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11 17:57
한국지엠에서 생산된 트레일블레이저 차량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br>
한국지엠에서 생산된 트레일블레이저 차량들이 수출을 위해 선적되고 있다. (사진제공=한국지엠)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난 8월 30억50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던 경상수지가 지난 9월에 16억1000만달러 흑자로 전환되면서 고물가·고금리·고환율에 신음 중인 우리 경제에 희망을 주었다. 상품수지가 석 달 만에 흑자(4억9000만달러)로 전환된 영향이 컸다. 지난해 9월보다 경상수지는 89억달러 줄었지만 에너지 수입액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선방한 셈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한국의 신인도를 유지하려면 경상수지 흑자 기조 유지가 필수적이다. 이런 실정에서 올해 들어 9월까지 누적 경상수지 흑자는 241억40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432억7000만달러 줄었지만 흑자 행진은 유지되고 있다. 여기에는 불안한 공급망에도 수출을 늘려가고 있는 자동차산업의 공로가 크다. 캄캄한 어두움 속에서 빛을 발하는 촛불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지난 10월 기준 통관기준 수출은 524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보다 5.7% 줄었다. 2020년 10월 이후 24개월 만에 월간 수출이 감소세로 반전된 것이다. 중국의 수입시장 위축과 반도체값 하락, 역대 10월 최고실적을 기록한 작년 10월의 기저효과 영향을 받았다.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에서 4개 품목만 수출이 늘었다. 이중 자동차 증가율이 2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이차전지가 17% 늘어났다. 이에 반해 반도체는 8%, 석유화학은 22%, 철강은 19% 줄었다. 생산과 내수, 수출에서 '트리플 증가세'를 유지한데다 전기·수소차 수출에서 사상 최고를 기록한 자동차산업이 없었다면 수출 감소폭은 더 커졌을 것은 분명하다. 자동차산업이 우리 경제의 복덩어리이자 효자라는 사실이 새삼 확인된 것이다. 

(표제공=산업통상자원부)
(표제공=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가 16일 발표한 '2022년 10월 자동차산업 동향'(잠정)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산업은 작년 10월보다 생산 24.2%, 내수 15.2%, 수출 30.2%로 모두 두 자릿수 증가세를 나타냈다. 생산과 내수, 수출 모두가 지난 8월 이후 전월 대비 3개월 연속 증가세를 기록 중인 것이 돋보인다. 차량 반도체 수급이 지속적으로 개선된데다가 1년전 생산 부진에 따른 기저효과도 나타난 것으로 분석된다.

10월 수출 물량은 20만8544대로 작년 10월 대비 30.2% 늘어났고 수출 금액 역시 49억1600만달러로 1년 전보다 28.5% 증가했다. 국내 브랜드에 대한 해외 현지 수요가 지속되는 가운데 반도체 수급난 완화에 따른 생산 확대가 이뤄진 덕분이었다. 

(그래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물량과 금액에서 자동차 수출이 4개월 연속 두 자릿수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여기에 중형 3사의 기여도 적지 않았다는 소식이 반갑다.

한국지엠은 트레일블레이저 1만7912대를 해외에 판데 힘입어 1년 전보다 수출이 418.7% 급증했다. 쌍용차도 렉스턴스포츠(1788대), 코란도(1598대), 렉스턴(1068대) 등 전 차종이 호조를 보이면서 수출이 261% 늘어났다. 르노코리아 역시 XM3(1만2388대), QM6(2449대)를 내세우며 125.2%의 수출증가율을 올렸다. 1년 전 반도체 수급 차질로 휴업과 감산한데 따른 기저 효과 속에서 해외 소비자로부터 가성비가 높다는 평가로 판매가 활기를 보였기 때문이다. 트레일블레이저는 10월 수출 1위 차량에 오르는 등 올해 들어 누적 수출 실적이 현대차의 코나와 아반떼에 이어 3위를 기록 중이다. 르노코리아 XM3도 10월 수출 모델 5위에 올랐다. 기아는 수출을 20.7% 늘렸고 현대차도 5.6%의 증가세를 기록하는 등 대형사들의 분전도 눈부셨다. 특히 자동차 선진국인 북미지역 수출이 60.2% 늘어나고 유럽연합에서도 12.4% 증가한 것은 고무적이다.
 
친환경차 수출이 작년 10월 대비 36.1% 증가한 5만2279대, 금액으로는 27.1% 늘어난 14억5000만달러로 모두 역대 월간 수출 실적 2위를 기록한 점도 눈에 띈다. 5만4164대를 수출해 14억7000만달러의 수출액을 올렸던 지난 7월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22개월 연속 증가세를 이어가면서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25.1%로 역대 최고치를 달성한 것도 의미가 적지 않다.

연료별로는 1년 전보다 하이브리드차 수출이 63.9% 늘어나고 전기차도 18.8% 더 팔린 것에 힘입어 올해 들어 10월까지의 누적 수출대수는 44만8000대로 작년 연간 실적(40만5000대)를 이미 초과달성했다. 수출액 역시 14개월 연속으로 10억달러를 넘어서며 전체 자동차 수출액의 29.4%를 차지했다. 전기·수소차 수출액이 7억3200만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하며 성장세를 이끈 것이 믿음직스럽다. 향후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친환경차에서 한국산 제품의 경쟁력이 유지되고 있음을 알리는 청신호이다.

우리 경제는 고용과 대면서비스업을 중심으로 내수는 원만한 개선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높은 수준의 물가가 지속되고 수출도 부진한 모습을 보이면서 경기둔화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실정이다. 주요국의 금리인상 기조가 여전한데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중국의 코로나19 봉쇄조치 지속에 따른 경제성장 추락 등으로 향후 세계경제 성장률은 더 떨어질 우려가 높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현재 임금근로자는 2168만4000명이다. 자동차산업이 창출하는 일자리는 간접고용을 합치면 약 250만명에 달한다는 것이 업계 추산이다. 근로자 8~9명 중 1명이 자동차 생산과 판매, 수입, 할부금융, 중고차 매매 등에서 일하면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철강, 플라스틱, 정보통신, 전선, 전자부품, 금융 등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영향도 크다. 호조를 이어가고 있는 자동차 수출마저 감소세로 꺾인다면 우리 경제에 미칠 충격도 엄청날 것이다.

현대차와 기아의 경우 주문을 받아놓은 물량이 많아 당분간 내수에선 안정적인 증가 추세가 예상된다. 11월 현재 싼타페 하이브리드와 아반떼 하이브리드 모델은 가계약 이후 인도받으려면 24개월 이상, 아이오닉6는 18개월 이상 기다려야 한다. 내연기관 모델도 1개월~10개월 대기가 필요한 상태다. 다만 지속적인 금리 인상에 따라 소비의 본격적인 위축은 불가피하다. 스태그플레이션에 준하는 흐름이 나타나는 것도 시간문제다. 대체로 1년 이상 사용할 수 있는 고가의 상품을 지칭하는 내구재에 속하는 자동차도 경기 침체의 늪이 깊어질수록 구매 수요 약화라는 악재에서 피하기 힘들 것이다.

향후 주요 수입시장의 전망도 밝지 않다. 코로나19에 따라 전세계 자동차 생산은 9000만대 수준에서 7500만대까지 감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코로나가 엔데믹 단계로 넘어가면서 자동차 구매 수요가 늘어나자 생산도 회복세를 보이고 있지만 공급망 교란 여파와 반도체 수급난으로 증가 속도는 더딘 편이다.

내년에 미국과 유럽연합 경제가 역성장하거나 경기둔화가 심각해진다면 국내 완성차업계의 수출과 현지생산이 악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미국에서 민주당 안대로 인플레이션 감축법이 시행되고 한국차가 적용 유예를 받는데 실패한다면 수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하고 있는 상태다.

중국 자동차 기업들의 발 빠른 추격도 자동차 산업을 위협하고 있다. 임금 등 기본 원가구조에선 도저히 경쟁할 수 없는 만큼 디자인과 상품성, 제품력, 안전성을 더욱 향상시켜 해외 고객의 '충성'을 이끌어내고 'K-Car'는 고급차라는 프리미엄 이미지를 심어주는 노력이 절실하다.

최근 주문이 집중된 하이브리드차의 생산 물량을 늘리기 위해 노조의 동의를 얻어내는 등 노사협력을 강화하는 것도 요구된다. 친환경차와 자율주행차에 대한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면서 소프트웨어 인력도 확충하는데 주력해야 한다.

해외의 자국 산업 보호 기조에 맞서 우리나라도 첨단 제품 개발은 국내에서 수행하는 등 핵심 연구개발 인재와 주력 생산시설을 유지,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자동차산업이 모빌리티산업으로 순조롭게 진화되면서 보다 많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낼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협력도 뒤따라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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