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다윗 기자
  • 입력 2022.12.20 06:30

상위 30위 그룹 시총 1년 만에 221조 '증발'…LG, 엔솔 효과에 2위로 껑충

2022년 임인년 한 해는 그야말로 다사다난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여파 속에 러·우 전쟁, 미·중 패권 다툼 등 다양한 이슈가 얽히고설켰다. 경영환경 역시 녹록지 않았다. 경기 침체에 따른 수요 둔화, 원자재 가격 상승, 고물가·고금리·고환율 '3고' 위기가 겹치며 여느 때보다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산업 지형도 역시 급변했다. 믿어 의심치 않던 업종이 휘청이는 사이, 위기를 기회로 만든 분야도 있었다. 자연히 주요 그룹의 시가총액 순위도 요동쳤다. 산업 및 경영 패러다임의 변화도 본격화되는 모양새다. 올 한해 우리 산업계를 꿰뚫는 이슈 다섯 가지를 짚어본다. 
2021년 장 종료일인 12월 30일과 2022년 12월 19일의 10대 그룹 시가총액 비교. 
2021년 장 종료일인 12월 30일과 2022년 12월 19일의 10대 그룹 시가총액 비교. 

[뉴스웍스=전다윗·고지혜 기자] 2022년은 국내 주요 그룹들의 시가총액 순위가 크게 뒤바뀐 한 해였다. 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공급망 차질, 인플레이션 리스크 등 전 세계적인 경제환경의 변수가 그 어느 해보다 많았던 것이 배경이다.

상위 30위 그룹의 시총도 지난해에 비해 약 221조원 증발했다. 이는 지난 1년간 기업들이 겪은 어려움을 짐작케 한다. 특히 금리 인상, 원자재 가격 상승, 업황 부진 등 악재를 직격으로 맞은 사업군을 주력으로 한 그룹들의 타격이 컸다. 반면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신사업이 주력인 기업들은 눈에 띄는 순위 상승을 기록했다. 

2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30대 그룹의 시총은 지난해 1638조7559억원(2021년 12월 30일 종가 기준)에서 올해 1388조902억원(2022년 12월 19일 종가 기준)으로 220조6656억원(약 15.3%) 줄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국제 원자재 가격의 상승과 중국을 비롯한 유럽·미국의 경기 둔화가 그 이유다. 

시총 규모가 줄면서 순위 지각 변동도 적잖이 일어났다. 올해 시총 기준 상위 10대 그룹은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카카오 ▲포스코 ▲셀트리온 ▲네이버 ▲현대중공업 ▲한화 순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절반 이상(6개)의 순위가 교체됐다.

삼성은 10대 그룹 시총 중 약 47%를 차지해 부동의 1위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669조6217억원에서 550조1109억원으로 1년 만에 시총 규모가 17.8% 줄어들었다. 이는 파운드리 수율 저하·글로벌 반도체 수요 부진·D램 반등 시기 지연 등의 영향으로 분석된다. 

시총 증가율이 가장 높은 그룹은 LG(76.7%↑)였다. 120조177억원에서 212조703억원으로 늘어나면서 지난해 4위에서 SK와 현대자동차를 밀어내고 2위 자리에 올랐다. LG의 상장 계열사 11개 중 10개 기업의 시총이 감소했지만, 지난 1월 신규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112조7880억원)이 가세하면서 그룹 시총은 200조원을 넘겼다. 

3위는 130조5653억원을 기록한 SK다. SK는 상장 계열사 21개 전부 주가가 떨어지면서 지난해 장 마감일과 비교할 때 80조1202억원(38.0%↓) 감소했다. 특히 기업별 시총 2위를 차지했던 SK하이닉스가 경기침체·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32조원가량 줄어들면서 올해 4위로 내려선 영향이 컸다. 백신 판매 부진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 역시 약 13조원 감소했다.

4위인 현대자동차는 지난해보다 27조1963억원(21.1%↓) 줄어든 101조5463억원을 기록했다. 한국산 보조금 지급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규정된 IRA·충당금 발생·원재료 부담 이슈 등이 시총 증발 원인으로 풀이된다. 다만 주가 부진 속에서도 방산주 현대로템은 7421억원 시총이 늘어 주목된다.

2021년 장 종료일인 12월 30일과 2022년 12월 19일의 10대 그룹 시가총액 비교. 
2021년 장 종료일인 12월 30일과 2022년 12월 19일의 10대 그룹 시가총액 비교. 

시총 규모가 반토막난 그룹은 각각 5위와 8위를 차지한 카카오와 네이버다. 긴축정책으로 금리가 인상되는 가운데, 미래가치보다 당장 실적을 낼 수 있는 기업에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빅테크 그룹들이 풍랑을 겪은 것으로 풀이된다.

카카오는 109조1323억원에서 49조6061억원으로 54.5% 감소했다.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시도·철회, 판교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먹통 사태 등, 연이은 악재로 신뢰도를 잃은 한 해였다. 특히 경영진 먹튀 논란이 일었던 계열사 카카오페이의 시총은 8조3343억원(36.2%) 줄었다. 네이버 역시 62조925억원에서 30조1030억원으로 약 51.5% 급감하며, 전년 6위에서 8위로 두 단계 순위가 하락했다.

포스코는 지난해 39조5102억원에서 42조9029억원으로 약 8.6% 증가해 8위에서 6위로 뛰어올랐다. 지난 3월 지주회사로 체제 전환해 포스코를 인적분할하며 포스코홀딩스의 시총이 약 1조 감소했다. 하지만 국내 유일 양극재·음극재 생산업체인 포스코케미칼이 제너럴 모터스와 캐나다에 양극재 합작사를 설립하는 등, 북미 투자를 활발히 진행해 3조5245억원 증가한 14조6792억원을 기록했다. 또한 포스코 그룹이 이차전지의 핵심광물 원료부터 소재 생산까지 전반을 아우르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강화한 점도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바이오·제약사 그룹 셀트리온은 44조2937억원에서 38조1451억원으로 약 13.9% 감소했지만 7위 자리를 지켰다.

현대중공업은 25조3379억원에서 29조3223억원으로 약 15.7% 증가하면서 9위를 유지했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유럽이 에너지 수입경로를 다변화해 액화천연가스(LNG)선 수요가 증가한 결과다.

한화는 18조9338억원에서 20조3074억원으로 1조3735억원(약 7.2%↑) 증가해 10위권 내에 진입했다. 태양광과 방산주 대표 종목인 한화솔루션과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각각 2조5535억원, 1조2429억원 시총 규모를 불렸다.

반면, 지난해 10위와 11위를 기록한 롯데와 두산은 올해 한 계단 하락했고, 씨제이는 지난해와 동일하게 12위를 유지했다. 케이티앤지와 영풍은 각각 17위와 18위에서 14위와 15위로 올랐다. 

이 밖에 ▲한진(14→16위) ▲GS(16→17위) ▲KT(20→18위) ▲에쓰오일(21→19위) ▲넷마블(15→20위) ▲DB(23→21위) ▲신세계(22위) ▲효성(19→23위) ▲LS(29→24위) ▲현대백화점(24→25위) ▲미래에셋(25→26위) ▲하림(28→27위) ▲농협(27→28위) ▲한국투자금융(26→29위) ▲DL(30위) 등이 시총 기준 상위 30위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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