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1.20 21:15
(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 캡처)
(사진=넷플릭스 '오징어게임' 스틸컷 캡처)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현재 의상과 핸드백 등 명품 시장에서 원산지인 프랑스와 이탈리아라는 국가 이미지보다 회사의 브랜드 이미지가 구매에 미치는 영향이 절대적이다. 중저가 공산품의 맹주는 중국이다. 한국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제조산업 포트폴리오가 가장 다양한 국가로 평가받는다. 그간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디지털미디어와 콘텐츠가 세계 대중음악을 이끄는 'K-팝'과 넷플릭스에서의 'K-무비' 연속 성공으로 인기가 높아지면서 신흥 문화강국으로 부상 중이다. 지난 10년간 한국 콘텐츠에 대한 '트윗' 양은 546% 늘어났다는 트위터의 올해 발표가 이를 입증한다.

한국 가수가 부른 가요나 한국인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전세계에서 히트를 치면 그 자체가 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연관 산업의 수출을 견인하는 효과도 크다. 방탄소년단이나 블래핑크의 해외 공연장에서 팔리는 굿즈를 사는 해외 현지팬들은 한국산 먹거리나 한국산 가전제품 구매에도 호주머니를 열 가능성이 높다. 이런 측면에서 디지털미디어·콘텐츠 산업은 한국의 새로운 성장엔진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K-콘텐츠' 수출액은 이미 2018년 가전제품을 앞질렀다. 2015년 56억6000만달러에서 18년 96억2000만달러, 20년 119억2000달러로 순항 중이다. 가전제품은 15년 124억8000만달러에서 20년엔 69억9000만달러로 줄었다. 한국수출입은행은 K-콘텐츠 수출이 1억달러 늘어나면 소비재 수출도 1억8000만달러 증가한다고 분석한 바 있다. 'K-디지털 미디어·콘텐츠'의 세계 진출을 더욱 늘려 미래 신시장을 선점할 필요성도 여기에 있다.

(그림제공=기획재정부·과기정통부)

코로나19시대를 맞아 ‘집콕’이 일상화되면서 OTT는 콘텐츠 유통과 소비의 핵심축으로 자리잡았다. 전 세계적으로 OTT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미디어 시장에선 국경이 사라진지 오래다. 급속한 성장단계를 거치고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보스턴컨설팅 분석에 따르면 OTT 시장 규모는 18년 760억달러에서 20년 1100억달러로 늘어난데 이어 올해는 1410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TV에서 방송하는 시간표에 맞춰 인기 있는 프로그램으로 시청하는 관행도 흔들리고 있다. 소비자들의 주된 미디어 이용 경로는 TV에서 PC·노트북을 거쳐 스마폰이나 태블릿 등 모바일기기로 옮겨가고 있는 추세다. 최근에는 실감디바이스(HMD)로 확장 중이다.

유망한 일자리로 크리에이터가 부상 중이다. 직장을 다니면서 얽매이는 것보다는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메타버스에서 즐기면서 NFT 판매를 통해 돈을 벌겠다는 청년들이 급증하고 있다. 어도비에 따르면 전 세계 총 3억명의 크리에이터 중 1억 6000만명이 지난 2년간 새로 들어온 사람들이다. 그만큼 새로운 피가 지속적으로 수혈되고 있다는 얘기다.
 
유튜브의 성장세는 눈부시다. 한국 유튜브 누적조회수는 18년 1827억번에서 21년에는 1조5103억번으로 8.3배 급증했다. 유튜브와 함께 메타버스가 차세대 미디어 플랫폼으로 부각되면서 누구나 콘텐츠를 만들고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 가치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터 미디어'가 급속도로 성장 중이다. 유튜브에서 큰 돈을 버는 유명 유튜버들이 잇따라 출현하면서 개인창작자를 희망하는 청소년들도 급증했다. 20년 기준으로 메타버스 플랫폼 ‘로블록스’에서 활동하는 창작자만 125만명에 달한다. 

(그림제공=기획재정부·과기정통부)

이처럼 이 분야의 성장성이 크다는 점을 잘 알기에 정부는 지난 18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갖고 '디지털미디어·콘덴츠 산업혁신 및 글로벌 전략'을 논의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는 인터넷으로 콘텐츠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인 OTT가 해외에 보다 널리 진출할 수 있도록  모든 단계에서 돕기로 했다. 차세대 미디어로 각광받는 메타버스를 '초실감 버추얼 미디어'로 진화시켜 세계시장 선점에 나선다는 목표도 세웠다. 크리에이터의 전문성을 개발하고 안정적 성장을 지원해 능력과 뜻이 있는 청년이라면 누구나 창작자로 활동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데 행정력을 집중하기로 했다. 이를 위해 민·관 투자 재원 확대와 첨단 제작 인프라 개발·확산, 전문인력 양성에 힘쓰겠다는 방침은 시의적절하다. 

정부는 내년에 국내외 OTT 특화 국제시상식으로 가칭 ‘Global OTT Awards'를 운영, 작품상과 기술상, 배우상 등을 시상할 예정이다. 투자유치 쇼케이스를 개최, 해외 바이어를 유치하고 경쟁력을 갖춘 국내 OTT 미디어와 콘텐츠를 홍보할 방침이다. 

우수한 오리지널 OTT 콘텐츠를 바탕으로 플랫폼의 경쟁력을 높인뒤 다시 콘텐츠 힘을 키워 선순환 발전을 도모한다는 전략이 주목된다. 이를 위해 우선 참신한 아이디어와 특징적인 지식재산권을 지닌 신진 작가와 제작사의 기획안을 발굴한다는 것이다. 이어 OTT와 제작사 간 컨소시엄 구성을 유도하고 제작비를 지원하며 우수작의 경우 국제 콘텐츠 마켓 참가까지 지원한다는 흐름은 자연스럽다. 제대로 진행된다면 내수시장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사업자에 비해 투자규모가 적다는 약점을 보완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해 OTT 플랫폼과 서비스의 고도화를 추구한다는 계획도 옳은 방향으로 평가된다. OTT에서 메타버스등 다양한 부가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25년까지 영상을 촬영각도 이외의 다양한 각도에서 시청 가능한 ‘자유시점 서비스’ 기술 개발에 나선다. 화자의 음색과 맥락을 유지하면서 현지어 등으로 자동변환(더빙)하거나 구어체 콘텐츠에 대해 자동으로 자막을 생성하는 기술 개발을 추진한다는 것이다.

메타버스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콘텐츠 지식재산을 지닌 방송사·제작사와 메타버스 기술력을 보유한 개발사간 협력을 통해 메타버스 미디어·콘텐츠를 창작·유통하는 ‘개방형 서비스모델’을 내년에 선도적으로 구축한다는 방침도 기대된다. 내년부터 메타버스 미디어의 핵심 기술인 '디지털 휴먼'을 이용한 콘텐츠의 제작과 실증 지원을 강화한다고 한다. 고인이나 유명 가수의 젊은 시절을 디지털 휴먼으로 재현해 듀엣공연을 진행한다면 팬들의 관심을 모을 수 있음은 분명하다.

정부는 1인 미디어 제작 종사자의 권리보장을 위해 표준계약서의 개발과 적용을 지원하고 1인 미디어 크리에이터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기획사인 MCN, 유통 플랫폼 간 수익배분 구조와 현황도 조사하기로 했다. 건전한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지역별로 신인 창작자를 선발한뒤 콘텐츠 기획과 제작, 유통, 편집, 저작권 등에 대한 교육을 제공한다는 방침도 기대된다. 내년 전업 창작자 40팀을 집중 육성하고 해외 진출을 위한 재제작과 해외 마켓 참가를 지원하며 가칭 '1인 미디어 진흥법' 제정을 추진, 지원 기본계획과 기술개발, 인력양성, 제작지원 등을 명문화한다는 계획도 눈에 띈다.

추경호 경제부총리는 지난 18일 OTT 콘텐츠 제작비용을 세액공제 대상에 포함시키는 등 정책적 지원을 늘리고 대·중소기업의 공동투자를 활성화하기 위해 관련 규제를 개선하겠다고 공언했다. 현재 벤처투자조합 투자대상은 대기업의 제작수익지분이 30%이하로 제한되어 있지만 대기업 지분 40% 이하까지  넓혀준다는 것이다.

글로벌 미디어 강국으로 도약하기 외화를 더 많이 벌고 청년 취업난도 완화할 수 있는 밑그림은 그려졌다. 이제는 상세 계획에 따른 단계적인 실천이 뒤따라야한다. 정부는 업계와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해외 진출의 걸림돌을 제거하고 현지 네트워크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충실히 하는데 적극 나서야할 것이다. 다만 지원을 핑계로 간섭하는 일은 금기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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