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2.15 15:08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다. (사진제공=기획재정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1. 2011년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패트릭 브라운이 설립한 Impossible Foods는 2016년 7월 물과 콩 단백질 콘센트레이트, 해바라기 오일로 구성된 'Impossible Burger'를 내놓았다. 일반 소고기 버거보다 단백질이 더 많고 콜레스테롤이 없으며 친환경적이라는 점을 내세웠다. 대두 뿌리혹에서 추출한 레그헤모글로빈에 정밀 발효기술을 접목시켜 고농도의 식물성 헴(Heme) 단백질을 대량 생산하는 기술 개발에 성공한뒤 특허도 출원했다. 2021년 현재 월마트를 포함, 2만개 식료품점과 3만개 식당에 납품 중이다. 1개 패티당 가격은 5.49달러로 일반 소고기 패티(2~3달러)보다 훨씬 비싸지만 채식주의자와 비건주의자를 중심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식물을 기반으로 하는 소시자와 치킨 제품도 판매 중이다.  

#2. 서울 서초구에 있는 아머드 프레시(Armored Fresh)는 아몬드 우유에 발효공법을 접목, 100% 비건치즈를 개발했다. 제품의 우수성과 판매 가능성을 인정받아 2020년부터 올해까지 농식품펀드에서 55억원, 벤처캐피탈로부터 279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맛있는 음식이 지구를 구한다는 믿음을 갖고 향기와 식감, 풍미에서 우유로 만든 치즈과 같은 수준으로 공급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지난해 95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현재 미국 뉴욕 등 오프라인 매장 200곳에 공급하고 있다. 올해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 기업’으로 선정됐다.

#3. 서울 강남구에 있는 지구인컴퍼니는 2019년 완두를 활용해 식물성 대체육 패티를 개발한뒤 지난해 홍콩, 싱가포르 등에 32만달러를 수출했다. 지구인컴퍼니는 홈페이지를 통해 "크기가 작거나 살짝 흠결이 난 '못생긴 농산물'의 소비를 촉진하기 위해 소고기 대체육류인 언리미트(unlimeat)를 만들게 됐다"며 "2019년 10월 시리즈A로 40억원의 투자를 유치한데 이어 2021년 1월 시리즈B로 1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히고 있다.

Impossible Foods, 아머드 프레시, 지구인컴퍼니의 공통점은 식품과 기술의 합성어로서 식품의 생산과 유통, 소비에 첨단기술을 적용한 신산업을 의미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라는 것이다. 세계 인구가 80억명을 넘어선데다 전반적인 소득 증가에 따라 육류 소비가 지속적으로 늘면서 가축 사육도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온실가스 배출, 물 다량 소비 등 환경 파괴가 가속화되고 있다는 비판 속에 공장형 사육과 도살 등과 관련된 생명윤리 비난도 커지는 상황이다. 이에 따른 대안은 식물에서 뽑아낸 단백질로 고기와 비슷한 맛을 내는 식물육과 식용 곤충의 단백질로 생산한 대체육, 동물세포를 배양해 만든 인공고기인 배양육이다. 

푸드테크 개념 및 범위 (표제공=농림축산식품부) 

코로나19이후 지구환경 보호를 돕고 자신의 기호에 알맞으며 건강에도 도움을 주는 대체육류 등 혁신적인 음식을 사는데 관심을 갖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 이같은 식품 소비 흐름 변화로 국내 푸드테크 시장규모는 2017년 27조원에서 2020년 61조원으로 연평균 31% 커졌다. 같은 기간 식품 전체 시장 연평균 성장률(4.8%)의 6배가 넘는다. 세계 시장도 17년 2100억달러에서 20년 5542억달러로 연평균 38% 성장했다.

푸드테크가 신성장산업으로 부각되면서 수많은 청년 스타트업이 뛰어들면서 투자유치 실적이 20억~100억원에 기업가치가 1000억원을 넘은 아기 유니콘과 예비 유니콘 기업은 29개사에 달한다. 대표이사 평균연령은 39세이며 평균 업력은 7년이다. 제대로 뒷받침만 이뤄진다면 신성장동력으로 우리 경제 발전을 이끌 수 있으며 청년들의 일자리 창출에도 기여할 것이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정부 차원에서 푸드테크에 대한 과감한 지원을 통해 산업화단계에 돌입한데 비해 그간 우리나라는 정부 차원의 종합대책이 없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미국은 ‘2020 국가 인공지능 이니셔티브 법’을 제정한뒤 푸드테크에 대한 연구개발 지원을 강화하고 배양육 관리와 관련, 세포 증식·채취단계는 식품의약국(FDA)이, 세포 채취 이후 식품생산·유통 단계는 농무부가 관할하도록 했다. EU는 2014년부터 ‘Horizon2020’을 통해 단백질 분야 연구개발을 지원한데 이어 21년부터는 'Horizon Europe'으로 식물, 곤충을 활용한 대체단백질 소재 개발을 돕고 있다. 

이처럼 기반을 다져온 끝에 미국 FDA는 지난 11월 미국 배양육전문회사인 업사이드푸드가 개발한 닭고기 세포배양기술의 안전성을 배양육 중에서 최초로 승인했다. 무엇보다 미생물을 활용, 무혈청배지를 개발한 것이 주목을 받았다.

배양육 회사의 대부분은 세포를 성장시키는 배양액으로 영양이 풍부한 소태아혈청을 사용한다. 소를 도축한뒤 태아를 꺼내 혈청을 추출하다보니 가격이 비쌀 수밖에 없다. 이에 비해 무혈청 배양액은 소태아혈청과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싸다. 품질과 식감이 뛰어나다면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배양육 생산의 최대 약점이 해소된 셈이다.

미국 농무부는 업사이드푸드에 대해 세포배양 시설 등록과 검사, 제품 검사 등을 진행한뒤 제품 판매가 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대체육류 중에서 식감과 맛이 가장 낫다는 배양육이 대량생산될 길이 열린 셈이다.

국내에서도 2019년 설립된 셀미트는 21년 각종 영양성분과 성장효소를 첨가제로 사용한 무혈청 자체 세포배양액을 개발하고 이를 바탕으로 독도새우 배양육 시제품을 만들었다. 2019년 창업한 씨위드도 21년 해조류를 활용, 무혈청배지를 개발한뒤 한우 배양액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한우 배양액을 100그램당 1만~5만원에 생산할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기술력을 갖춘 기업이 속속 나타나고 있지만 제품 상용화에는 한계가 여전하다. 당장 식물성 대체식품 등 푸드테크와 관련 기준과 규격이 명확히 정비되어 있지 않다.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고시하는 식품의 기준 및 규격에는 식물성 대체식품의 경우 별도로 정해진 유형이 없어 ‘두류가공품, 곡류가공품’으로 판매된다. 다만 식약처 유권해석을 통해 ‘식물성’ 등으로 병기할 경우 ‘대체육’ 표기가 허용될 뿐이다. 식약처는 소비자에게 식물성 대체식품에 대한 정확한 정보 전달을 위해 내년에 표시 가이드라인을 마련할 방침이다. 현재 축산단체와 소비자단체 등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표시기준을 논의 중이다. 

미국 일부 주에선 'Meat'라는 단어 사용을 금지할 정도로 대체육은 기존 축산업자들로부터 반발을 사고 있다. 시장 침탈을 우려하는 축산농가의 우려는 충분히 존중될 필요가 적지 않다. 지구환경 보호라는 대의를 달성하기 위해 상호공존의 지혜를 짜내야하는 시점이다.

현재 기업가치가 1조원이 넘는 푸드테크 유니콘 기업은 유통플랫폼을 운영하는 컬리와 오아시스 등 2개사뿐이다. 정부는 14일 비상경제장관회의를 갖고 푸드테크를 통해 농식품산업의 혁신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유니콘 기업을 오는 2027년까지 30개로 늘리고 수출액도 올해 5억달러에서 27년에는 20억달러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푸드테크 창업기업에 최대 2억8000만원 벤처창업자금 우선 지원 ▲내년 100억원, 24년 200억원 등 27년까지 1000억원 규모의 전용펀드 조성 ▲24년부터 푸드테크 기업 인증제 도입 ▲관련 시설과 장비를 공동으로 이용 가능한 ‘푸드테크 융합 연구지원센터’ 구축 ▲푸드테크 전문 엑셀러레이터 선정 ▲‘디지털 식품정보 플랫폼’ 구축 등의 대책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선진국보다 뒤늦었지만 더 늦기전에 제대로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는 점이 눈에 띈다.

푸드테크 산업 육성 방안 중에는 국내 농업에 변신기회를 줄 수 있는 내용도 들어 있다. 대두와 쌀 버섯 등 주요 대체식품 원료를 현재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지만 이를 국내 생산제품으로 바꾼다는 것이다. 24년 2월 전북 익산에 준공되는 '기능성원료은행'은 푸드테크 기업이 원하는 기능성 원료를 발굴하고 소재화 기술도 개발하게 된다. 기능성원료은행은 신규 기능성 원료를 찾아내고 농가와의 협력을 통해 대량으로 원료를 공급하는 체계를 구축하게 된다. 이미 두류단백질에선 새단백콩과 미소가, 쌀 단백질의 경우 고아미와 유색미(진도2호)는 단백질 함량이 높고 가공성도 우수하고 인체에도 이로운 성분이 많이 들어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업기업인 뜨란은 콩을 38ha 규모의 생산단지에서 경작하면서 두부와 된장을 제조, 판매 중이다. 특히 국내 최초로 국산 콩을 활용, 식물성 대체 단백질 소재를 개발, 대체식품 브랜드 ‘미트멀리즘’을 출시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21년부터 올해까지 가공시설 건립비용을 20억원을 지원한 바 있다.

농가의 영농정보와 푸드테크 기업 간의 원료 정보를 연결시켜 계약재배가 원활히 이뤄진다면 농가 소득이 늘어나게 된다. 이리되면 노인들이 주로 거주하는 농촌에 청년농이 보다 많이 유입될 수 있다. 생산기반을 갖춘 농업인은 식물성 대체식품 제조에 진출할 기회도 생기게 된다.

정부는 푸드테크 산업 기본계획 수립과 기업인증, 사업지원 근거 등을 담은 ‘푸드테크 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 제정을 내년부터 추진한다. 식약처는 내년부터 26년까지 식물성 대체식품과 세포배양식품 등에 대한 별도의 안전관리 규정을 마련할 방침이다.

푸드테크 산업 육성은 'K-푸드'의 수출 증대에 기여하고 청년들의 창업 기회 확대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새로운 일자리를 제공해 취업난 완화에도 기여할 수 있다. 식품공급 방안이 다양화되면 쌀을 제외한 주요 곡물 수입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식량안보를 강화하는 효과도 기대된다. 세포배양식품 생산기술, 식물기반식품 제조기술, 식품프린팅기술 등 10대 핵심분야 기술 개발이 차질없이 이뤄지고 푸드테크 인재도 3000명 양성된다면 한국 농식품산업의 한 단계 도약이 이뤄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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