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전현건 기자
  • 입력 2023.06.27 06:05

하반기에도 폴란드 등 수주 '러브콜' 기대감…정부 지원 및 국제 정세도 호재

윤석열 대통령이 11월 24일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주요 방산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계자들에게 브리핑을 받고 있다. (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24일 KAI,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등 주요 방산업체를 방문한 자리에서 관계자들에게 브리핑을 받고 있다. (사진=제20대 대통령실 홈페이지)

[뉴스웍스=전현건 기자] 지난해 세계 방위산업 시장을 뜨겁게 달궜던 'K-방산' 열풍이 올해 상반기에도 이어졌다. 특히 미국과 호주, 유럽, 중동 등에서 가격과 성능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한국산 무기를 찾는 수요가 부쩍 늘어 주목된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전쟁이 끝나지 않은 가운데 전 세계적으로 군비 경쟁이 지속되고 있는 만큼, 하반기에도 K-방산 '러브콜'이 이어지며 '수주 잭폿'을 거둘 것이라는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하반기 수주 성과가 본격 가시화하면, 지난해 수주 잔액 100조원 시대 개막에 이어, 또 한 번의 전기를 마련할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다.

27일 한화투자증권에 따르면, 국내 5대 방산 기업(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국항공우주산업(KAI)·현대로템·한화시스템·LIG넥스원)의 2024년 예상 영업이익은 1조8188억원으로 지난해(8690억원)보다 109% 증가할 것으로 전망됐다. 같은 기간 매출액도 16조8090억원에서 23조622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했다.

한화에어로, 수주잔액 19조972억…수출 비중 69%

국내 방산 기업의 실적 개선은 좋은 품질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바탕이 됐다. 아울러 정부의 지원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 등 국제 정세 변화도 도움을 준 요인이다. 

K-방산은 올해도 그 흐름을 이어갈 기세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올해 4월까지 한국이 폴란드에 수출한 전차 금액은 2억5500만달러로, 이미 지난해 전체 금액(2억100만달러)을 넘어섰다. 지난해부터 올해 4월까지 누적 수출 규모는 4억5600만달러로 우리 돈으로 약 6000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올해도 큰 폭의 외형 성장을 이뤄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1분기 연결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1조9270억원, 2285억원을 달성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매출은 65%, 영업익은 385% 급증한 실적이다. 

특히 그룹 내 분산돼 있던 방산 계열사를 지난해 통합하면서 방산 사업의 시너지를 극대화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100% 자회사인 한화디펜스를 흡수합병한 데 이어, 지난 4월에는 ㈜한화 방산 부문을 추가로 인수합병(M&A)했다. 

올해 1분기 말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수주잔액 19조972억원 가운데 수출 비중은 69%에 달한다. 호주, 이집트, 폴란드 등과 잇따른 수주 계약에 따라 작년 말 66%였던 수출 비중은 3개월 만에 3%포인트 늘어났다.  

특히 하반기부터는 폴란드에 대한 'K9'과 '천무'의 매출 인식이 본격화하며 큰 폭의 수익성 개선이 유력하다. 폴란드를 포함한 해외 계약 물량 인도 시점이 하반기에 집중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폴란드와 두 차례 K9 자주포 및 한국산 다연장로켓(MLRS) 천무 등을 공급하는 8조원 규모의 수출 계약을 맺은 바 있다. 이는 하반기 실적에 본격 반영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로템의 K2 전차. (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로템의 K2 전차. (사진제공=현대로템)

현대로템, 국내외 수주 잭폿… LIG넥스원, 수출 호조에 실적 

현대로템 역시 올해 상반기부터 방산 수출을 통해 실적이 올라가고 있다. 국내에선 방위사업청과 차륜형지휘소용차량 양산 계약을 체결하고 해외에선 폴란드 K2 전차 수출 성과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현대로템의 올해 1분기 방산 부문 매출은 2600억원으로 전년 동기(1825억원) 대비 42% 늘었다. 특히 수주 잔고(1분기 말 기준)는 14조31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3% 증가했다. 특히 방산 부문만 보면 5조5017억원으로 246%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현대로템은 이달 21일 방위사업청과 약 7000억원 규모의 차륜형지휘소용차량 2차 양산 계약을 체결하고 본격적인 후속 양산에 착수한다. 또한 해외에선 폴란드와 지난해 8월 처음으로 폴란드 군비청과 K2 전차 완성품 수출을 확정하고 폴란드와 전차 수출 1차 이행계약을 체결, 2025년까지 긴급 소요분 180대를 수출하기로 했다.

계약 체결 4개월 만에 초도 출고분 10대를 현지에 인도 완료했으며 이후에도 계획보다 3개월 앞당겨 물량을 조기 납품하는 등 안정적인 출고를 이행하는 중이다. 이 같은 실적이 이번 2분기에 반영돼 1분기보다 더욱 반등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LIG넥스원도 올해 1분기 수출 사업에 힘입어 실적을 개선했다. LIG넥스원의 올해 1분기 영업이익은 682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5.1% 증가했다. 1분기 성과에서 두드러진 것은 수출 실적이다. 지난해 1분기 전체 매출 4272억원 중 수출은 11%(469억원)였는데, 올해 1분기에는 19.5%(1066억원)로 늘었다. 

사업 부문별로 살펴보면 지휘통제(C4I)분야 매출은 1284억원으로 전년 동기(316억원) 대비 968억원 증가했다. 증가율은 306%에 달한다. 매출 비중이 52.8%로 가장 큰 유도무기(PGM) 매출도 2887억원으로 전년보다 3.9% 늘었다. 반면 항공전자·전자전(AEW) 분야는 함정용전자전장비 등 일부 양산사업을 종료하면서 매출이 451억원으로 작년 1분기(478억원)보다 5.6% 감소했다.

전반적으로 매출이 선방하고, 수출 사업의 비중 확대로 이익률이 개선되면서 영업이익도 증가했다. 일부 사업의 지체상금과 손실충당금의 환입, 환율 영향 등 일회성 요인까지 더해지면서 이익 개선 효과는 커졌다.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180억원 증가한 597억원을 시현했다.

수주 잔고는 전년 말(12조2651억원) 대비 4435억원 감소한 11조8216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신규 수주액은 752억원이다.

경공격기 FA-50. (사진제공=KAI)
경공격기 FA-50. (사진제공=KAI)

KAI, 상반기 아쉬운 영업익…하반기 기대 일군 25조 일감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지난해 수출 대박을 이뤘지만, 올해 상반기에는 예상보다 다소 저조한 실적을 냈다. 다만 수출에 방점을 둔 경영기조 속에서 하반기 반전을 준비하고 있다.

KAI는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다른 방산기업과는 달리 상반기 저조한 실적을 내놨다. 올해 KAI의 1분기 영업이익은 194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와 비교해 '반토막' 수준이었다. 

다만 KAI는 국내 업체 중 가장 많은 25조원치 일감을 미리 확보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또한 연초 매출로 잡혀야 할 계약 건들이 하반기로 미뤄지면서 예상치보다 낮은 실적을 기록했다는 점도 하반기를 기대하게 하는 대목이다. 

KAI는 1분기 실적에 반영할 예정이었던 이라크 기지재건 공사(814억원)가 순연되고, 공군 'TA-50' 2차 사업(318억원)도 계약이 수정되며 3분기로 미뤄졌다.  

아울러 1분기 신규 수주도 제일 많다. KAI는 올해 1분기에 전년 동기 2329억원보다 증가한 1조3775억원의 신규 수주 계약을 따냈다. FA-50을 폴란드에 3분기 4대, 4분기 8대 등 총 12대 공급하면서 8000억원의 매출이 발생한다. 또한 하반기 태국에 고등훈련기 2대도 납품할 예정이다.

KAI는 현재 글로벌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남아·아프리카·중동 시장을 넘어 미국 시장 진출까지 노리면서 수출 협상 릴레이가 이어지고 있다.

KAI는 지난달 말레이시아와 '1조2000억원 규모' FA-50 18대 수출에 대한 최종 계약식을 진행했다. 이번 계약은 말레이시아 국방 획득사업 중 최대 규모다. 말레이시아는 FA-50과 동일 기종으로 2차 18대 추가 도입을 계획하고 있어 수출 물량은 최대 36대까지 확대될 수 있다. 2차 사업까지 성사되면 KAI가 전 세계에 수출한 KT-1, T-50계열 국산 항공기는 240여 대로 확대된다.

내년부터는 폴란드와 계약한 FA-50 48대 중 나머지 36대와 말레이시아에 FA-50 18대 공급을 준비한다. 또 20조~25조원 규모의 미 공군·해군 훈련기 및 전술입문기 사업 참여와 4조원 규모의 KF-21 양산 계약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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