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명 허운연 기자
  • 입력 2022.12.24 12:00

"지자체·경찰, 주최자 없는 행사에서도 '안전' 확보할 책무 있어"

 

'이태원 참사' 이후 지난 31일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져다 놓은 고인 추모를 위한 꽃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쌓여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이태원 참사' 직후인 지난 10월 31일 많은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가져다 놓은 고인 추모를 위한 꽃들이 이태원역 1번 출구 앞에 쌓여있다. (사진=전현건 기자)

[뉴스웍스=허운연 기자] 2022년에도 우리 국민들은 계속된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마스크를 매일 착용하고 다녔다. 여름에는 수해로 인한 피해가 곳곳에서 발생했다. 특히 거리두기가 풀린 채 맞은 핼러윈은 끔직한 참사로 기억에 남게 됐다. '안전'이 사회문제로 다시 대두됐다. 

2020년부터 착용한 마스크는 2022년까지 끈질기게 일상 속에서 붙어 다녔다. 지난 5월 2일자로 실외 마스크 의무가 완화된 뒤 9월 26일부로 실외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됐다. 다만 실내 마스크 의무는 계속됐다. 감염 걱정도 있었지만 다들 '눈치껏' 실외에서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하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2022년이 얼마 남지 않은 지난 23일에야 실내 마스크 관련 최종안이 발표됐다. 방역당국은 실내 마스크 의무 완화시기를 판단하기 위한 기준으로 '환자 발생 안정화', '위중증 환자와 사망자 발생 감소', '안정적 의료 대응 역량', '고위험군 면역 획득' 등 네 가지를 제시했다. 이 가운데 두 가지 이상 충족하면 논의 후 시행시기를 결정키로 했다. 다만 이 경우도 의료기관과 약국, 일부 사회복지시설 등에서의 착용 의무는 당분간 유지키로 했다.

당장 해제하겠다는 조치가 아닌 만큼 아쉬움이 남지만 온전한 일상을 마주할 날이 머지 않았다는 점에서 환영할 만하다. 다만 국가가 3여년간 방역에 몰입하면서 올해 다른 분야의 안전에 대해서는 다소 취약했던 점이 곳곳에서 발견됐다.

우리나라는 지난 여름 수해를 크게 겪었다. 8월 수도권에 물폭탄이 떨어졌다. 강남 일대가 고립되고 신림동에서는 반지하에 살던 일가족 3명이 사망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희생자의 명복을 빌며 불편을 겪은 국민들에게 정부를 대표해 죄송한 마음"이라며 국민들에게 직접 사과하기도 했다.

9월에는 태풍 힌남노가 포항을 덮쳤다. 물이 차오른 아파트 지하주차장을 빠져나오지 못해 사망자가 8명 발생했다. 고로가 정지했던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아직도 피해복구를 100% 완료하지 못했다. 철강 생산 차질이 장기화되면 전체 산업에 최대 2조4000억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는 진단도 나온다.

기후위기가 우려되면서 환경부는 지난 8월 수도권 집중호우 직후 '도시침수 및 하천홍수 방지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도시침수 및 하천범람을 방지하는 인프라 대책으로 도림천 지하방수로, 강남역·광화문 대심도 빗물터널(지하저류시설) 등 3곳의 선도사업을 속도감 있게 추진키로 했다. 또 내년 홍수기(6월 21~9월 20일) 동안 서울 도림천과 포항 냉천에 디지털트윈 기반의 인공지능(AI) 홍수예보체계를 시범 운영한 뒤 이를 전국으로 확산할 계획이다.

수해의 아픔이 지나자마자 대형 참사가 발생했다. 거리두기가 사라진 첫 핼러윈을 맞아 대규모 인파가 이태원에 몰리면서 압사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 10월 29일 밤 용산구 이태원로 173-7 이태원역 1번 출구 해밀턴 호텔 일대에서 대규모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총 158명의 사망자가 나왔다. 사고가 발생한 골목은 보행로 폭이 4m 안팎으로 매우 좁은 구역으로 현장 통제 및 통행 관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

이태원 참사는 304명이 사망한 2014년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국내에서 발생한 최대 인명 사고로 기록됐다. 서울 도심으로 국한하면 502명이 사망한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이후 가장 많은 사망자가 나왔다.

참사와 관련해 경찰과 소방의 현장 출동 및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정황이 포착되면서 국회 국정조사도 진행되고 있다. 여야 대치로 인해 지지부진했던 국정조사특별위원회는 지난 21일 녹사평 시민분향소 조문을 시작으로 활동을 개시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지난 20일 '다중운집 행사 안전관리의 문제점 및 향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주최자가 없는 행사도 지자체, 경찰 등은 주최자가 있는 행사에서 행사주최자가 담당했던 부분까지 모두 세밀하게 점검해 국민의 안전을 확보해야 할 책무가 있다"며 "주최자가 없는 행사는 안전관리 공백이 증가하는 만큼 안전관리 당국의 관리 책무가 가중된다는 점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기초자치단체와 112·119 상황실 CCTV 연계를 통해 현장 대응의 신속성 및 정확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다중운집이 예상될 경우 보행자 동선확보, 차없는 거리 시행 등과 같은 보행안전 대책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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