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15 17:06
SM상선의 'SM뭄바이' 호가 수출화물을 싣고 부산신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제공=SM상선)
SM상선의 'SM뭄바이' 호가 수출화물을 싣고 부산신항을 출항하고 있다. (사진제공=SM상선)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세계 수출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2005년 2.7%에서 2015년 3.2%까지 올라갔다가 2020년 2.9%로 떨어진 뒤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무역협회의 분석이다. 무협에 따르면 세계 수출시장 점유율이 0.1%포인트 낮아지면 취업인원이 13만9000명 줄어든다. 0.3%p 하락으로 일자리가 41만600명 사라졌다는 것이다. 이 기간 중 수출 기업은 해외로 나갔다. 역대 정권마다 국회와 정부가 각종 기업 규제를 신설한데다 근로시간 단축 속도는 높이면서 최저임금을 가파르게 올렸고 노동유연성 악화 추세 속에 강성 노동운동이 지속된 영향도 있었다. 해외에 공장을 앞다퉈 세우면서 수출산업기반이 취약해진 것이다. 

이같은 구조적 약점은 수치로 확인된다. 관세청은 지난 10월 수출(확정치)이 524억8300만달러로 작년 10월 556억6000만달러보다 31억7700만달러(5.7%) 줄었고 수입은 591만8100달러로 작년 10월 538억4800만달러보다 53억3300만달러(9.9%) 늘어났다고 15일 발표했다. 수출이 2020년 10월(3.9% 감소)이후 24개월 만에 줄어들면서 지난달 무역수지도 66억9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표제공=관세청)

무엇보다 세계 경기 둔화 국면에서도 꾸준히 증가세를 유지해왔던 수출이 감소세로 전환된 것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부터 시작된 무역수지 적자 행진이 10월까지 7개월 연속 진행되면서 경상수지 흑자 기반이 뿌리째 흔들리는 단계에 접어든 것으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겨울철을 맞아 강도 높은 에너지 절약시책을 통해 원유 수입액 증가를 최소화하고 수출 감소세를 최대한 늦추는 노력이 요구된다. 만약 경상수지까지 적자로 전환하고 한국에 대한 국제적 신인도마저 추락한다면 외국인 자금 유출, 주식·채권과 원화 가치 폭락이란 최악의 시나리오가 실현될 수 있다. 

10월 수출이 20개월 연속 500억달러를 돌파했지만 반도체 수출액은 95억1600만달러로 1년전보다 18억7100만달러(16.4%) 줄어든 충격으로 증가세를 이어가는데 실패했다. 반도체는 2021년 4월이후 18개월 만에 처음으로 수출액이 100억달러에 밑돌았다. 반도체 소비 부진에 따른 단가 하락이 결정적이었다. 지난 8월부터 시작된 반도체 수출 감소가 3개월 연속 이어진 것은 2020년 1월이후 33개월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그만큼 호황을 누렸던 반도체산업의 하락세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전기전자제품 수출액이 171억1백만달러로 12%, 철강제품이 40억1600만달러로 12.9% 감소한 영향도 적지 않았다. 작년 10월보다 각각 29.1%, 7% 증가한 승용차나 석유제품이 없었다면 적자폭이 확대대될 수 있었다. 

지난 9월(38억1500만달러)보다 무역수지 적자가 75.6% 급증한데에는 주력 수출제품의 부진과 함께 원자재와 자본재, 소비재가 10% 안팎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원자재 앙등은 무서울 정도다. 지난 10월 가스 수입액은 1년 전보다 79.8%, 석탄은 40.2%, 원유는 24.2% 증가했다. 원유 수입액은 80억5300만달러로 지난해 10월(64억8600만달러)보다 15억700만달러(24.2%) 늘어났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원유 수입액은 894억8200만달러로 전년 동기(533억5백만달러)보다 361억7700만달러(67.9%) 증가했다. 배럴당 수입단가는 지난 7월 118.3달러 이후 지난 10월 102달러로 하향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작년에 비해 여전히 32.9% 이상 높다.

(표제공=관세청)
2022년 10월 수출입 현황. (표제공=관세청)

이처럼 올해 들어 원유 수입 순증액(361억7700만달러)은 지난 1~10월 누적 무역수지 적자규모 355억5000만달러보다도 6억300만달러 많다. 뒤집어 보면 러시아가 지난 2월 24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후 가속화된 원유 가격 인상만 없었다면 무역수지는 흑자를 유지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그간 수출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는데 일등공신 노릇을 했다. 코로나19 사태 속에서도 탄탄한 디딤돌로 제 역할을 다해왔지만 지난 10월 수출입 상세 통계표로 확인된 것처럼 향후 수출 부진이 지속된다면 한국 경제는 경기둔화는 물론 자칫 경기침체로 내몰리게 될 것은 분명하다. 비상한 각오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대부분의 경제주체들이 피눈물을 쏟게 될 우려가 적지 않다.

국가별로 보면 대중국 수출 부진이 확연하다. 10월 중국 수출액은 121억5400만달러로 작년 10월보다 15.7% 줄었다. 전년 동기보다 39.8% 격감한 메모리반도체를 비롯해 석유제품, 무선통신기기, 비철금속, 컴퓨터주변기기, 액정디바이스가 22%~53% 가량 감소했다. 중국은 부동산 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코로나19 방역에 따른 소비심리 위축과 대외수요 부진에 따른 생산 정체에 시달리고 있다. 대중교역은 줄곳 흑자를 유지해오다가 지난 4월 129억달러 수출로 작년 4월보다 3.4% 줄면서 비상신호가 켜진 뒤 잠시 호전됐다가 지난 6월부터 5개월 연속 감소하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수출감소율이 지난 6월 0.8%, 7월 2.7%, 8월 5.3%, 9월 6.7%에 이어 10월에는 15.7%로 갈수록 커진다는 것도 걱정거리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중동지역 무역수지 적자는 771억84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381억8000만달러)보다 무려 390억4백만달러 급증했다. 대호주 무역적자는 217억2600만달러, 대일본 무역적자는 200억18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중동과 호주의 경우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수입액 증가는 불가피하지만 만성적인 대일적자의 늪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뼈아픈 대목이다.

에너지 수입이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내년도 주요국의 경제성장률은 강도 높은 긴축 정책에 따른 수요 감소가 본격적으로 나타나면서 올해보다 떨어질 것이다. 한국 수출도 글로벌 경기둔화로 부진이 심화되면서 무역수지 흑자 전환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수출의 2할을 차지하는 반도체 수출은 글로벌 업황이 하강 사이클에 접어든 관계로 전년 동기 대비 감소세를 당분간 이어가면서 전반적인 지표가 부진할 것으로 우려된다.

한국개발연구원은 내년 수출 증가율이 1.6%로 올해 예상치(4.3%)보다 낮아질 것으로 예상했다. 증권가의 전망은 이보다 비관적이다. 올해 4분기에 시작된 수출 감소가 적어도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이며 수출 하락 사이클의 저점은 내년 중반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 금리 인상 흐름이 중단되면서 빠르면 하반기 중 주요국 경기가 바닥을 치고 올라갈 것에 대비, 그간의 부진을 한꺼번에 만회할 수 있도록 수출주력제품의 '초격차'를 유지하고 중장기적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수립하고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고금리, 고환율, 고물가로 대표되는 ‘3고’를 극복하고 경제의 재도약을 이루려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 모두가 '경제 관료'라는 각오로 수출 지원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특히 국방부, 농림축산식품부, 문화체육관광부 등은 K-방산, K-푸드, K-팝 등을 무기 삼아 해당 산업 발전과 수출 촉진을 위해 애로를 파악하고 개선방안을  마련하는데 앞장서야 할 것이다.

반도체, 이차전지, 원전, 조선 등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는 것은 물론 수출중소기업을 돕는 방안 마련도 시급하다. 반도체의 경우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장비 수출 규제로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잠시 차질을 빚게 된 것을 활용해 소재와 부품, 장비에 대한 연구개발을 강화하면서 중국 업체와의 격차를 더욱 확대해야할 것이다. 

온라인 분야에서 수출 선도모델을 찾아내고 뷰티, 푸드, 리빙 등 소비재 분야는 해외 현지 쇼핑몰 입점을 돕는 등 해외 판로를 넓히는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이미 활동에 들어간 ‘원팀 코리아 사우디지원단’에 이어 연말까지 구성될 민관합동 ‘해외건설 수주지원단’의 도움 속에서 고유가로 막대한 자금을 축적한 중동지역에서 대규모 건설 프로젝트를 따내야 한다.

이런 수출 진흥 대책 실행에 앞서 물류비 급증이란 '발등의 가시'부터 제거하는 것이 시급하다. 최근 3년 수출기업의 컨테이너 내륙 운송운임을 25~42% 증가시킨 '안전운임제도'를 '표준운임제'로 환원하고 주요 항만과 공항 배후지역 창고에 대해 주52시간 근무제 특례업종으로 지정하는 등 수출경쟁력 강화조치가 필요하다는 무협의 건의를 귀담아들을 필요가 크다. '화주-1차 운송사-2차 운송사-주선사-차주'로 구성된 운송분야의 다단계 시장구조와 지입제, 엄격한 화물차 총량규제 정책이 물류비 부담 증가의 원흉이라는 지적도 타당성이 있다. 정부는 지속가능한 화물운송시장 체제를 조성하고 안전운임위원회에서 운송공급자와 수요자의 의견이 등동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 보완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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