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김상우 기자
  • 입력 2023.06.30 23:59
여의도에 소재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사진제공=현대백화점)
여의도에 소재한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 (사진제공=현대백화점)

[뉴스웍스=김상우 기자] 올해 상반기 백화점과 대형마트, 편의점, 면세점 등의 전통적 유통업체들은 소비침체에 직격탄을 맞았다. 코로나 엔데믹 전환에 따른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을 기대했지만, 고금리로 인한 인플레이션(물가상승) 장기화에 소비자들의 지갑이 닫힌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하반기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주요 업체들마다 수익성 반등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이커머스 시장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쿠팡은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흑자를 내며 창립 10주년만에 첫 연간 흑자 달성을 노리고 있다. 이에 신세계그룹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신세계 유니버스’ 유료멤버십 서비스를 내놓으며 쿠팡의 질주를 본격적으로 견제하고 나섰다.

◆백화점, 소비침체에 실적방어 안간힘

유통업계의 우울한 분위기는 증권가에서 한눈에 찾아볼 수 있다. 30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백화점 3사인 신세계‧현대백화점‧롯데쇼핑은 모두 신저가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롯데쇼핑은 이날 종가 기준 6만8600원으로 집계돼 1년 전 10만4000원보다 34% 급감했다. 신세계와 현대백화점 역시 같은 기간 각각 18.3%, 29.6% 떨어져 유통가의 침체 분위기를 대변했다.

대형마트인 이마트도 비슷한 추이를 보이고 있으며, 편의점인 BGF리테일과 GS리테일도 하락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은 소비침체가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결과다. 상반기 내내 고금리 추이가 꺾이지 않으면서 인플레이션이 가속화됐고, 이로 인해 소비자들은 이자비용 지출이 늘어나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백화점 3사의 올해 합산 영업이익 예상치로 1조5844억원을 제시하며 3개월 전 예상치인 1조7072억원보다 7.7% 하향 조치했다.

그럼에도 백화점 3사는 올해 점포 리뉴얼 등을 위해 1조2357억원의 투자금을 쏟아붓는 등 지난해 9302억원보다 투자 규모를 32.8% 늘렸다. 어려울수록 미래에 베팅해야 한다는 역발상 전략이다.

특히 현대백화점 ‘더현대 서울’은 불황 중에 고성장을 이어나가 주목을 받고 있다. 더현대 서울은 단일 점포로 최단기간 연매출 1조 클럽 가입이 유력하다. 올해 1월부터 지난달까지의 매출은 전년 대비 20% 가까이 신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은 9500억원이다.

더현대 서울의 흥행가도는 핵심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들의 취향을 반영해 팝업스토어를 강화하고 엔터테인먼트 접점을 늘리는 등 체험형 공간에 무게를 둔 결과다. 지난 2년 동안 진행한 팝업스토어는 320여개에 달한다. 기존의 백화점 성장요인이었던 명품브랜드 ‘에루샤(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를 배제하면서 놀라움을 주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는 백화점 3사마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기 위해 세분화한 타깃 마케팅과 점포 리뉴얼이 집중적으로 이뤄질 전망”이라며 “다만 명품 매출 둔화를 대신할 확실한 카드가 보이지 않기 때문에 올해는 매출 성장보다 실적 방어에 집중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신세계 유니버스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지난 8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신세계 유니버스 페스티벌'에서 강희석 이마트 대표가 신세계 유니버스 사업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제공=신세계그룹)

◆쿠팡 vs 신세계 ‘유료멤버십 대전’…이커머스 대응 없는 롯데

올해 상반기에도 이커머스 시장은 유통가의 판도를 가늠할 중대 승부처로 작용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이커머스 거래액 규모는 209조8000억원대로 전년 대비 약 12% 성장했다. 실물 상품 거래액은 154조6000억원대로 약 8% 성장이다. 시장에서는 최근 3년 동안 코로나 사태로 인해 이커머스 업계가 반사이익을 봤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올해도 인플레이션 영향 등 우호적 환경이 여전하면서 성장세가 꺾이지 않을 전망이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주자인 쿠팡은 지난해 3분기부터 흑자를 내기 시작해 올해 1분기까지 4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시장에서는 10년 적자를 견뎌낸 쿠팡이 이제는 이커머스 시장의 독주 채비를 끝마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1분기 쿠팡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7조3990억원에 1362억원으로 모두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이는 신세계그룹의 이마트 실적을 뛰어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최근 신세계그룹이 선보인 통합 유료멤버십 서비스 ‘신세계 유니버스’는 쿠팡의 질주를 견제하겠다는 승부수로 읽힌다. 신세계그룹은 신세계 유니버스를 통해 연간 200만원 이상의 할인혜택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신세계그룹의 강점인 오프라인 매장에 온라인마켓을 결합하면서 이커머스 단일 서비스의 한계를 넘어서고 있다는 설명이다.

앞서 멤버십 경쟁은 2018년 쿠팡이 선보인 ‘로켓와우’가 포문을 열었다. 월 4990원을 내면 익일까지 상품을 보내주는 ‘로켓배송’ 서비스를 횟수 제한 없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점을 최대 강점으로 내세웠다. 공짜로 반품 배송을 이용할 수 있고,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쿠팡플레이 시청권과 배달 앱 쿠팡이츠 할인혜택까지 묶어 멤버십 서비스의 시너지를 창출했다.

쿠팡과 함께 이커머스 시장을 양분한 네이버는 적립 서비스를 내세운 ‘네이버플러스’로 대응하고 있다. 월 4900원을 내면 네이버페이 포인트 4% 추가 적립 혜택에 네이버페이와 제휴카드의 중복 적용까지 가능하다. 쿠팡과 마찬가지로 OTT 서비스인 ‘티빙’ 무료 이용을 비롯해 네이버웹툰 쿠키 제공, 해외 축구 중계 채널인 ‘스포티비 나우 이용권’ 등을 선택할 수 있다.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한 멤버십 전쟁에 신세계가 뛰어들며 향후 멤버십 전쟁은 유통업계 전체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면세점과 홈쇼핑을 비롯해 대형마트, 주요 식품업체의 자사 온라인마켓까지 멤버십 가세에 고심하고 있다.

한편, 신세계와 함께 전통적인 유통강자인 롯데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리고 있다. 롯데 이커머스를 이끄는 롯데온은 올해 1분기 매출은 290억원에 영업손실은 200억원으로 고전을 거듭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아직까지 그룹 차원의 대응 움직임이 보이지 않아 최악의 경우 롯데가 이커머스 시장을 포기하지 않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화학과 배터리에 대단위 투자를 단행하는 등 그룹 무게축을 유통에서 신사업으로 빠르게 옮기고 있다.

지난 20일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왼쪽)와 신 안드레이 신라인 대표가 CU의 카자흐스탄 진출을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지난 20일 이건준 BGF리테일 대표(왼쪽)와 신 안드레이 신라인 대표가 CU의 카자흐스탄 진출을 위한 마스터 프랜차이즈 계약을 체결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제공=BGF리테일)

◆편의점, 은행업무에 중고거래까지…‘불황형 판매 전략’ 이목

올해 상반기 편의점 업계는 불황형 판매 전략에 집중했다. 코로나 엔데믹으로 진단키트 판매 효과가 사라지면서 매출 타격이 클 것이라는 예상이었지만, 나름 1분기 실적을 선방했다.

1분기 GS리테일의 편의점(GS25) 매출은 1조8667억원, 영업이익 227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6.3% 늘었고, 영업이익은 33.2% 줄어든 결과다. 신규 점포 확대로 인해 매출은 성장했으나 고정비 증가로 이익이 낮아졌다는 설명이다. 편의점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도 같은 기간 매출 1조8496억원으로 9.3% 증가했지만, 영업이익은 370억원으로 2.1% 감소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보다 긍정적인 실적으로, 2분기에도 실적 하락세가 크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특히 편의점 4사(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는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 도입에 앞다퉈 나섰다. 코로나로 인한 진단키트 특수를 경험하면서 경쟁력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수익성을 높여줄 수 있다는 확신이다. 

은행과 업무협약을 맺고 각종 공과금 납부에 예금‧대출 등의 업무를 편의점에서 처리할 수 있게 했으며, 일부 매장은 환전서비스까지 도입했다. 금융업무를 편의점에서 보게 해 고객 유인효과를 더욱 높이겠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렌탈서비스와 중고거래서비스까지 ‘영역 파괴’에 나섰고, 최근 유통업계의 와인 경쟁을 노리면서 와인 플랫폼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또한 해외 시장 진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최근 CU는 몽골, 말레이시아에 이어 세 번째 해외 진출 국가로 카자흐스탄에 진출했다. 향후 5년 내 500호점을 내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할 정도로 시장 안착을 자신했다.

GS25는 베트남과 몽골에 진출했다. 베트남은 2027년까지 700호점 이상을, 몽골은 2025년까지 500호점 개점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마트24도 2021년 말레이시아 진출에 이어 지난해 12월 싱가포르로 반경을 넓히는 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식품업체들이 한류열풍으로 해외에서 반사이익을 본 것처럼, 편의점 업체들도 이러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내수 시장에서 신규 출점이 한계에 달하고 있어 향후 해외 시장의 성과가 업체들의 수익성 증대를 좌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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