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2.01 16:10
(인포그래픽제공=산업통상자원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1월 수출액이 519억1400만 달러로 작년 11월 대비 14.0% 줄면서 수출전선에 새겨진 '빨간불'이 더욱 선명해졌다. 경제 발전을 선도해온 수출이 23개월 만에 처음으로 지난 10월 감소세(-5.7%)로 전환된데 이어 11월엔 그 폭이 더 커지면서 충격을 더하고 있다. 주요국의 금리 인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로 인해 각국 경기가 급속도로 둔화되면서 수입 수요도 덩달아 움츠린 여파가 본격화된 것이다. 최대 수출국인 중국의 영향도 적지 않다. 중국은 아파트값 폭락, 코로나19 방역 통제 여파로 지난 8월 전세계 수입이 1년전 대비 0.2% 감소했다. 이후 9월에 -0.4%, 10월 들어 -0.7%로 시간이 갈수록 감소폭이 커지는 추세에 있다.

누계기준으로 올해 들어 11월까지 우리나라 수출은 6290억5900만달러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 늘었지만 같은 기간 수입은 6716억2000만달러로 무려 21.2% 증가했다. 누적무역수지 적자는 425억6100만달러로 올해 500억달러 돌파가 걱정된다. 작년 1~11월 무역수지 흑자가 297억3200만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1년 만에 무역수지가 벌써 722억9300만달러가 뒷걸음질한 셈이다. 수출이 큰 폭으로 주는 마당에 수입은 소폭 둔화에 그치고 있어 향후 보다 강도 높은 에너지 소비 절약 운동이 필요한 실정이다. 

(표제공=관세청)

11월 무역수지 적자가 70억1100만달러로 지난달(66억9800만달러)보다 더 늘어난데에는 원유, 가스, 석탄 등 주요 에너지수입이 175억300만달러로 1년전(144억5300만달러)보다 30억5000만달러(21.1%) 증가한 반면 최대 수출품목인 반도체는 부진의 늪에 빠진 탓이 크다. 지난달 반도체 수출은 84억5400만달러로 작년 11월(120억3600만달러)보다 35억8200만달러(29.8%) 급감했다. 그나마 시스템반도체 수출이 42.5억달러로 1년전보다 8.8% 늘어나지 않았다면 감소폭이 더 커졌을 것이다. 메모리반도체 수출은 지난 7월 61.7억달러에서 지난달에는 38.4억달러로 쪼그라들었다. 10~11월 D램 고정가격이 2.21달러로 1년전보다 40.4%, 지난 5~6월보다 34% 폭락한 직격탄을 맞고 있다. 낸드플래시 고정가격 역시 10~11월 4.14달러로 6월보다 11.3% 떨어졌다. 

메모리반도체 하락 추세는 내년 2분기까지는 지속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지난달 26.2% 수출이 줄어든 석유화학제품도 중국의 코로나19 봉쇄 등이 풀리지 않는 한 최근 감소세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지난해 12월 반도체 수출이 127억8100만달러를 기록했던 만큼 기저효과를 감안할 때 12월 수출 결과는 더 나빠질 우려가 적지 않다. 5개월 연속으로 수출이 늘어나면서 지난달 53억9800만달러라는 사상 최고 실적을 올린 자동차와 7억38000만달러로 11월 중 1위 기록을 세운 이차전지가 12월에 더욱 선전해야만 악화폭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어려운 상황에서 설상가상으로 지난달 24일부터 화물연대는 운송거부에 나서고 있다.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도 불구, 이번 사태가 장기화된다면 생산 차질과 수송 지연이 겹치면서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주력제품 수출에 막대한 타격을 미칠 것이다. 하루빨리 운수사업자가 생업으로 복귀해야할 이유가 여기에도 있다.

8개월째 진행 중인 무역수지 적자는 이미 우리 경제 성장에 직접적인 충격을 끼쳤다. 3분기 성장률에 대한 순수출(수출-수입) 기여도는 -1.8%포인트를 기록했다. 1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수출은 운송장비·서비스 등을 중심으로 2분기보다 1.1% 늘어났지만 수입이 원유와 천연가스 등을 중심으로 6.0% 증가하면서 성장률을 1.8%포인트 깎아내렸다. 2분기에 이어 3분기까지 6개월간 성장률을 떨어뜨리고 있는 것이다. 

이런 악재에도 불구, 우리 경제는 3분기에는 0.3%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역성장을 가까스로 모면했다. 거리두기 해제 등에 따라 민간 소비가 늘어나고 반도체를 중심으로 설비투자도 증가한 덕분이었다. 문제는 에너지 수입액이 더욱 늘어나고 금리 인상에 따른 소비 위축이 본격화될 4분기에는 소폭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것이다. 11월 원유 도입단가는 배럴당 99.1달러로 1년전보다 20.3% 올랐다. 석유수출국기구 플러스가 증산에 극적으로 합의하지 않는 한 불안한 유가 흐름은 지속될 것이다.

안팎의 경제위기 상황에서 우리 경제가 살아나갈 해법은 수출 증대에서 찾아야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1일 세종정부청사에서 17개 수출유관부처 실·국장급 공무원이 참석한 가운데 제1차 범부처 수출지원협의회를 가졌다. 부처별로 발굴한 협업과제를 대상으로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마련하고 긴밀히 협조, 추진해나기로 한 것은 바람직한 결정이다. 산업부는 이날 통관절차를 거치지 않은 수출은 수출실적 발급이 어려워 지원대상에서 누락되는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무통관수출'에 대한 통계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농식품부는 딸기, 포도 등 신선품목 수출을 집중적으로 지원한다는 차원에서 콜드체인 운송을 위한 선박과 항공 관련 인프라 활용방안을,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유럽연합의 의료기기 인증제도 강화에 따른 체계적인 지원강화대책 강구를 제기했다. 

각 부처 공무원들은 ‘책상행정’에서 벗어나 민간기업 해외주재원처럼 '수출투사'라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담당 업무과 관련된 분야에서 수출 애로 사항을 확인하고 규제 개선 과제와 대안을 발굴한뒤 수출지원협의회 의제로 올리는 노력이 요구된다. 부처마다 기존 수출지원체계의 사각지대를 찾아내고 신성장 수출동력을 육성, 새로운 수출시장을 개척한다는 목표를 수립, 실천에 옮겨야 할 때다.

우리나라는 빈 살만 왕세자 방한을 계기로 사우디아라비아와 에너지, 스마트인프라, 제조업, 신산업 분야에서 4개 계약과 22개의 업무협약을 맺었다. '비전 2030'을 추진하는 사우디가 미국, 중국, 영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인도 등 8개 중점협력국 가운데 한국에 가장 높은 신뢰와 협력 의향을 나타낸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사우디와의 투자협력 성과를 아랍에미리트, 카타르, 오만 등 중동 국가로 확산시켜 '신중동 붐'을 조성하는데 정부와 민간이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 이 과정에서 지난 11월 30일 출범한 민관합동 '원스톱 수출지원딘'을 중심으로 수출과 수주관리를 일원화하면서 애로를 해결하고 지원속도도 가속화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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