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6.28 19:47
이마트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유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이마트 매장에서 한 소비자가 유제품을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이마트)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올해 상반기 식품외식업계는 잇따른 제품가격 인상과 인수합병(M&A) 무산, 미국 시장 인프라 투자 등이 주목을 받았다.

시장에서는 2분기 식품외식업체마다 전반적인 실적 상승을 이뤄내겠지만, 하반기에는 정부의 물가안정 정책과 내수 소비부진 등으로 상승세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러한 흐름에 내수에서 벗어난 해외시장 개척이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식품외식업계, 가격 인상 된서리…담합조사 언급에 ‘후다닥’

올해 상반기 식품외식업계를 달군 이슈는 제품가격 인상이 첫손에 꼽힌다. 관련 업계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미국 금리 인상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영향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원자재 가격 불안, 물류 비용 급등 등 다양한 이유를 들며 제품가격 인상에 나섰다.

이에 정부는 소비자물가 안정을 위해 업체들의 가격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최근에는 적극적인 시장 개입으로 방향을 틀었다. 단순 권고만으로는 가격인상 억제가 힘들다 보고 물리적 압박을 가하기 시작한 것이다.

지난 27일 제분업계에 밀가루 가격 인하를 주문한 것이 대표적 사례다. 제분업계는 정부 요구에 따라 5% 안팎의 인하를 결정했으며, 라면 4사(농심‧오뚜기‧삼양식품‧팔도)는 평균 5% 수준의 가격 인하를 발표하기에 이른다. 라면업계 외에도 롯데웰푸드, 해태제과, SPC 등 제과·제빵업체들도 일부 제품의 가격을 내렸고, 향후 유제품과 음료 등 다양한 품목으로 가격 인하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21일 한덕수 국무총리는 출입기자 간담회에서 물가상승을 두고 “원료(가격)는 많이 내렸지만 제품값이 높다”며 “경쟁을 촉진하도록 공정거래위원회가 담합 가능성을 들여다봐야 한다”고 말해 식품외식업계의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었다. 담합으로 인한 수천억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다는 일종의 선전포고가 나오면서 식품외식업계의 가격 인하 릴레이가 이뤄진 것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99만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3.4% 늘었다. 처분가능소득이란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 등을 제외한 소비와 저축에 사용할 수 있는 돈을 말한다. 해당 기간 가공식품과 외식물가 상승률은 각각 9.9%와 7.5%로 집계돼 전체 가구의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의 2.9배, 2.2배 높다.

특히 가공식품 73개 품목에서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뛰어넘은 품목은 무려 64개(87.7%)에 달했다. 이 중 치즈(32.8%), 드레싱(29.1%), 식용유(28.8%) 등 8개 품목은 물가 상승률이 20% 이상이었고, 빵(14.3%), 스낵과자(13.1%), 라면(12.4%), 아이스크림(11.8%), 파이(11%) 등도 10%를 넘기고 있다.

외식물가도 비슷한 추이다. 같은 기간 외식 품목 39개 중 37개(94.9%)가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을 뛰어넘었다. 소주(외식, 10.7%), 피자(10.5%), 라면(외식, 10.4%), 김밥(10.4%), 맥주(외식, 10.2%), 떡볶이(10%), 돈가스(10%) 등이 두 자릿수의 인상률을 보였다.

맥도날드 청라DT점. (사진제공=한국맥도날드)
맥도날드 청라DT점. (사진제공=한국맥도날드)

◆매물 쏟아진 외식프랜차이즈, 찬바람만 ‘쌩쌩’

올해 M&A 시장에서는 외식프랜차이즈 매물이 대거 등장했지만, 대다수 매물이 새주인을 찾지 못했다. 지난 4월 KFC를 운영하던 KG그룹은 KFC 지분 100%를 사모펀드 운용사 오케스트라프라이빗에쿼티에 550억원에 매각했다. 지난해 1월 앵쿼티에쿼티파트너스가 투썸플레이스 지분 100%를 칼라일그룹에 8800억원에 매각한 이후로 1년 만에 이뤄진 외식업계 대형 M&A다.

하지만 KFC를 제외하고 M&A 시장에 등장한 외식 프랜차이즈 매물들은 찬바람을 맞고 있다. 파는 이와 사려는 이의 희망 가격이 크게 차이 났기 때문이다. 한국맥도날드는 올해 초 동원산업과 매각협상을 벌였으나 로열티, 매각가 등에 이견을 보여 협상이 결렬됐다. 한국맥도날드는 매각가 5000억원대를 원했으나 동원산업은 2000억원대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매물로 나온 여타 외식 프랜차이즈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버거킹은 2021년 11월 인수자를 찾지 못해 매각을 철회한 바 있다. 버거킹을 보유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는 1조원대의 매도가를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올해 하반기 매물로 재등장할 가능성이 높으나 1조원대의 매도가를 고수한다면 새주인을 찾기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지난해 1조원의 매각가를 제시한 맘스터치도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메드포갈릭과 다운타우너 등이 M&A 시장을 노크하고 있지만 관심도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업계 안팎에서는 외식업체들의 M&A 한파 요인으로 고금리 여파와 수요 부진, 외식 기업들의 인건비와 고정금 부담이 크게 높아진 점을 꼽고 있다. 

지난달 19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서 슈완스 피자공장 증설을 축하하는 완공식이 개최된 가운데 디미트리오스 스미리니오스 슈완스 CEO가 리본을 자르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지난달 19일(미국 현지시간)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서 슈완스 피자공장 증설을 축하하는 완공식이 개최된 가운데 디미트리오스 스미리니오스 슈완스 CEO가 리본을 자르고 있다. (사진제공=CJ제일제당)

◆“내수만으로 살 수 없다”…해외 개척 ‘우르르’

주요 식품외식업체의 해외 공략이 속도를 내고 있는 점도 올해 상반기 주목할 현상이다. 업체들마다 해외 시장에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면서 인프라 투자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CJ제일제당과 대상, 농심, 풀무원 등은 미국 시장에 집중하고 있으며, 오리온과 삼양식품 등은 아시아 시장의 수요 급증에 대응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미국 캔자스주 살리나에 약 4만㎡ 규모의 공장을 증설하면서 축구 경기장 12개 크기(9만㎡)의 세계 최대 냉동피자 공장을 운영하게 됐다. CJ제일제당이 미국에서 선보인 냉동피자 ‘레드바론’은 네슬레의 ‘디조르노’와 1위 경합전을 펼치고 있다.

CJ푸드빌은 제빵 브랜드 뚜레쥬루의 미국 시장 안착에 사활을 걸고 있다. 올해 하반기 미국 남부지역에 대규모 제빵공장을 착공할 계획으로, 공장 부지는 텍사스주와 조지아주 중에 한 곳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CJ푸드빌은 향후 뚜레쥬르 미국 매장을 1000개점까지 늘릴 계획이다.

대상은 지난 3월 38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단행하고 이달 미국 식품업체 ‘럭키푸즈(Lucky Foods)’를 인수했다. 김치를 중심으로 소스류·HMR(가정간편식) 등 품목 다변화에 나서는 중이다. 대상은 지난해 LA공장을 완공하며 미국 김치 시장을 장악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다.

미국에서 ‘신라면’ 흥행에 성공한 농심은 북미 라면 시장 1위를 목표로 미국 동부에 제3공장 건설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해 제2공장 구축에 이어 생산 인프라 고도화에 나서면서 수년 내 일본 토요스이산을 제치고 시장 1위에 올라서겠다는 포부다.  

풀무원 역시 올해 하반기 미국 캘리포니아 길로이 공장을 증설한다. 내년에는 메사추세츠에 아이어 공장도 증설하면서 미국 두부‧누들 시장의 장악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말 기준 풀무원은 미국 두부 시장 1위인 70% 안팎의 시장 점유율을 확보했다.

해외 매출이 내수보다 많은 오리온은 아시아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젤리 생산라인을 증설해 공급량을 늘릴 계획이며, 베트남에서는 기존 공장 증설과 신공장을 설립한다. 인도에서도 초코파이 생산라인을 증설하는 등 아시아를 중심으로 인프라 투자가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삼양식품은 지난달 인도네시아 판매법인을 설립했으며, 최근 해외전용 건면브랜드 ‘탱글’을 출시하는 등 수출 증대에 회사 역량을 쏟아붓고 있다. 삼양식품의 수출 비중은 올해 1분기 기준 64%에 달한다. 

해외 소비자들이 농심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해외 소비자들이 농심 '신라면'을 즐기고 있다. (사진제공=농심)

◆농심, 2분기 역대 최대 매출 전망

올해 2분기 주요 식품업체는 제품가격 인상 효과와 해외사업 호조로 전반적인 실적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하반기부터 정부의 물가정책으로 인한 제품가격 상승효과의 제한과 엘니뇨 등 기상이변에 따른 국제 곡물가격의 불안정이 암초로 작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국내 주요 식품업체 중 올해 2분기 실적상승이 가장 두드러진 곳은 농심이다. 농심의 2분기 예상 매출은 2분기 역대 최대인 8600억원에 영업이익은 34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3.7%, 701.9% 증가다. 실적 개선은 내수 시장의 라면 가격 인상과 미국 시장 판매 증대가 주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밖에 ▲CJ제일제당 매출 7조5997억원(전년 대비 1.1%), 영업이익 3431억원(전년 대비 –32%) ▲롯데웰푸드 1조849억원(91.1%), 525억원(110.4%) ▲동원F&B 1조664억원(10.6%), 266억원(18.6%) ▲대상 1조598억(3.3%), 289억원(-40.6%) ▲SPC삼립 8896억원(9.2%), 248억원(5.5%) ▲롯데칠성음료 8165억원(7.1%), 706억원(10.7%) ▲CJ프레시웨이 8013억원(11.1%), 영업이익 374억원(8%) ▲풀무원 7660억원(8.5%), 182억원(19.5%) ▲오리온 7058억원(12.5%), 1042억원(16.1%) ▲하이트진로 6753억원(4.2%), 446억원(-28.6%) ▲빙그레 3989억원(9.5%), 242억원(15%) ▲삼양식품 2845억원(11.4%), 298억원(9.1%) 등의 잠정치를 보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부가 물가 관리에 총력전을 펴고 있으며, 하반기 원재료값이 불안정할 가능성이 높아 식품업체들이 내수 시장에서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최근의 제로슈거 열풍과 같이 시장 트렌드를 주도하거나 해외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내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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