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17 12:41
시민단체인 에너지시민연대가 12일 서울숲 부근에서 '에너지 다이어트 10'의 중요성을 설명하고 있다.(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기상청은 지난 10월 '3개월 전망'을 통해 “올해 겨울 기온이 예년보다 낮아질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한 바 있다. 작년 겨울이 평년보다 다소 높았던 만큼 올해 동장군의 기세는 대단할 것으로 보인다. 동태평양 지역의 수온이 예년보다 낮아지는 '라니냐' 현상이 유지될 것인데다 유라시아 지역의 눈 덮임 면적이 평년과 비슷하거나 조금 적은 수준을 보이고 있어서다. 이로 인해 에너지 소비가 더 늘어나면서 수입액도 덩달아 급증할 우려가 크다.

한국은 에너지의 93%를 해외에 의존한다. 세계에서 에너지를 열 번째로 많이 쓰는 국가이기도 하다. 올해 1월부터 10월까지 원유 수입액은 894억82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361억7700만달러(67.9%) 늘어났다. 올해 들어 가스와 석탄 등을 포함한 전체 연료 수입은 1815억4900만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751억8000만달러(70.7%) 증가했다.  이같은 에너지 수입 순증액은 무역수지 적자 355억5000만달러의 두 배에 이른다. 지난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후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데다 효율적인 에너지 소비도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대중영합적 정책도 한몫했다. 정치권은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르자 민생고를 줄여준다며 유류세 대폭 인하를 주장했다. 정부 역시 휘발유와 경유가격 현실화로 소비를 억제하는 ‘고통’을 선택하지 않고 법적 한도까지 유류세를 낮췄다. 관료들도 포퓰리즘에 가담한 셈이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물가상승률이 5.1%에 달하는데도 현재 유가는 지난 2월 수준과 비슷하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17일 현재 전국 휘발유 가격은 리터당 1657원26전으로 집계됐다. 10월 평균 두바이유가는 배럴당 91.16달러로 1년 전보다 11.7% 올랐고 원·달러 환율은 20.6% 상승했다. 이에 비해 휘발유 값은 별반 오르지 않은 셈이다. 연비가 낮은 대형차를 모는 자가운전자들만 콧노래를 부리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는 상황이다.

전 세계는 1970년대 오일쇼크이후 최대 에너지 위기에 직면해 있다. 독일이나 일본 등 제조강국조차 큰 폭의 무역적자와 함께 마이너스 성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요국마다 에너지 요금 대폭 인상, 에너지 소비 절약, 에너지 소비 효율화를 위한 재정 투입에 나서고 있는 실정이다.

서부유럽 국가의 에너지 절약대책은 눈물겨울 정도다. 프랑스는 실내 난방온도를 19도로 제한했다. 덴마크는 내년부터 오후 6시부터 자정까지의 전기요금을 익일 자정~오전 6시보다 7배 높게 적용하기로 했다. 독일은 가스소비 20% 감축을 목표로 연간 에너지를 10GWh 이상 쓰는 기업에 에너지효율화 의무를 부과하고 공공건물 온수 공급 중단 등을 시행 중이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발전시설 미사일 공격으로 촛불을 켜고 살아가는 국민들이 부쩍 늘어났다.

우리나라도 겨울철을 앞두고 에너지 절약운동을 강도 높게 시행하면서 저소비 구조로의 전환도 서둘러야 한다. 동계 에너지 사용량 10% 절감을 목표로 진행 중인 '에너지다이어트 10' 캠페인이 실효성을 거둘 수 있도록 대통령실과 정부, 공공기관부터 앞장서야 한다.

에너지 절약의 출발은 온(溫)맵시이다. 온맵시는 따뜻할 '온'이란 한자에 옷 모양새를 뜻하는 우리말 맵시를 합성한 말이다. 추위에 버틸 수 있도록 건강과 패션을 고려한 옷차림을 뜻한다. 구체적으로 사무실이나 상점, 가정에서 내복이나 카디건을 입고 무릎담요로 체온을 유지하자는 것이다. 

한국에너지공단에 따르면 매월 4466kWh의 전기를 사용하는 203㎡ 규모 상점이 영업시간외 진열장과 간판, 옥외조명을 끄고 문을 닫은 채 난방하고 실내 온도를 18~20도로 유지하며 전열기를 한 단계 낮게 ‘약’으로 사용하는 등 10가지 수칙을 지키면 전기사용량을 2666kWh로 40.3% 줄일 수 있다. 이를 실천하면 전기요금을 월 57만원에서 35만2000원으로 38.3% 낮출 수 있다. 집에서도 실내온도를 2도 낮춘 18~20도에서 견디기 위해 온맵시를 실천하고 가습기나 전기장판, 온수매트 등은 반드시 에너지소비효율 1등급 제품을 사용하는 등 10개 수칙을 준수하면 월 에너지사용량을 32.9% 줄여 요금도 47.3% 절감할 수 있다.

대기전력 최소화도 신경써야 한다. 새는 전기부터 막는 것이 시작이다. 24시간 전기공급이 요구되는 냉장고나 자녀들이 많이 사용하는 PC 등을 제외하고는 전자레인지, 전기 포트, 커피머신처럼 하루 사용시간이 짧은 제품은 전원공급 차단 스위치가 달린 콘센트를 설치, 평소 끄는 것을 습관화해야 한다. 

특히 비데의 온열시트나 정수기의 온수 기능은 필요할 때만 켠다는 원칙을 지키도록 하자. 24시간 일정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 자동으로 가동되면서 소모되는 전기요금이 결코 작지 않다. 휴대전화도 잠자기 전에  충전을 마치는 부지런함을 실천하자. 85% 수준으로 충전하면 배터리도 오래간다.

에너지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16일 경제 6단체와 백화점·편의점·프랜차이즈 협회 및 단체, 상인연합회, 시민단체, 한전, 가스공사, 에너지공단 관계자 등이 참석한 가운데 에너지 다이어트 간담회를 가졌다. 이날 서울 강남 등 주요 상인연합회는 '문 열고 난방' 행위를 자율단속하고 주기적으로 에너지 절약 성과를 공유하며 백화점과 편의점 등은 매장내 적정 실내온도를 지키고 '에너지 다이어트 10' 굿즈를 기획하고 판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았다.

연말연시를 앞두고 외관을 화려하게 꾸며 고객의 시선을 사로잡고 싶은 백화점업계부터 경관조명을 소등하거나 점등 시간을 최소화한다면 시민들도 에너지 위기의 심각성을 새삼 절감하고 절약에 나서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 

일반 가정에서도 전기캐시백이나 도시가스캐시백 신청을 통해 절감량의 일정부분을 현금으로 되돌려 받으면서 '꿩 먹고 알 먹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한국전력은 11월부터 내년 3월까지 에너지절감활동기간으로 설정하고 내년 5월에 대상자를 선정, 지급한다. 한국가스공사와 전국 34개 도시가스사는 12월부터 내년 3월까지 가정용 도시가스 사용자 16000여만 가구를 대상으로 전년  동기보다 7% 이상 덜 쓸 경우 절약한 도시가스 1㎥ 당 30원, 10% 이상이면 50원, 15% 이상이면 70원을 현금으로 환급해주기로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에너지 절약 운동이 당면한 이번 위기를 넘기는 단기 대책에 머물러서는 결코 안 될 것이다. 무엇보다 고소비·저효율 구조를 저소비·고효율 구조로 바꾸는 기회로 삼아야한다. 이를 위해 유류세정책부터 에너지 절약을 유도하도록 재정립하고 국제 유가 변동과 관련이 적은 신재생에너지의 효율적인 국내 보급 증대 방안을 모색, 단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고효율에너지기자재 인증, 대기전력 저감프로그램, 에너지소비효율등급 표시제도 등 에너지효율관리제도를 보완하고 장기적으로 빅데이터·인공지능과 결합된 최첨단 지능형 전력망(스마트 그리드)을 구축, 에너지효율을 극대화하고 에너지 자립률 향상도 추구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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