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06 17:37
(표 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문재인 정부는 2017년 12월 ‘재생에너지 3020’을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정책 역량을 총동원했다. 소규모 태양광 발전사업자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을 보장하는 소형 태양광 고정 가격 계약(한국형 FIT) 제도를 신설, 30kW 미만(일반) 사업자과 100kW(농축산어민과 협동조합) 미만 사업자는 경쟁 없이 20년간 고정가에 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했다. 농지에 대한 태양광 설비 설치를 허가했고 24개 대규모 발전업자가 의무적으로 조달해야하는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뜻하는 RPS 의무비율도 높였다. 재생에너지 예산 역시 17년 7963억원에서 21년에는 1조6382억원으로 2.1배 늘렸다.

이처럼 규제를 풀고 지원은 늘리자 너나없이 태양광 발전사업에 뛰어들었다. 태양광 설비 보급 규모는 12~16년 3.4GW에서 17~21년에는 15.2GW로 4.5배 커졌다. 반면 풍력은 12~16년 0.6GW에서 17~21년 0.7GW로 거의 변동이 없었다. 바이오도 12~16년 1.9GW에서 17~21년 2.4GW로 26% 증가하는데 그쳤다. 전체 발전에서 재생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은 17년 3.2%에서 21년에는 6.3%로 2배 높아졌지만 이로 인해 국가적인 손해도 적지 않았다.

무엇보다 21년 현재 1MW 이하의 태양광은 14.9GW로 태양광 전체의 80%에 달한다. 17년 당시 3.7GW보다 4년 만에 4배 증가한 것이다. 이로 인해 비효율과 수급불안정이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소규모 태양광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은 신재생에너지 설비를 활용해 에너지를 공급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인증서인 REC 가중치가 1000kW이하 사업자에게 유리한데다 한국형 FIT 운영, 1MW 이하 계통 무제한 접속 등 특혜가 집중된 탓이 크다는 것이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이다. 특히 자가용 태양광의 경우 정부와 지자체 보조가 전체의 80%에 달하면서 시장질서가 혼탁해졌다. 한국소비자원은 태양광 설치업체들이 주민들에게 설치를 부추기고 적은 돈을 투자해서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의 허위·과장 광고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하자 19년 12월 태양광 소비자 피해 예방주의보까지 발령한 바 있다. 농어촌에 사는 고령 주민들을 대상으로 태양광 사기도 기승을 부렸다.

태양광 보조사업 예산은 17년 1000억원에서 21년 3214억원으로, 융자사업 예산의 경우 17년 660억원에서 21년 6590억원으로 급증했지만 사업관리는 부실했다. 실제보다 부풀린 사업계획으로 대출금을 받아낸뒤 세금계산서를 축소하거나 무자격 업체와 공사계약을 맺고 대출금을 받고 나서 자격업체에 하도급을 주는 위법·부당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이 지난 9월 국무조정실 조사에서 드러났다.

협동조합 태양광에 대한 지원도 과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국형 FIT의 참여 용량을 30kW에서 100kW로 확대해주고 참여한도도 3개에서 5개로 늘려주며 경쟁입찰에선 1점의 가산점을 주면서 협동조합 태양광 규모는 17년 6.7MW에서 21년 54.1MW로 4년 만에 8.1배 급증했다. 

해상풍력에 필요한 풍향계측기 시장도 요지경이었다. 허가 기준이 낮은 것을 파고들어 해상풍력 발전을 하기 좋은 목 좋은 위치에 풍향계측기를 설치하고 과다한 선점 프리미엄을 요구하는 일까지 발생했다. 올해 정기국회 산업부 국정감사에선 도서지역에 풍항계측기를 설치하고 해상풍력 발전사업자에게 10억원의 웃돈을 붙여 계측정보를 팔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사전 입지적정성 검토 역시 발전사업허가이전에만 신청하도록 규정되어 있어 사업 초기인 계측기 설치단계에선 어업·환경 영향조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어민과의 갈등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높은 염분 농도로 작물이 잘 자라지 않아 벼 재배 등 기본생산용도로 사용할 수 없는 염해농지에는 태양광이 집중적으로 들어서고 있다. 태양광 발전설비 용도로 쓸 수 있는 기간이 8년에서 23년으로 연장되면서 간척지 중 80%가 염해농지로 둔갑했다. 농지전용 면적 제한도 1ha에서 3ha로 완화되고 태양광 농지보전부담금도 50% 감면되면서 농지 잠식이 날로 확대되는 상황이다.

태양광 발전설비 이격거리도 지자체마다 제각각이다. 228개 기초 지자체 중에서 129곳은 이격거리 규제를 실행 중이다. 문제는 거리 규제가 15~1000m로 다양하다는 점이다. 객관적 근거가 부족한 규제로 사업예측 가능성이 떨어지는데다 사업자와 주민간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수입산이 태양광발전설비 시장을 잠식하면서 국내 산업생태계가 취약해졌다. 수입산 셀의 점유율은 18년 48%에서 21년에는 65%로 높아졌고 모듈의 경우 18년 27%에서 21년 34%로 상승했다. 저가 외국산제품에 밀리면서 국내 유일의 태양광 잉곳·웨이퍼 생산기업이었던 웅진에너지는 19년 법정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22년 7월에는 결국 파산 선고를 받았다. LG전자도 20년 셀과 모듈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이처럼 그간 재생에너지정책은 급속한 보급에만 치중한 나머지 소규모 태양광 난립에 따른 비효율적 보급체계, 계통부담의 가중, 주민수용성 악화, 국내 관련 산업 경쟁력 약화라는 약점을 노출했다는 것이 정권교체이후 산업부가 내린 진단이다.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 주재로 3일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br>
천영길 산업부 에너지산업실장 주재로 3일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1차 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산업부)

이에 따라 산업부는 지난 3일 천영길 에너지산업실장 주재로 신재생에너지정책심의회 1차 회의를 갖고 ‘에너지 환경 변화에 따른 재생에너지 정책’을 제시했다. 우선 지난해 10월 발표된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안부터 수정하기로 했다. 203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전체 에너지의 20%에서 30%로 높인다는 목표를 21.6%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대신 36년에 30% 초반을 달성할 방침이다. 연평균 재생에너지 신규설비 증설목표도 연 5GW 수준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태양광과 풍력 발전량을 21년 87대 13의 비중에서 30년에 60대 40으로 대폭 개선한다는 목표가눈에 띈다. 이를 위해 30년까지 태양광은 매년 3.0GW, 풍력은 매년 1.9GW 보급하기로 했다.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을 고려해 RPS 의무비율도 내년부터 낮추겠다는 계획도 재생에너지 수요를 줄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마디로 재생에너지 정책이 180도 바뀐 셈이다. 이처럼 산업부가 뒤늦게나마 합리적이고 실현가능성 수준에서 보급목표를 바꾼 것은 타당하다고 여겨진다.

기존 풍향계측기 난립을 해소하고 관리를 강화하기 위해 해양수산부의 협조를 받아 인·허가 과정에서 재무능력, 이행가능성, 주민수용성 고려를 강화하고 허가취소 근거도 마련하기로 했다. 계측기 설치 이후 3년 등 일정기간 이내 발전사업허가 신청을 의무화해 계측데이터 거래 목적의 부지 선점을 막는다는 대책이 관심을 끈다. 계측기 유효지역 최대면적을 현행 628㎢에서 157㎢로 축소해 분쟁 소지를 차단한다는 것도 흥미롭다.

재생에너지를 투입 비용 대비 효율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소규모 사업자에 유리한 공급인증서(REC) 가중치를 개선, 중대형 사업자의 경제성을 높여준다. 설계수명(20~25년)과 계약기간(20년)을 고려해 발급기한도 설정할 방침이다.

현재 4개 구간별로 입찰이 시행되면서 소규모 설비가 높은 가격에 낙찰 받는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해 입찰구간을 통합해 설비규모에 관계없이 비용이 낮은 설비부터 낙찰 받도록 한다. 말썽이 많은 협동조합에 대한 사업 개수와 참여용량에 대한 인센티브를 폐지하는 것은 당연한 조치가 아닐 수 없다. 협동조합에 대한 과도한 특혜에 대한 비판이 많았기 때문이다. 아울러 23년 7월 일몰 예정인 한국형 FIT의 경우 제도 연장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연장되더라도 참여대상과 한도, 계약가격을 전면 개편한다는 원칙을 적용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 융자 신청접수 시점을 공사비 확정이전에서 공사비 확정이후로 변경한다. 농지와 일반부지에 대한 융자를 축소하고 공장·창고 지붕이나 댐·저수지, 용·배수로, 고속도로, 철도 등 유휴부지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기로 했다.

17년부터 태양광사업자에게 적용중인 경쟁입찰 제도를 풍력에도 신규 도입한다. 발전사업자간 경쟁 촉진을 위한 조치이다. 환경영향평가를 마친 육·해상 사업을 대상으로 연 1회 시행한다. 물량과 가격은 RPS위원회에서 결정한다. 가격 60%와 비가격 40% 합계로 고득점 순으로 선정하게 된다.

재생에너지사업자도 일정 규모 이상이라면 전력시장에 입찰하도록 하는 등 책임성을 강화한다는 결정도 관심을 모은다. 하루 전 전력시장에서 예상발전량을 입찰하고 실제 발전에서 차질을 빚으면 페널티를 받는 체제로 편입시키겠다는 것이다. 중앙급전발전기와 동등한 책임을 부여한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전력거래소는 전국의 설비용량 20MW이상의 중앙급전발전기를 대상으로 발전변동비(연료비)가 작은 순서에 따라 급전 지시를 내려 전력수요에 대응하고 있다. 현재 태양광과 풍력발전기는 비중앙급전발전기로 분류되어 있다. 항상 전기를 만들어 팔 수 있다는 얘기다. 제주도 지역부터 내년에 시범적으로 추진하고 25년부터 전국 확대를 검토한다.

1MW 이하 태양광 무제한 접속제도도 도마 위에 오른다. 현재는 1MW 이하 태양광에 대해 한전이 계통비용을 전액 부담하고 계통여건을 고려하지 않은 상태에서 사업이 허가되고 있다. 이로 인해 계통부담이 가중되고 각종 민원도 제기되는 실정이다. 사업자가 일정 수준의 계통비용을 부담하는 방향으로 내년 상반기 중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주민참여사업도 바꾼다. 재생에너지시설에 인접해 피해를 보는 주민과 농어민을 두텁게 지원한다. 1인당 전체 주민투자금의 30% 이내라는 규정을 1세대당  주민 3000만원으로 강화할 방침이다. 어민은 추가우대할 계획이다.

안전이나 경관을 무시한 산지태양광이 21년 현재 여의도 면적의 21배에 이르면서 산사태 등 사고 발생 우려가 많다. 산사태 위험등급과 사고이력, 지자체 의견을 고려해 산사태 취약 태양광 설비 3000개를 선정, 내년부터 매년 안전점검을 실시하고 모든 산지태양광 1만2000개에 대한 정기검사 주기를 현재 4년에서 2년으로 단축한다. 사업자가 부적합 설비를 보수하지 않을 경우 전력거래를 중단하며 안전조치 지시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REC 발급을 중단한다는 강경 대책도 마련됐다.

태양광 산업생태계 경쟁력 강화는 발등의 불이다. 정부는 차세대 기술의 집약체인 탠덤 셀을 26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탠덤 셀은 결정질 실리콘 셀에 페로브스카이트 셀을 이중접합한 것으로 이론상 한계효율은 44%에 달한다. 상용 실리콘셀의 이론 효율 한계는 30%이다. 이를 위해 탠덤 셀 등 고효율화 기술을 국가첨단전략기술로 신청을 검토하면서 세제와 인허가 신속 처리,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의 혜택을 제공할 방침이다.

재생에너지는 원자력 발전과 함께 탄소중립 실현을 위해 중요하다. 향후 비중이 높아질 풍력산업에서 대형터빈과 핵심부품, 설치선 분야에서 핵심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수입에 의존 중인 부품의 국산화가 절실하다. 풍력경쟁입찰시장에서 사업자를 선정할 때 산업기여도 평가를 높여 국내 풍력산업 경쟁력을 강화하는 조치도 차질없이 시행되어야 할 것이다.

국내 재생에너지산업 활성화를 위해 국산 산림 바이오매스 활용이 늘어나야 한다. 국산 목재 펠릿이 경제성을 갖출 수 있도록 산림청이 적극 나서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경부도 하수슬러지를 발전연료로 쓸 수 있도록 처리형태를 개선하는데 집중할 필요가 크다. 저비용·고효율을 지향하는 재생에너지 대책이 실현되어야 한다. 이번에 제시된 방안이 초래할 부작용에 대한 주기적인 점검과 보완도 뒤따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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