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2.05 16:01
최우각(왼쪽) 대성하이텍 회장과 노은식 디케이락 대표 (사진제공=대성하이텍, 디케이락)

#1.최우각 대성하이텍 회장은 1~40㎜의 초소형부품을 반복 생산하는 무인장비인 '스위스턴 자동선반' 기술을 국산화했다. 일본의 스타, 시티즌, 쯔가미가 전세계의 75%를 독점해왔던 공작기계 시장의 아성을 뚫게되자 2020년 7월~2021년 6월 4100만달러를 기록했던 수출실적이 21년 7월~22년 6월 7300만달러로 급증했다. 창업 초기부터 일본에 정밀 부품을 수출하며 성장기반을 다져온 최 회장은 초정밀 장비 공급을 통해 해외에 진출한 25개국에서 한국 정밀기계산업 기술력을 알린 공로를 인정받아 5일 금탑산업훈장을 받았다.

#2. 노은식 디케이락 대표는 한국항공우주산업과 업무협약을 맺고 항공용 배관피팅 부품 국산화에 참여, 18종을 국산화했다. 이 제품을 KF 21 보라매 시제기에 공급, 국가 항공우주산업 발전에 기여했다. 노 대표는 계측장비용 피팅과 밸브를 47개국 300여개 업체에 고유 브랜드인 DK-Lok으로 공급 중이다. 수출액은 20년 7월~21년 6월 4500만달러에서 21년 7월~22년 6월 5400만달러로 늘어났다. 수소충전소용 초고압 밸브를 개발하고 미국에서 수소차량용 부품 인증을 받는 등 수출경쟁력 확보에 기여한 공로로 금탑산업훈장을 수상했다.

코로나19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공급망 교란, 원자재 가격 상승이란 어려운 교역조건에서도 우리나라는 올해 들어 11월까지 6290억5900만달러를 수출했다. 작년 같은 기간보다 7.8% 증가한 수치이자 역대 가장 많은 수출액이기도 하다. 1년전보다 원유 수입단가가 18.6% 오르고 가스와 석탄도 각각 33.9%, 11.9% 상승한 여파로 425억6100만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지만 15대 주요 수출품목 중 무선통신, 컴퓨터, 섬유, 선박, 가전 등을 제외한 제품의 수출이 고르게 증가한 덕분에 이나마 선방할 수 있었다. 반도체, 자동차, 석유제품은 최고실적을 달성했고 전기차, 이차전지, 시스템반도체는 새로운 주력 품목으로 발돋움했다는 것이 주목된다.

수출은 6.25 전쟁으로 폐허가 대한민국이 빈곤의 수렁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발판이자 디딤돌이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고 국민소득의 지속적 증가를 낳은 원천이라는 점에서 그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쓰러질 때마다 곧바로 일어서는 오뚝이처럼 한국인 특유의 패기와 의지, 배짱을 바탕으로 숱한 위기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고 지속적인 성장과 도약을 통해 가히 기적에 가까운 수출역사를 써온 것이다.

(사진제공=산업통상자원부)

정부는 5일 서울 코엑스에서 제59회 무역의 날 기념식을 갖고 무역·진흥 유공자에 대한 포상을 실시하며 이들의 노고를 치하했다. 사상 최초로 수출 1억달러를 달성한 1964년 11월 30일을 '수출의 날'로 지정, 매년 법정기념일 행사를 치러오다가 1990년 무역의 날로 이름을 바꾼뒤 2011년 12월 5일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규모 1조달러를 올린 것을 기념, 2012년부터 무역의 날을 12월 5일로 변경했다. 수출의 중요성을 모든 국민이 다시 한 번 깨닫고 무역의 균형발전과 무역입국의 의지를 다지는 날이라는 의미를 갖는다.

영예의 금탑산업훈장은 최우각 회장과 노은식 대표, 박학규 삼성전자 사장과 정경오 희성피엠텍 대표 등 4명에게 돌아갔다. 박 사장은 공급망 관리개념을 재정의하고 범위를 확장한 '차세대 SCM' 시스템을 설계하고 인공지능을 활용한 수요 예측으로 오프라인 판매예측 정확도를 66%에서 72%로 높이고 온라인 판매품 부족률을 19.8%에서 5.2%로 낮추는데 기여했다. 삼성전자는 21년 7월부터 22년 6월까지 역대 최대 실적인 1221억달러를 수출, 3개년 평균 신장률 22.2%를 달성했다. 이에 따라 역대 최고액 수출의 탑인 1200억불 탑을 수상, 1100억불 탑을 받았던 작년에 이어 기록을 갱신했다. 정 대표는 2021년 전기분해 방식을 통해 불순물을 제거, 정제된 귀금속의 순도를 높이는 기술을 폐촉매 정제업계에서 최초로 개발해 작년 4290억원의 수입대체 효과를 올렸다.

금탑을 포함, 33명의 산업훈장 수상자를 비롯해 포장 31명과 대통령, 총리, 산업부장관 표창 533명 등 597명은 대한민국 수출의 일등공신이다. 이들의 헌신으로 귀한 외화를 해외에서 벌어들이지 않았다면 우리 경제는 지금보다 훨씬 힘들었을 것은 너무나도 분명하다.

올해 수출의 탑 수상기업은 1780개사로 작년보다 207개사 늘어났고 1백만달러 탑 수상기업도 535개사로 19개사 증가했다. 올해 최고의 탑인 1200억불 탑을 삼성전자가 받은데 이어 300억불 탑은 SK하이닉스가, 20억불 탑은 앰코테크놀로지코리아가 수상했다. 상위 3개 상을 휩쓸며 반도체산업의 위상을 보여준 셈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금탑산업훈장 등 정부 포상 수상자 11명과 삼성전자, 에스디바이오센서, 엘앤에프, 아이코닉스 등 수출의 탑 수상기업 10개사에 대해 직접 상을 전달하며 격려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축사에서 “정부는 2026년 수출 5대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해 모든 수출지원 역량을 결집할 것”이라며 “앞으로 정상 외교가 철저하게 우리 기업의 수출 촉진과 해외 진출에 초점을 맞춰 이뤄지도록 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제가 직접 주재하는 수출전략회의와 함께 원스톱 수출·수주지원단을 통해 우리 기업의 수출·수주와 관련된 어려움을 신속히 해결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올해 우리나라가 6800억달러 안팎의 사상 최대 수출액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무역협회는 올해 연간 수출과 수입이 작년보다 각각 7.1%, 19.5% 늘어난 6900억달러, 735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이에 따라 수출 순위는 19년부터 21년까지 기록해온 7위에서 6위로, 무역규모도 작년 8위에서 6위로 상승할 전망이다.  우리 경제규모가 세계 10위권에 있음을 감안한다면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국가라는 점이 새삼 확인되는 대목이다. 

이처럼 6대 무역강국으로 발돋움하는 성과에도 불구, 무역수지 적자를 반전시키는 것이 당면 과제이다. 이를 위해 에너지 과소비 구조에서 벗어나는 노력이 뒤따라야한다. 경쟁국보다 기술력을 보다 높이고 보다 도전적인 자세로 새로운 수출시장을 뚫어야할 것이다. 원자력발전, 방위산업, 인프라건설, K-콘텐츠의 경쟁력을 향상시켜 새로운 수출주력산업으로 적극 육성해야함도 물론이다.

이장열 서울전선 대표(사진제공=서울전선)

무역의 날 유공자 포상 대상의 79%가 중소·중견기업 종사자였다. 올해 들어 지난 10월까지 중소·중견기업의 수출은 각각 4.8%, 14.8% 늘어났다. 중견기업의 수출비중은 18.4%로 전년 동기 대비 0.8%p 상승했다. 중소·중견업체 중에서 최초로 내구성 60년의 원전용케이블을 개발, 은탑산업훈장을 받은 이장열 서울전선 대표, 불량 반도체 웨이퍼 재생기술을 개발해 전년 대비 수출을 76% 늘려 철탄산업훈장을 수상한 조장호 라모스테크놀로지 대표처럼 수출전문강소기업으로 이끄는 기업인이 더욱 많이 배출되고 수출저변이 넓어져야만 '5대 강국' 진입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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