을 96dB이하로 강화해달라고 건의했고 국회의원들도 이를 요구한 바 있다.

앞으로 늦은 밤에 주거지에서 이륜차가 내는 소음으로 잠을 설치는 일은 없어져야 한다. 주간과는 달리 특별관리가 필요한 것은 분명하다. 이를 위해 환경부는 1일 배기소음이 95dB을 초과하는 이륜차를 ‘이동소음원’으로 추가지정하는 고시를 2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혔다. 향후 이륜차 배기소음 허용기준을 86~95dB 수준으로 강화하기로 한 결정과 궤를 맞춘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소음·진동관리법 개정을 통해 ▲영업·홍보용 확성기 ▲행락객 사용 음향기계 및 기구 ▲소음방지장치가 비정상이거나 음향장치를 부착해 운행하는 이륜차 등에 이어 배기소음 95dB 초과 이륜차도 이동소음원 대상으로 집어넣었다.

이에 따라 각 지방자치단체는 2일부터 지역의 실정을 고려해 이동소음 규제지역을 새로 지정, 고시하거나 기존 이동소음 규제지역 고시를 변경해 고소음 이륜차가 다닐 수 없는 지역과 대상, 시간 등을 상세히 설정하고 단속할 수 있게 된다. 아파트 등 주거밀집지역, 종합병원이나 요양병원, 요양원 등 특별히 평온한 생활환경을 유지해아할 이유가 큰 곳부터 오토바이 이동소음 규제가 시행될 전망이다. 

환경부는 배달용으로 주로 쓰이는 중·소형 이륜차의 배기소음도는 통상 90dB를 넘지 않으며 인증과정에서 최대 93dB로 나타난 만큼 차주가 소음증폭 튜닝을 하지 않았다면 규제대상에 포함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번 고시로 인해 이륜차 운행이 과도하게 제한되지 않도록 심야 시간대를 중심으로 관리되도록 지자체에 안내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생계형 차량의 운행에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주민과 환자, 노인들의 숙면을 돕는다는 측면에서 환영할 만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좁은 국토에 많은 인구가 몰려 사는 한국에선 조용하고 정숙한 환경은 깨끗한 공기와 맑은 물에 못지않게 살아가는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미국이나 유럽이 배기소음에 대해 허용기준을 따로 두지 않는 것은 국토가 우리나라보다 훨씬 넓은데다 안정적인 속도로 주변 경치를 감상하면서 장시간 주행하기를 좋아하는 오토바이 문화도 자리잡았기 때문으로 판단된다. 더구나 유럽의 가속주행소음 기준은 한국과 동일하고 미국은 한국과 같거나 다소 낮은 수준이다. 

무엇보다 이륜차 운전자들은 심야 시간이 되면 주택가 등에서 고속 운행이나 급가속 운행을 더욱 자제해야 한다. 이는 이웃을 배려하는 행위이자 교통사고로부터 자신을 지키는 방어운전의 첫걸음이다. 지자체는 지역주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들어 규제 대상과 시간 등을 적절히 설정, 운영하고 시행에 앞서 충분한 계도기간을 부여해 이륜차 운전자로부터 자발적인 협조를 얻어내는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