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입력 2022.12.28 16:15
전병극(오른쪽에서 네 번째) 문체부 제1차관이 27일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관계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문체부)
전병극(오른쪽에서 네 번째) 문체부 제1차관이 27일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방송영상콘텐츠 산업 관계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누고 있다.(사진제공=문체부)

[뉴스웍스=최승욱 기자] 지상파TV 3사가 방송시장을 쥐략펴락 했던 시절 원하는 드라마나 영화를 보려면 방송시각에 맞춰 대기해야 했다. 이런 수요가 컸던 만큼 일간지마다 TV 프로그램을 실었다. 종합편성TV 4사가 2011년 12월 개국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시청자의 선택권은 커졌고 리모컨은 바빠졌다. 다만 방송사가 주도권을 쥐고 있다는 점은 크게 변하지 않았다.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하면서 '집콕족'이 늘어났다. 이 기회를 틈타 넷플릭스, 유튜브 등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가 빠른 속도로 성장하면서 미디어 간 경계는 허물어졌고 패러다임도 180도 바뀌었다. 자신이 원하는 시간에 자막까지 들어간 방송영상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게 되면서 시청자는 ‘갑’의 위치에 올라섰다. 이로 인한 편익이 부각되면서 PC, 태블릿PC, 휴대폰으로 OTT를 즐기는 시청자가 급증했다. 특히 홀로 사는 청년들은 원룸에서 TV를 쫓아냈다. 전기요금과 함께 청구되는 월 2500원의 KBS 수신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도 매력적이었다. 

OTT는 인터넷을 통해 전 세계에 동시 제공이 가능하다. 지난 9월 미국 방송계 최고 권위 상인 에미상 시상식에서 한국인 최초로 황동혁 감독과 배우 이정재씨가 각각 감독상과 남우주연상을 받은 것도 '오징어 게임'이 OTT라는 플랫폼에서 공전의 인기를 끌었기 때문이다. 과연 OTT가 없었다면 한국 영화와 드라마가 이처럼 세계 각지에서 호평을 받을 수 있었을까.

OTT가 뉴미디어의 총아로 떠오르면서 국내 OTT 시장은 2018년 6500억원에서 2021년 1조800억원으로 커졌다. OTT 전체 이용률도 2019년 52%에서 2021년 69.5%로 높아졌다.

문제는 OTT의 성장 가능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자칫 대응이 소홀하거나 늦어진다면 얼마 가지 않아 'K-무비'의 위상이 뿌리째 흔들릴 위험에 처할 수 있다. 디즈니, 워너미디어 등 미국의 8대 콘텐츠 기업은 올해 1150억달러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런 물량 공세로 향후 1~2년 뒤 고품질의 영화가 쏟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국내 제작사가 해외 기업의 지원에 의존해 드라마나 영화를 만든다면 '오징어 게임'처럼 대박을 터뜨려도 지식재산권(IP)이 없어 기존 IP를 게임 등 다양한 장르로 확장할 수 없다. IP를 공동보유하지 못한다면 결국 넷플릭스의 하청기업에 머물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보다 참신한 콘텐츠를 육성하고 미래 가치가 높은 IP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진 시점이다. 숏폼이 유행하고 창의성을 갖춘 크리에이터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방송영상 흐름을 감안, 관련 생태계 기반을 강화하고 공정한 제작환경도 갖추는 노력도 요구된다.  

27일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발표된 '제6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계획'을 놓고 전병극(왼쪽 네 번째) 문체부 차관이 방송영상콘텐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문체부)
27일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발표된 '제6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계획'을 놓고 전병극(왼쪽 네 번째) 문체부 차관이 방송영상콘텐츠 관계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제공=문체부)

문화체육관광부가 27일 경기도 파주 CJ ENM 스튜디오 센터에서 올해 6억9000만달러로 예상되는 방송영상콘테츠 수출액을 2027년 11억4000만달러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제6차 방송영상산업 진흥 중장기계획'을 발표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내년 3월부터 OTT 영상물에 대해 사업자가 자체적으로 등급을 분류하는 제도를 전면 실시한다는 결정이 주목된다. 영상콘텐츠 제작비 세액공제 대상을 OTT 콘텐츠까지 확대한다는 방침 역시 OTT 이용 확대 등 미디어 환경 변화에 대응, 규제를 혁신하고 시장의 힘을 키우려는 조치로 풀이된다.

지난 9월 현재 OTT '웨이브' 신규가입자 유치 콘텐츠 1위를 기록한 '위기의 엑스(X)'와 같은 성공사례를 더 만들기 위해 OTT 특화 콘텐츠 제작 지원사업 규모를 올해 113억원에서 내년에는 454억원으로 늘린다는 조치도 눈에 띈다. 작품당 지원단가를 최대 30억원으로 대폭 확대하고 지속적인 수익창출의 핵심 요소인 지식재산권을 제작사와 OTT 플랫폼이 공동으로 보유하면서 동반성장을 지원한다는 방침 역시 바람직하다.

특정 작품의 성공이 제작사의 성공으로 직결되도록 제작사가 지닌 IP를 활용, 후속 사업을 진행하고 해외 진출을 돕는 중소제작사 글로벌 도약 지원 사업을 내년에 100억원 규모로 새로 추진하고 내년부터 ‘K 콘텐츠 IP 펀드’를 15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는 방안도 기대를 갖게 한다.

창작자와 제작사가 자유롭게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영상에서 실현할 수 있도록 LED 월과 인카메라 특수시각효과(VFX)를 갖춘 가상 프로덕션 공공스튜디오를 대전 '스튜디오 큐브'와 서울 상암 '디지털 매직스페이스' 안에 조성한다는 방침도 인프라 강화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이날 행사를 주관한 전병극 차관은 "콘텐츠는 우리 미래산업의 승부수이자 게임체인저"라며 콘텐츠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옳은 지적이다.

'오징어 게임'과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뒤이을 방송영상콘텐츠가 지속적으로 나오려면 매력적인 이야기를 확보하는 것이 출발점이다. 오래된 마을마다 내려오는 전설과 다양한 신화, 옛날이야기를 세련되게 재해석, 흥미 유발은 물론 시대정신까지 제시하는 '명품 콘텐츠'를 제작한다면 성공 가능성이 높다. K-콘텐츠의 위력이 커질수록 대한민국은 '문화매력 1위 국가'로 부상할 것이다. 이리 되면 덩달아 한국 공산품의 가치도 상승한다.  

저작권자 © 뉴스웍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